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퍼맨과 스파이더맨의 직업은? 정답은 기자. 

어릴 적 기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타자기와 카메라만으로 강력한 불의와 맞서 싸우는… 가장 유명한 수퍼히어로의 변신전 직업이 기자라는 점은 사건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을수 있다는 편리한 점 외에 기자라는 직업자체가 갖고 있는 이런 수퍼히어로스러운 이미지도 한 몫하는 것 같다.

한 때는 비슷한 일을 해보기 위해서 그런 전공도 선택하였지만, 전혀 동떨어진 일을 하면서 나이를 먹고 문득 뒤돌아보니 기자의 이미지는 더 이상 수퍼히어로가 아니었다. 지면이나 전파라는 권력을 가지고 약자를 괴롭히고 그 댓가로 더 큰 강자에게 빌붙는, 그 정도 급도 안된다면 “연정훈은 잠자리가 무서워(여기서 잠자리는 dragonfly~)” 따위의 낚시 글로 독자의 시간과 푼돈이나 빼앗는 그런 이미지로 추락한 것이다. 20대에는 능력이 없어서 기자가 ‘못’ 된 것이지만 ‘안’ 되길 잘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런데 기자가 갖고 있는 과거의 이미지를 그대로 되살려 구현한 듯한 기자가 한 명 있으니, 나꼼수로 너무도 잘 알려진 주진우기자이다. 

나도 그를 나꼼수를 통해서 알게 되었기에 변호사비 마련에 보태쓰라는 심정으로 산 그의 책 ‘주기자’를 읽고 놀란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한 상대들을 대상으로 고독한 싸움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가장 강한 상대란 누굴까? 재계에선? 당연히 삼성이고… 정치로는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이명박이고… 종교로는? 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 언론? 당연히 조선일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적들을 상대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수퍼맨과 스파이더맨은 태생적으로 혹은 우연히 얻은 초능력으로 강한 적들과 싸우고 있지만, 주진우 기자는 스스로의 의지와 양심과 자존심 만으로 이 싸움을 벌여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후자가 더 수퍼히어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악당들이 영화 속의 존재가 아니라 실존하고 있다는 점이 슬펐으며, 그래도 주기자 같이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희망을 갖다가도… 이런 용기 있는 개인에게 세상의 무거운 짐을 맡겨야한다는 점이 한없이 미안했다. 

힘을 보태주자고 생각하고 책을 사는 일이 많은 요즘이지만, 그렇게 읽게 된 가운데 책으로서도 완성도가 크니 한 번씩 구매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한 번 읽어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책은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소년의 불안한 앞길에 빛이 비추길 기원한다.

“…나는 안다. 세상을 뜻대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웃으면서 가겠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 소년으로 살다 소년으로 가겠다. 오늘도 비굴하지 않은 가슴을 달라고 기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