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 지음, 안소현 옮김 / 디지털미디어리서치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게임으로 먹고 살면서 게임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 이 책을 구입한 것이 5년도 더 된 것 같다. 그때 1/5 쯤 읽다가 던져 놨던 책을 이번에 다시 꺼내어 다 읽었다.


늘 어떤 책을 시작할 때는 그 안에 특정 주제 혹은 인생의 답이 들어 있으리라고 기대를 하고 시작을 하지만 늘 그런 기대는 배신을 당한다. 5년 여 전에 그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읽다가 접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은 이 책 안에는 놀랍게도 어느 정도 답이 들어있었다(!). 종이책이 저절로 업데이트 되어 있을리는 없고, 그 시간 동안 내가 처한 처지가 달라졌고,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은 무엇이고(무엇인지는 알고 있을테니.. 말을 바꿔서 어떤 의미이고), 또 재미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대답을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일단 재미란 것은 뇌가 우리의 특정행동을 강화하기 위해서 제공하는 화학물질의 결과이다. 여기서 특정 행동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행동을 보전하고 종족을 번식 시키는 데에 이로울 것으로 예측되는 행동을 말한다. 이 것의 좋은 예로 숨은 그림 찾기나 월리를 찾아라 같은 것이다. 숨은 월리를 찾지 못한다고 목숨을 잃을 위험은 없지만, 숲에서 숨어있는 맹수의 꼬리를 찾아내는 것은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패턴을 찾아내면 뇌는 잘했다고 화학물질을 듬뿍 분비해서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게임은 문자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므로 어떤 매체(책, 음악, 미술, 영화 등등)보다도 오래된 형식인데, 게임의 의미란 이렇듯 인간에게 새로운 것을 숙달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게임은 학습을 위한 도구라는 것. 이런 해석에 의하면 에듀테인먼트란 것은 동어반복적인 것이고, 게다가 대개의 경우는 재미도 없으니 게임의 본질과 가장 거리가 먼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의 뒷부분은 게임 디자이너에 대한 당부로 이어진다. 
'우리는 단지 공부를 방해하고 시간을 빼앗고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뜯어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의미를 전달하고 유용한 가치와 내용을 학습하게 해주고 있고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게임을 통해서 예술을 하고 있다고 볼수도 있으니 자부심을 가지고 더 나은 가치를 전달하자' 

게임업계에 푹 몸을 담궜을 때는 읽히지 않던 이 책을 게임업계에서 약간 주변으로 빠져나온 후에 읽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그런데 읽고 나니 세상에 게임 아닌 것이 없으며, 또 게임으로 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찾을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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