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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사회와 그 적들 - 좋은 시민들이 들려주는 우리 사회 이야기
김두식 외 지음 / 알렙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나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느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던 한국사회는(그것을 진보라고 부를수도, 발전이라고 부를수도 있겠다) 최근 3년간 눈에 띄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많은 예 중에 이런 것을 하나 들 수 있겠다.
평창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확정된 그 날, 민동석 외교부차관은 이와 같은 트위터를 남겨서 원성을 샀다.
“2018 평창은 우리 국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이걸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니지요^^ 대한민국 국민 화이팅!”
결국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분노섞인 RT를 거쳐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이 해프닝을 통해서 책임 있는 자리있는 사람이 80년대에 많이 보던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임있는 자리에 이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임명되는 상황이라고 해석해도 되는데 어쨌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상이 뒷걸음 친다고 해도 수십년을 거치면서 높아진 눈높이가 하루 아침에 낮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이러한 세상을 살면서 많은 이들은 그 눈높이와 현실의 괴리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높아진 눈높이와는 맞지 않게 뒷걸음 치는 사회.. 이것을 불량사회라고 이름짓는다면, 불량사회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야하고 할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이야기이다.
TED를 보면 18분 이하의 짧은 시간동안 갖고 있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럴때 그 TED talk는 새로운 생각의 뭉치로 들어가는 진입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18분에 소개받은 내용에 자극을 받아서 더 깊은 정보를 찾아보게 되는 일이 많다.
이 책은 9개의 작은 꼭지들로 이루어져있다. 짧은 데다가 인터뷰 형식이고 굉장히 쉽게 읽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심심풀이로 넘길만한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서로 다른 내용이다 보니 3~40페이지 분량에 자세하고 깊은 내용을 담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애초의 의도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그 하나하나의 꼭지들이 킬링타임용 가십이 아니라 9개의 서로 다른 생각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역할을 하는 것들이었다. 가령 내가 나중에라도 ‘자본’을 구해다가 완독을 하게 된다면 23년만에 자본을 완간한 강신준 교수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접했기 때문일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TED talk들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불량사회에 대처하는 불량하지 않은 시민들의 이야기니까 TEDx불량사회 쯤 되지 않을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현재 한국사회가 퇴보하는 것은 일시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 한 가운데를 살고 있는 현재로서는 그 퇴행의 끝을 알수 없어서 불안하다. 이런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정답이란 존재하기 힘들 것이지만, 그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불량사회의 적들이 우리와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