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 완의 꿈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세상을 떠난 이후 이 세상에 남겨진, 그의 뜻에 공감을 가졌던 사람들과 그가 떠나고 나서야 비로서 그의 존재 가치와 상대적인 장점을 깨닫기 시작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할수 있는 일이라곤 그의 지나온 흔적과 자취를 더듬는 일 밖에는 없어보인다.
그들은 그의 살아온 행적을 TV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다시 보았고, 그 삶의 흔적을 쫓아 봉화마을을 방문해볼수가 있었다. 또한 그가 오래전에 남긴 저서들을 구해 읽음으로써 그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를 되돌아보았다. 그러나 그의 저서는 출간된지 너무 오래되어 그의 삶에서 빼놓을수 없는 5년의 재임기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그의 이야기에 목 마른 상태로 남아 있었다. 한달쯤 전에 포스팅했던 "노무현, 마지막인터뷰" 도 그 목마름 때문에 읽었고, 그로서 채울수 없는 갈증 때문에 이 "성공과 좌절"을 읽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수 백 권을 읽어도 그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의 존경받는 대통령이 거의 동시에 작고한 관계로, 그들의 흔적을 더듬는 책을 읽는 일이 많아졌다.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어려서 부터 위인전등을 통해서 많이 접하지만, 그와는 달리 같은 시대를 공유하던 인물들의 이야기라 보통 좀 더 쉽게, 잘 읽히는 것을 알수 있다. 배경지식같은것이 이미 깔려있으니까... 그런데 이 "성공과 좌절"은 뜻밖에도 참으로 잘 읽히지 않는 책이었다.
공책에 적은 단문들일까? 이 책의 초반은 그가 남긴 단편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있다. 아마도 그가 저 세상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 단문들이 제대로된 문단을 이루어 더 두터운 책으로 소개되었을 것이지만, 그에게 그런 시간은 허용되지 않았다. 연결되지 않는 단문이어서 이 책은 잘 읽히지 않았고, 그 단문을 두고 떠나게된 상황을 알기 때문에 이 책은 잘 읽히지 않았다. 또한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 단문들 사이의 공백에 어떤 말들이 들어갈지가 상상이 되어 답답한 마음에 이 책은 잘 읽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이런 글들이 사장되지 않고, 가까운 지인들과 측근들에게만 공유되지 않고,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은 잘 된 일이다. 그 글을 읽고 다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파지더라도 말이다. 요새 트위터나 미투데이와 같은 단문형 SNS서비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유저들 가운데는 이 것들이 몇년만 일찍 보급되었더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꼭 열심히 사용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도 그 추정에 공감하며, 만약 그가 트위터를 썼더라면 이 책의 초반에 담긴 그런 단문들을 남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트위터가 있어서 그가 이런 글을 남겼더라면 그에게 위안이 되었을까? 그의 글을 보고 우리가 힘이 되어줄수 있었을까? 그래서 그가 목숨을 버리지 않았도 되었을까?
힘겨운 초반이 지나고 나면 그가 남긴 글들이 나온다. 그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 토론하느라 남긴 비공개 글들, 인터뷰를 위해 남긴 육성들... 어떤 것은 신문들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고, 그가 남긴 "여보 나좀 도와줘" 에 나왔던 이야기와 겹치기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에겐 큰 숙제가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숙제는 노무현 등장이전에도 있었던 숙제이긴 하다.
노무현은 성공했지만, 실패했다고 볼수도 있다. 다만 그는 그의 성공과 좌절을 통하여 우리에게 이 숙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떠난 것이다.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숙제. 그것을 확인하는 일. 마음이 무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