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나오는 폭력적인 영상들은 관객에게 꽤나 큰 정신적 충격을 준다.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 영화를 비롯한 김기덕 영화들 속의 '남성의 여성에 대한 가학성' 요소를 비판하지만 영화를 자세히 보면 남녀 공히 상호 가학적이다.
 "남녀 사랑이란 결국 성 욕망의 다른 표현이고, 본능적인 폭력이며, 이기주의에 근거하고 있다."는 내 평소 지론을 뒷받침해 주듯.
 전개에서 보이는 폭력과 달리 결말은 평온하다. 노란 낚시방갈로를 타고 정처없이 바다로 나가는 남녀, 그리고 알몸으로 여자를 찾듯 두리번거리는 남자는 한때 그들의 쉼터였던 갈대숲으로 들어가고, 영영 나오지 않는다. 이어 마지막 장면, 여자가 나룻배 안에 누운 채 죽어 있는데 그녀의 성기 부분을 축소된 그 갈대숲이 덮고 있다... 일개 자연인이었던 여자가 갑자기 대자연의 모성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전까지의 흐름 상, 일대 파격이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여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여자는 죽을 때까지 남자를 소유하고 싶은 건가?...어차피 인간의 몸이란 종족번식을 위한 도구로서 동식물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그리고 제도와 관습이 은폐하고 있지만 남녀의 유전자는 상대에 대해 아주 이기적이라는 것.

 뭐, 이런 인간의 존재적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 김기덕 영화들의 매력이자 우수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욕(수컷의 암컷에 대한 소유욕과 가학성에 기반한)이 없었다면, 계급사회, 특히 자본주의가 이렇게 성장했을까? 그러나 그것은 필시 인간성의 파탄(살인, 성매매, 자살, 마약, 우울, 정신병)을 불러오고...
 실제 김기덕은 이 영화에서 자본주의와 1부1처제의 모순을 암시하고 있다. <나쁜 남자>, <사마리아>, <피에타>, <빈 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영화에서 나타나고 있는 그의 철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타고난 사회주의자다. 
 

 여성에 대한 가학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아 종종 페미니스트들의 비난을 받곤 하는데, 그 이유를 깊이 따지고 들어가면 현단계 여성주의('계급'을 상실한)라는 게 실은 무척 '부르조아적'이어서 그렇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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