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창생들 - 5. 2004년 뉴욕, 뉴욕 ⑧

라이언 플래처 당시 뉴욕경찰국 범죄연구관은 2005년 12월 FBI에 보낸 비밀보고서에서 KC-7 프로젝트와 한국경찰관 오정화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 KC-7 프로젝트는 미국 동부지역 청부살인 범죄시스템을 소탕하기 위해 2004년 7월에 만들어졌다. 본부는 내가 속한 뉴욕경찰국 범죄연구관실이며 FBI 요원 두명과 동부지역 경찰국 소속 수사관 일곱 명의 지원을 받았다. 수사 목적 상 한국경찰관 가운데 하나가 필요했다.
대상을 물색한 결과 한국경찰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FBI수사기법을 연수한 경력이 있는 오정화 경위가 눈에 띄었다. 영어가 능통하고 총기를 잘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마침 타깃 가운데 하나인 주디 림(한국명 림설희)과 친분을 맺고 있었다.
한인유학생 주디 림은 같은 한인유학생 이수진 자살사건(별도파일 참조) 연관자를 포함해 모두 일곱 건의 살인과 관련된 혐의로 추적을 받고 있었다. 이수진 사건 관련 피살자는 최근의 오언 그레이시와 브렛 휴즈를 비롯해 , 알란 킨스버그, 루이스 주키치 등 네 명이다. 오언 그레이시는 뉴욕에서, 브렛 휴즈는 보스톤에서, 알란 킨스버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루이스 주카치는 오스틴에서 각각 총기와 칼로 살해되었다. 당시 팀은 이 가운데 외부청부 징후가 있는 오언 그레이시 살해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건을 주디 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나중에 주디 림은 이들에 대한 살해 이유를 '이수진 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그녀는 러시아 청부살인 조직 '자르딘'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는데 그들과 특정 계약을 맺고 가담한 범행은 3건으로 추정되었다. 이들과의 연관성이 드러난 것은 자르딘의 차명 불법계좌 수색을 통해서이다. 이 계좌를 통해 자르딘의 자금 일부가 주디 림의 차명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주디 림이 청부살인 조직에 들어간 경위에 대해선 정보가 없다.
KC-7이 주목한 인물은 주디 림 말고도 자르딘의 이반 루코프스키, 블라디미르 클로이가 있다. 이들의 커넥션을 밝혀야 하는 과정에서 주디 림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수사관을 얻는다는 건 매우 행운이 있는 케이스다. 둘은 막 동성애 관계에 들어가 있었다.
오정화와의 첫 미팅은 2004. 9. 1. 요원 로빈 호건스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프로젝트를 설명하자 예상대로 오정화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오정화는 제의를 받은 지 사흘 뒤에 합류를 수락했다. 우린 합의하에 그 사실을 서울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한국경찰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션을 받은 오정화는 2주 간의 언더커버(잠입) 캠프를 이수한 뒤 한동안 주디 림과의 신뢰를 쌓는데 주력했다. 휴가를 이용해 함께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년 등지를 여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 개월 동안 아무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이 시기에 자르딘과 관련됐다고 의심되는 세 건의 청부살인이 더 일어났다. 조사를 해보니 그 가운데 한 건은 주디 림이, 다른 한 건은 불라디미르 클로이가, 나머지 한 건은 놀랍게도 오정화 본인이 처리한 것으로 의심받는 사정에 이르렀다.
오정화를 심문한 결과 완전범죄를 노렸으며 주디 림 측의 신뢰를 받기 위해 하는수없이 가담했다고 해명했다. 팀은 더 큰 결과를 얻기 위해 그녀 말을 믿고 용의선상에서 제외시켜주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2005년 1월, 오정화는 자르딘에 포섭되었고 한 건의 청부살인을 더 실행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이반 루코프스키와 블라디미르 클로이, 주디 림을 모두 검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자르딘 조직원 두 명이 사살됐고 이반 루코프스키가 복부에 관통상을, 주디 림이 팔에 관통상을 입고 체포되었다. KC-7 요원 로빈 호건스, 제이시 설리반, 알렉스 만도 어깨와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체포된 이들은 조사와 비공개재판에서 오정화의 범죄에 대해서만 진술했고 다른 모든 건에 대해선 침묵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팀은 고심 끝에 증인보호프로램을 가동하기로 했고 마침내 오정화가 주디 림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주디 림의 증언을 통해 이미 체포된 인물들 말고도 자르딘과 관련해 청부살인에 가담한 일곱 명의 러시아계, 아일랜드계, 히스패닉계 용의자들을 더 체포할 수 있었다. 또한 청부를 의뢰한 23명의 인사들을 체포했고 그 가운데 12명을 재판정에 세웠다. 관련 인물(별도 파일 참조)들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이 수사와 재판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KC-7 프로젝트는 관련인사들의 로비로 그해 9월에 종료되었다
그 직후 주디 림은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따라 새 신분을 부여받고 아이오와에 정착했다.
한편 한국경찰은 오정화의 비밀활동을 포착하고 FBI와 뉴욕경찰국에 강하게 항의를 해왔다. 결국 그녀는 2005년 10월에 한국으로 전격 소환되었다.
우린 오정화가 발휘한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차후 FBI의 다른 미션을 부여해볼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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