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어머니가 죽은 뒤 몇 주 동안 그녀의 체크무늬 앞치마가 부엌문 뒤 고리에 여전히 걸려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일은 마치 상처에 소금이라도 들이부은 것처럼 날 화나게 했다. 어머니의 세면용품과 분첩과 머리빗이 고의로 욕실 녹색 선반 위에 남아서 날 조롱하쓰던 옷장 서랍을 열 때마다 얼마간 내 얼굴에 계속 풍기던 그녀 냄새의 메아리마저도. 모든 것이 나를 무기력한 분노로 몰아갔다. 마치 그고 상처 입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책들도. 그녀의 신발들도. 어머니가녀의 스웨터가 어떻게든 내 스웨터 더미로 기어들어가서 비열하게 이를 보이고 웃으며 고소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한 번의 포옹도 없이, 한마디 설명도 없이 떠나간 어머니에게 화가 났다. 결국, 어머니는 물 한 잔 건네지 않고, 미소도 짓지 않고, 약간의 사과도 두세 마디 유쾌한 말도 없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문간에 선 택배 배달원, 행상과 헤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이별에 무신경했다. 내 모든 유년 시절에 걸쳐 어머니는 결코나를 식료품점이나 이상한 앞뜰이나 공원에 홀로 남겨두고 떠난 적이 없었다. - P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