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우리는 세상 밖으로 달려나갔다. 모두와 이별한 밤이었다. 우리가버려진 그날 이후 지금까지 누구도 폐기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쇠창살 밖으로 밤의 풍경이 멀어져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그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봉아, 곤이야, 봉곤아, 하고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사람들을 생각나게했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는 옅게 자주 슬프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멀어짐을 느낄 때마다 어째서인지 나는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만 같다. - P3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지시들 중 어떤 것도 「쇼아」가 속하는 예술에 적용되지 않는다. 재현불가능한 것이 재현의 옛 논리에 대립하는것이 아니다. 반대로 재현가능한 주제들과 그것들을 재현하는수단들을 제한하는 모든 경계선의 제거가 재현의 옛 논리에대립한다.
반재현적 예술은 더 이상 재현하지 않는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재현가능한 것들의 선택이나 재현수단들의 선택에 있어서 더 이상 제한받지 않는 예술이다. 바로 그 때문에학살행위를 개인들의 사적인 동기나 상황 논리 탓으로 돌리지 않고, 가스실이나 학살장면, 학살자나 희생자를 보여주지않고 유태인 말살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바로 또한 그 때문에 학살장면 없이 민족말살이란 예외적인 것을 재현하는예술은 선들이나 색 사각형들만으로 된 회화와도, 상품세계와일상생활에서 가져온 물건들과 이미지들을 단순히 다시 보여주는 설치예술들과도 동시대의 예술이다. - P1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국 자체의 무게가 제국을 짓누르고 있어.
그는 연처럼 가벼운 도시를 꿈꾸기도 하고 레이스처럼 구멍이 뚫린 도시, 모기장처럼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도시, 나뭇잎의 잎맥 같은 도시, 손금 같은 도시, 불투명하고 허구적인 두께를 통해 볼 수 있는 세공품 같은 도시를 꿈꾸었다.
"지난밤에 꾼 꿈 이야기를 해 주겠네."
그가 마르코에게 말했다.
"평평하고 누르스름하며 운석과 표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땅 한가운데 있다가, 나는 멀리서 뾰족하고 가느다란 첨탑들로 이뤄진 도시가 세워지는 것을 보았네. 첨탑들은 달이 여행을 하다가 한번은 이 첨탑에, 또 한 번은 저 첨탑에 내려앉아 쉴 수 있게, 혹은 기중기 케이블에 걸려 이리저리 흔들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네."
그러자 폴로가 말했다.
"폐하께서 꿈에서 본 도시는 랄라제입니다. 이 도시의 주민들은도시의 밤하늘에서 쉬었다 가라고 달을 초대합니다. 그렇게 해서 끝없이 성장하는 이 도시에 달이 모든 걸 선물하게 하려는 겁니다."
"자네가 모르는 게 있군그래."
칸이 덧붙였다.
"달은 감사의 뜻으로 이 랄라제 시에 가장 보기 드문 특권을 주었다네. 그건 바로 가볍게 성장하는 것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이런 정직함의 새싹을 다시 한번 속속들이 찬찬히 살펴보면 부정한 것을 통해 정직한 것을 부여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듯이 희미한 얼룩이 차츰 퍼져 나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조그만 얼룩이 거대한 대도시의기원일지도 모릅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폐하께서는 진정한 베레니케는 서로 다른 도시들이 시간 속에서 연달아, 즉 정직한 도시와 부정한 도시가 교대로이어지는 것이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제가 알려 드리고 싶은 것은 다른 것입니다. 미래의 모든 베레니케는 이미 이순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감싸여 밀접하게 서로를 압박하며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 P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