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turnes: Five Stories of Music and Nightfall (Paperback)
Ishiguro, Kazuo / Vintage Books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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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 이야기가 수록된 중,단편집이다. <Never Let Me Go> 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정갈한 문체위에 각기 다른 다섯 – 혹은 다섯 이상의 – 뮤지션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황혼의 이혼을 앞둔 한 늙은 뮤지션이 최선을 다해 이제 곧 작별할 아내를 위해 불러줄 세레나데을 도와주는 이름없는 악사, 친구 커플의 다툼을 화해시키려는 한 친구, 볼품없이 변해가는 뮤지션 지망생에게 어느날 느닷없이 찾아온 늙은 여행객 뮤지션 부부,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뜨고 싶은 연주가, 그리고 젊은 첼리스트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주는 멘토. 다섯개의 짤막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음악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오거나 정상을 아직 밟아 보지 않은, 우리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 약간은 쓸쓸한 사람들이라는 것 정도다. 한가지 억지로 더 꼽아 보자면 유럽에서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것 정도? 각각의 이야기는 완전히 독립적이기도 하고, 특정 인물에 의해 희미하게나마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처럼 앞뒤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지적 긴장감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느슨하고 가쁘지 않은 호흡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극적인 장치는 별로 없다. 그저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음악과 조우해 어떻게 좌절하고 또 어떤 식으로 희망을 되찾아 가는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Never Let Me Go> 와 같은 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보다는, 은근 슬쩍 드러나는 흐뭇한 미소 수준의 유머와 그 뒤에 찾아오는 씁쓸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나의 현재를 되돌아 보게 하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읽기 시작해 한국에 도착한 후 틈틈이 마저 읽어 내려갔다. 한국에서는 지하철도 너무 빠르고 사람들과의 약속도 촘촘히 박혀 있어서 진득이 앉아 페이지를 넘길 여유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 책장이 잘 넘어 가지 않으면 은근히 초조함을 느끼는 편인데, 이 책의 마지막 챕터가 그랬다. 비록 두번째 소설이긴 하지만, 이시구로의 책은 다 읽고 난 후 마음이 풍성해 지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의 간결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문장들이 좋다. 덧붙여, 이 책은 한국에서의 처음 열흘동안 내 마음이 무척 어지러울때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는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지금도 그리 편치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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