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Ⅰ-1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1
칼 마르크스 지음, 강신준 옮김 / 길(도서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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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 지음, 강신준 옮김, 자본 I-1 경제학 비판, 도서출판 길, 2010년 1판 4쇄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은 영문 번역판을 다시 번역했는데 반해 강신준 교수의 번역판은 독일어 원판을 번역한 것이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자본> 은 총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경제학 비판” 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부분은 전체 <자본> 의 첫번째 부분에 해당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본> 의 1권에 해당하는 경제학 비판만이 마르크스 생전에 출판되었고, 2권 “사회주의 비판” 과 3권 “경제학의 역사” 는 그의 사후에 엥겔스를 비롯한 사람들의 주도하에 정리되고 출판되었다.


마르크스가 <자본> 1권에서 다루는 내용은 크게 세가지이다. 먼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의 의미와 생성 과정, 그리고 잉여 가치와 자본이 축적되는 과정을 이론적으로 다룬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경제학을 비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아마 이 부분이 마르크스의 <자본> 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노동에 의한 잉여 가치의 축적을 현실에서의 노동 문제와 연결시키고, 이것이 계급간의 갈등으로 전화되는 과정을 적시한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이론적 토대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에 버금갈 정도로 그 당시 열악했던 노동 문제에 대한 상세한 묘사에 힘을 쏟는다. 그의 눈에 비친 생산 과정에서의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사회적 문제였을 것이고, 그는 천재적이고도 명쾌한 분석으로 계급 투쟁을 위한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2010년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마르크스의 이론에 여전히 동의를 하는 것은 분명 멍청한 짓일 것이다. 그의 이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반박을 받아 왔고, 마르크스 주의자들에 의해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되어 왔다. 더이상 그의 이론은 신선하지도 않고 이론저으로 냉철하지도 않다. 그는 때로는 감정에 치우쳐 현실을 호도하기도 하고, 불합리한 가정을 앞세워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현대 경제학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들도 그의 책에서는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심지어 당대의 경제학자들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상식들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자본> 은 확실히 낡았다. 때문에 만약 누군가가 아직도 마르크스와 <자본> 을 들먹이며 노동 운동을 하려고 한다면 그는 아주 멍청하거나 아주 미련한 사람일 것이다. 현대의 노동 운동은 반드시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에서 다시 설계되어야 하며 최소한 현대 맑시즘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기존 맑시즘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 정도는 살펴 봐야 한다. 마르크스가 주창한 노동 문제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 울림의 폭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그토록 주장했던 것처럼 이론적 토대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정치적 주장은 공허하고 나약하다. 나는 과거 노동 운동 혹은 학생 운동을 했던 나의 선배들중 몇명이나 이 <자본> 을 정독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들이 그 시대에 어떤 수준 이상의 신념이나 믿음을 가질 정도의 단단한 이론적 토대는 더이상 이 책에 없다. 나의 선배들중 몇명이 마르크스-레닌 주의에서 탈출했는지, 혹은 그것을 극복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많은 이들이 <자본> 을 읽기를 희망한다. 마르크스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마지막 경제학자였을 것이다. 그는 아주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심장이 어리석어 보이지 않게끔 해주는 냉철한 머리도 가지고 있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일개 대학원생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논리적 오류들이 가득한 이 책은 그래서 아직 매우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하고 여전히 토론되어야 한다. 우리가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여기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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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ngkiller 2013-05-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날까지 여전히 마르크스에 동의를 하는 것이 왜 멍청한 짓인지, 또 일개 경제학 대학원생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논리적 오류들은 무엇인지...
혹시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따지는 게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내키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이가없다 2014-07-13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본>을 발로 읽지 않는한 쓸수 없는 리뷰다. 아니, 진짜 읽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맑스와 <자본>을 들먹이며 노동운동을 하려한다면 멍청하거나 미련한 사람이란다. 나는 이 말을 리뷰어에게 반대로 되돌려주고 싶다. 맑스와 <자본>을 읽지 않고 노동운동을 하려는 사람은 정말 멍청이거나 미련한 인간일 것이라고. 바로 오늘 이 시대, 노동에 대한 자본의 폭압적 공세가 극도에 달한 이 시대의 이 한국땅에서 <자본>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책이고 가장 새로운 책이다.
하나 더. 맑스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경제학 '비판자'다. 맑스는 전공이 철학이며, 스스로 정치경제학 비판을 자신의 임무로 여긴 사람이다. 근데 맑스더러 인간에 대한 근본적 애정을 가진 마지막 '경제학자'란다. 리뷰어가 애지중지하는 '현대 경제학(다시 말해 부르주아 경제학)', ' 경제학자들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상식'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바로 맑스의 의도이고 <자본>의 진정한 의의인 데도 말이다.
도대체 리뷰어는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나 알고서 리뷰를 썼는지 궁금하다. 그냥 개나소나 다 떠드는 맑스와 <자본>에 대해서 자기도 한마디 지껄이는 것으로 알량한 허영심을 만족시키려는 의도였는지. 그렇다 하더라도, 이 리뷰는 너무 졸렬하고 멍청하며, 리뷰어는 너무 무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