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라는 미지의 국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후루룩 뒤적이는 찰나에 보여진 그 자체로만도 귀여운 일러스트가 무슨 얘기들을 담고있는지 너무 굼금했다. 매끈하며 두께감있는 새하얀 지류와 투영하게 맑은 파란펜의 그림들이 모인 한 권은 이게 작가가 느낀 핀란드였구나 하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종이책은 당분간 전자책과 타협할 수 없는 우위를 선점했다) -한 사람을 만나 시작된 여행의 출발점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듣는 것도, 일정에서 너구리를 끓여먹거나, 몸이 않좋아 멋진 뷰를 볼 기회가 사라진것도 어찌나 소소한지 그게 그냥 멋졌다. 보통 여행기라 하면 (특히나 이미지가 우선인 경우) 저자가 다녀온 곳, 먹은것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습득하곤 보통의 이국적인 상황으로 일반화해버리기 쉬운데, 작가가 경험한 관점으로 (일러스트화) 보여주는 방식이 꽤나 신선했다. (그 어떤 페이지에서도 실사 이미지가 없다) 덕분에 단순 ˝핀란드˝라기보다,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핀란드˝에 다녀온 느낌이 더 잘 표현되었다. (핀란드에 대한 인포는 구글에 물어봐야겠지) 사실 개인적으로 별 관심없는 먹는투어로 얘기가 새는 것 같아 (물론 중요는 하지..) 맛집소개서인가 하고 도중에 그 정체성을 의아해 하기도 했다. 몇 몇의 페이지에서 인쇄의 문제 탓인지 중간중간 이미지 상태가 들쑥 날쑥한건 조금 아쉬웠다. 아마 작가가 여러 노트에 그린것을 스캔한것인지 마지막 편집상태에서 통일되게 톤을 맞추려는게 미묘하게 보여 아쉬운 디테일이 드러난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런 멋진 책이 만들어 졌기에 보이는 옥의 티.작가가 다녀온 여행은 멋지고, 알려준 핀란드도 아름다웠다. 다음에는 작가가 어떤 다른 얘기로 찾아올지 기대된다.
책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 만으로도 이 책은 당연하게 호기심을 일으키기 분명했다. 어느 누가 학생시절 자신이 가지고 다녀야 했던 문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없었을 것인가? 그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한다면 저자는 타깃 설정에서 이미 엄청난 수준에 이른 고수임에 틀림없다. 사실 영국인 (본의 아니게 저자의 활동 구역이 수시로 노출된다)으로 바라 본 관점 탓인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낯선 제품이 추억의 문구로 등장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그건 나름의 신선함도 독특함도 느낄 수있는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매번 이미지 검색을 할 수고로움을 격을 수도 없으니 몰라도 아는 척, 알아도 모르는척 하고 책장을 넘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잘 쓰던 대학 노트가 리걸패드라는 낯선 분으로 등장하는데, 차마 그게 그걸 뜻할 것이라 예상조차 못했다. 포켓프로덱터 라는 용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너무궁금한 나머지 구글링..)문화적이 차이를 어쩔 수 없이 경험하고 나서는 문구 그 자체에대한 집중은 꽤나 흥미롭다. 특히 펜에 대한 아주 사소한 시작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의 확장성은 (이미 내가 경험해본 문구인 탓인지) 펜에 대한 경외심까지 품게 만들었다. 그런 이미 보편 기본적인 몇몇의 대상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심도있게 문구얘기를 풀어내지 못한 점이 (그 폭이 너무 상대적인 탓인지) 조금 아쉬웠다. 후반부의 조금 자질구레한 잡담이 뭔가 용두사미. 그래도 작가가 보여준 세계관은 멋지고,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인 대상으로써 구축된 공간을 엿보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도록 좋았다. *바로 이전에 감명깊게 읽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가 피력하는 가치관과 상충되는 점이 엿보여 다소 어지러웠다.. (다시 물건을 모아야하는 것인가..)
어른이 되면 조금이라도 분명한 가치관이 자동으로 나이가 채워지 듯 갖춰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지고 있던 방향마져 모호해짐을 느끼고는 한다. 개인주의로 살건 집단주의를 추구하든 이건 도대체 어떤 답을 제시하려하는지가 궁금했다. 저자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겪어온 그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흥미롭다. 분명 이 분은 위트로 가득차있어 툭하고 치면 냉소적으로 상황을 간파할 무언가를 확실하게 제시해줄 것만 같다. 조금은 조심스러우면서 결국 할 얘기는 다 하고마는 그런 사람. 다음 챕터에서는 이 아저씨가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할지 그냥 사회경험 많은 분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마음으로 관심이 갔다. 아직은 불완전 하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지만, 이미 그 기대감에 더한 감상을 주기에 이미 체념한 내가 보였다. 글쎄 무엇을 바라며 내일을 바라고있는건지 이 끊임없는 질문가운데 한 아저씨가 건내는 말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음은 분명했다.
물건 버리고 조금공간을 만들면 그게 이 저자가 추구하는 단순한 삶이라 생각했다. 또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접하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하며. 사실 미니멀리스트 추구 이면에는 행복하게 살고자하는 인간 본연의 목표에 기인한 것일 뿐, 그 이외는 없는 듯하다. 단지 그 길로가는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할 따름이다. 저자가 설득하는 방식이 독특하리라 할 만큼 위트있고 단순하기에 나도 모르게 버릴 목록을 가정하며 행동으로 옮기고있다.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누구나 말하는 것 처럼 아주 사소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에 심취한 성향이 의외로 여겨질 만큼 상업적인 결과물에 선을 긋는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소 러프한 그렇지만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그런 단순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