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어서 여러번 나눠읽다보니 저자의 의미전달을 확실하게 전달받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적인 프레임안에서 무언가의 울림이 강하게 느껴지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꼭 한번 다시 읽어봐야 정확한 의미파악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겠으나, 면역이라는 조금도 흥미를 돋구지 않는 주제에 관해 이렇게 드라마를 섞어 설득력을 구현해 낼 수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책판매를 위해 가져온 부제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름만 내밀면 저명한 분들께서 왜 추천을 마다하지 않았는지 자연스럽게 수긍이 간다. 다소 미국이라는 지역적 특징이 반영된 듯한 인상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글로벌한 국제화에 있어 그런 것 쯤은 그냥 넘어 갈 수있지 않겠어? 라는 약간의 불친절한 안내는 저자의 본능이라기 보다 다양성에 대한 무지에 따름인것 같다. 어쨌든 생각만큼 (내가 피부로 느끼기에) 아직 한국에서는 예방접종에 대한 거부가 그녀의 환경만큼 거세지는 않기에 그저 타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현상이겠거니 하고 바라보게 된다. 오히려 감탄한것은 문장에서 드러나는 비유와 개인적 경험을 통해 전개하는 탁월한 글솜씨(?)였다. 백신의 이면에 도려한 사회구조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내부에 박혀있어 그것이 부정될것이라 추호의 가능성도 열지 않았던 나에게는 조금 충격적이기까지하는 과제를 던저주기도 했다. 면역에 관하였지만 적어도 면역에 관해서만 얘기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은 훌륭한 글 이었다.
그냥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셨구나˝하고 간단하게 넘기기에는 너무 가볍지않은 감상이 몰려와서 잠시 당혹스러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어느것 하나 걸리는것 없이, 저자가 바로옆에서 소근소근 (하지만 묵묵하게) 얘기하는 느낌이 들어서 주르륵 읽어내려간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전혀 알지못했던 직업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르포도 그러했지만 그 이면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사회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서점대상이 주는 의미가 이런것이었던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은데.. 서점사람들은 이러한 인물에 대한 동경 혹은 갈망이 있는것 처럼 느껴졌다.나에겐 지나가는 낯선이를 붙잡고 권해줄 만큼 거리낌없는 동화같은 소설이었다. 누군가에겐 자기계발서저럼 느껴질만큼 삶에 대한 곧은 자세와 의지를 붙돋는 듯한 뉘앙스가 없지않아 있는듯. 아무나 가질수 없음을 알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의 올곧음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울 따름이다.
당장 어떤결과를 얻기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하면 대중들이 영어를 대하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쉽게 체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것이기에 차근차근 작가가 이야기하는 논지에 귀기울일 수 밖에없다.사실 언어에대해 구체화해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어떤 다른 분야에 적용해서도 사용해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포괄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 주제를 확장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작가가 제시한 몇 가지의 방법에 대해 직접 시도해 볼 용기가(?) 바로 생기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관심을 갖고 영어를 대할 때 문득문득 작가가 던진 화두가 떠올라서 실천할지도 모르겠다.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한다는 간접적인 세계관의 형성. 그런 거창한 목적론을 일부러 되새기지 않아도 자연스레 몸에 배여있으면 좋으련만, 공교육과 사교육을 완벽하게 거쳐온 나에게 그런 인위적인 자극이 없다면 이미 체제화된 선입견이 무너질겨를이 전혀 없어보인다.
아쿠타가와 수상이 결정되어 신문 한쪽에 기사기 실렸길래, 이번에는 어떤 난해한 이야기가 관심도 없이 잊혀질까 하는 마음에 쓱하니 헤드라인만 힐끗하고 넘겼다.<편의점 인간>이라니. 모두 알고있으며, 그동안 무관심에 속해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던 그 주제가 드디어 민낯을 드러내고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했다. 이미 편의점은 백화점을 능가하는 성장속도로 유통채널의 신 영역으로 그 주목성을 한 몸에 받는 동시에, 신문 한 장을 넘기면 알바의 대표적인 상징의 직업군으로 을의 관계를 대변하는 (지금의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역할의 또 다른 얼굴을 갖고있다. 언제쯤 번역되나 했는데, 수상기사의 흥미가 조금은 잊혀갈 정도에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은 낮선 겉표지를 두른채로 판매중 이었다. 마음을 추수리고 아직은 읽을 때가 아닌것 같아 미루다가 적당한 시기를 골라 소설을 집어들었다.(정확하게는 이북을 다운받았다) 무덤덤하게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위트로 가득찬 한 권이(다소 한 권이라고 하기에 그 양이 부족한 느낌이다) 편의점이라는 특수공간에서 아름답게 빛나고있다. 개성있는 주인공의 사상이 언뜻 스쳐지나간 누군가를 잠깐이라도 떠올려 볼만한 대중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고있기에 정확히 선을 긋고 이것은 픽션이다라고 치부할 수없게 만든 그 상황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대중은 그냥 위트있는 작가의 망상에 존재된 현실로써 글을 읽을까, 아니면 현대가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상황을 재현한 나와 그 들의 관계를 재현한 작품으로 받아들일까.비정상이고 이상한것은 주인공에게 있어 그녀가 놓인 상황 그 전부였기에 정상을 강요받는 환경을 대놓고 비난하기도 힘들다. 비난은 칭얼대는 아이의 투정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은 어른됨이 바른 인간의 초상이 된 사회에서 용납되어서는 안될 금기이다. 나는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환경에 동의 하여 이미 대중의 부속이되어 그들과 사고를 공유하는 충실한 일원의 한 명으로써 그에 합당하지 않은 인간을 찾아 날마다 재판장에 올려 그들을 갱생시킬궁리만 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편의점은 그런 사회의 축소판이자 매뉴얼로 깔끔하게 정돈된 그야말로 이상화된 특수공간으로써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며 정확하게 처리해준다. 그야말로 찬양받아 마땅할 미래의 성지로써 사람들에게 자리매김하는 것은 아닐까. 이미 과거의 위치와 의미를 고집하기에 변화의 속도가 인간을 뛰어넘고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구태연한 녹슨 유물처럼.느껴진다. 불안한 이 마음을 정확한 매뉴얼에 기대고 싶은 건 사치라고 비난할 인간은 과연 누가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