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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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본인이 언급한 사항이지만 이건 중편소설이었다. 중편인지 장편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건지 페이지 수량인가? 아니면 글의 구성으로 척도를 삼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소 단절된 듯한 결말. 그것이 여운이라도 발휘할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잘 발휘하던 능력을 후반부에 들어서 최후의 순간을 감지하고서는 뒤로 빠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결말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전개는 그의 다른 소설과 같이 시간의 흐름이 서로 번갈아 얽히다 후반에 들어서 마주하게되는 방식이다. 추리소설을 나타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도 되는양 작가가 고집하는 전개방식이 나름 고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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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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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없다. 직접적이라고 얘기해서 꼭 본인이 죽을 것 같다는 경계에 서있었다는 것을 언급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를테면 친척이나 주위 사람들의 죽을을 목격하거나 관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게 장례식장은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러 번 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조성되었고, 마치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듯한 성의를 내보이듯 나는 조문을 하게 되었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듯 해보이는 고인과의 친분은 그의 가족이나 지인을 알고 지냈다는 조건으로 함께 슬퍼할 수 있다는 입장권이 되었다. 그래서 멀리멀리 돌아서 도착한 "죽음"이라는 단계에 내가 크게 감흥하거나 인상적으로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은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서로 다른 죽음과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지만 그 형태의 본질이 어떻게 다양화 되어 구체화 될 수 있는지, 나는 조금이나마 멀찍이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서 소설집을 관망하듯 읽었다. 마치 알고 지내는 사람의 엿들을 소식마냥 나와 관련있으면서도 전혀 모르고 지낸 타인 대하듯 그렇게 말이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작가이었기 때문일까. 작가가 풀어헤친 문장과 단어사이로 스며드는 전개가 빠른 속도로 머릿속을 스며드는 듯이 조심스럽게 동시에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글이 대놓고 대단하거나 엄청나거나 위압되는 모습이 아니었기에 묵묵히 퍼져나가, 시간이 흐른 뒤의 반응이 당혹스럽게 느껴지는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잘 맞아떨어져서 아무런 위화감없이 서로 얽힌 톱니바퀴마냥 죽음은 그렇게 삶에 연결되어있나보다. 뭐 그리 대단한 것 마냥 떠들어봐도 죽음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섞여서 삶과 시간에 적절히 교회될 수 있는 요소인가 보다.

이렇게 까지 삶을 포착하고 디테일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감성을 가진다면 얼마나 삶이 무섭게 다가올까. 슈퍼파워라고 불리는 히로물의 영상속에서의 그것이 꼭 상상속으로 유희되는 산물에 그치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했다. 행동하나가 인상하나가 서로 한데 모여 새로운 논의를 하고 또 다른 모양으로 그 존재의 이유를 부각한다. 그건 느낄 수 있는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의 죽음이고, 작가는 무지한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순간을 포착하여 문자로 남겨주었다. 너무 좋은 글과 작가의 감성에 더 이상 무슨 할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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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괴짜 노인 그럼프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서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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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핀란드˝ 때문에 구입해서 읽은 책이다. 신문을 넘겨보다가 소설의 작가가 방한을하며 그의 소설을 배경으로 한국을 언급하며 그곳에서 그럼프가 등장할 것이라 했다. 일단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핀란드에서 그렇게나 많이 읽히고 사랑을 받았다는(혹은 그렇게 마케팅 된) 소문의 책에 대해 나는 분명한 호기심을 전달받았다.

묘사인지 독백인지 대화인지 도통 구분없는 서술방식이 낯설었다. (그래도 친절하게 ˝내 생각이 소리로 나왔나보군˝이라며 대충 넘겨집는식으로 구분해준다) 이게 핀란드식 유머인가? 주절거리는 노인네의 푸념아닌 자기고백이 쓸데없이 바쁘게 나열된다. 하지만 곧 화자 본인만이 진지하게 풀어내는 생각은 병렬적으로 나름의 규칙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걸 깨닫기에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독자는 금새 그의 화법에 감탄하며(그건 순간적으로 발생되어 명확하게 구분짓기 힘들다) 매료되기 때문이다.

유언장을 보며 애틋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나와 할아버지의 지난 기억을 떠올려 보게되었다. 뭐 그리 어려울 것도 전혀 없어보이는데 미리 만들어 놓은 사고에 갇혀서 복잡하고 껄끄러운 존재로 치부해 버렸던 것이었을까. 기억하는 것만으로 밖에 그 아쉬움을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다. 아마 살아 계셨더라도 나는 결코 조금의 관계개선에 노력하지 않았겠지. 사람은 그럼프가 말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어리석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극도로 현실적이고 때문에 더욱 낯설게 보이는 지금의 나의 상황이 그대로 엿보인다. 세상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가공된 한 컷이미지로만 가득한 행복한 낙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는 완전히 이해하면서도 호응에 열광하며 추종하는 이분법적인 균형에 길들여진 현대를 나는 향유하고있다. 나도 이제는 비꼬는 심드렁한 태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자세가 뭐가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이해할만한 나이를 먹었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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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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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읽는데 이건 내가 기대하던 글이 전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난 당연히 소설책이라 (심지어 판타지가 조금 가미된 픽션일것이라 생각) 집어든 도서 리스트에서 구입했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어느 유유자적한 별장을 연상하게 하는 책커버의 이미지도 그러한 기대치에 한 몫했다. 무슨 책이길래 이리도 많은 추천사와 그 많은 수식어가 붙는 건지 책을 덮기전에는 분명 알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어느 한 미국인의 이야기이다. 근데 그 화자라는 것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심지어 나와는 동년배인)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엄청나게 특별한 한 미국인이다. 모든 것은 주변의 도움없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지금의 본인이 없었을 것이라는 겸손을 마다 하지 않지만, 결국 본인의 선택에 따른 보상이 그에게 넘쳐나 보인다. 단순히 그 과정이 정말 어떠했을지 그가 묵묵히 서술하는 글속에서 조금이나마 가늠할 정도이지만 내가 추측하는 것 이상으로 그가 들인 노력과 인내는 차마 헤아릴 길이 없어 보인다. 분명 한 번도 가본적없는 전혀 다른 나라의 얘기를 늘어 놓고있는데 이렇게 까지 동감하며 이해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사실도 신기한 경험이다. 어쩌면 축복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 그래서 그것을 계기로 삼아 더 나아갈 수 있게된 저자의 태도에서 우리가 꿈꾸고자 하는 희망에 대한 기대는 결코 희박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소 극히 원하는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일지라도 말이다) 뭔가 이상에 대한 꿈을 꾸며 모두가 행복한 낙원을 얘기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다. 그건 결코 감당해서는 안 될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아니며 조금의 변화도 없는 수동적 태도를 가진 인간에게 널리 퍼지는 기회도 아니다. ˝운˝은 절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지 않을 뿐이다.
나는 ˝운˝이라 가볍게 여기는 ˝노력˝에 대한 다소 낯선 모습을 그저 대중들이 말하는 관습에 따라 치부했을 뿐이라 변명했다.

자신을 사랑하며 가족을, 공동체를 더 나아가 나라를 생각하는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그것이 생각보다 제3자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가슴벅찬 뿌듯함을 느끼게했다.


*영화화 될 것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조금 거슬렸다. 아마 글이 풀어낸 감정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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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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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는 책을 읽고있었는데 다큐멘터리보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경연을 모티브로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서술하는 감정이나 세밀한 인물들의 묘사가 뒤엉켜서 마치 그것이 실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누가 경연에서 입상을 하는거지?˝ 하며 시상순위를 알아내는 것이 주요 목적인것 처럼 결말을 서둘러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하는 뭔가 모를 부끄러움이 다가온다. ˝음악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실력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어느 예술영역에서나 그런 질서는 없을 터) 라는 의제에 대해 의문을 자꾸 제기하는 작가의 의도도 있기는 했지만, 사실 들리지도 않는 글들의 아름다운 연주속에서 평가의 목적을 향한 공허한 감정만 남기때문이다. (때문에 아얘 분명하게 입상순위를 마지막장에 공표한건 다소 당혹스러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처럼 추측으로만 귓가에 맴도는 피아노의 선율만 찾아 헤매인다. 그래도 심심한 귀를 어찌하지 못하고 mp3에 남아있는 몇 곡의 클래식으로 아쉬움을 해결하고자 했다. 작가의 7년을 단숨에 소화해버린것 같아 약간은 미안하기도 했지만, 책장을 넘기며 그 길고 긴 문장에 겹겹이 쌓인 감정들은 쉬이 잊혀지지 않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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