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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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 권위있다 손꼽히는 문학상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고민의 순간이 무색하게 나의 결론은 빠르다. 나에게는 적어도 이 소설 한 권이 그에 대한 모든 답변이 되었다.

소년기의 기억과 그 가운데 일어난 사건, 그 사건이 현재시점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성은 간간히 어떤 특정한 소설을 연상하게 했으나, 절대적으로 다르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소설은 글자 하나 하나가 존재의 가치를 의식하며 단어가 되고, 또 그 단어들은 새로운 경계를 향한 겁도없는 돌진을 하며 한 문장을 구성한다. 문장들은 글자를 쫓기에 급급한 독자들의 눈동자를 단번에 매료시킬 문단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흡수하고, 작가가 구현한 기대의 공간속으로 시간을 현실화한다.(기억하지 못했던 과거 주인공 편지의 카피본의 존재가 모든걸 말한다) 영문에서 번역된 상태가 이러할 정도이면 원작의 존재는 감히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 정도일까.

이 소설을 한 번 읽고나서 갸웃거리는건 비정상적인 행동은 아닌듯 하다. (옮긴이의 글에서도 언급됨) 책을 덮어도 낱개로 흩어져 버린 퍼즐조각들이 좀처럼 모일 생각을 않는다. 작가가 내팽겨쳐 버리듯 불친절하게 던진 조각들이나 맞추려고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그 끝이 어디인지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하행길 등산객들의 달콤한 입버릇처럼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영화감독들이라고해서 이런 유혹에 당연히 빠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자매품으로 동명의 영화도 있다하니 살펴보시길. 영화의 실망은 피할 수 없는 부록이요, 소설의 원작을 숭배하기위한 위대한 업적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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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판사 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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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기 그지없는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공감되는 얘기를 풀어내니 오히려 그 모양새가 낯설다.
저자가 서두에 언급해 두기는 했지만, 이 책 자체가 한 권을 염두해 둔 글들은 아니기에 그 구성의 조합이 조금 어지럽기는 하다. (마치 위험물질을 다루는 사전 경고문처럼 챕터마다 이 글들의 본래 출처를 언급하게 편집되어 있어, 독자들은 절대 그 사유를 잊어버릴 수가 없다; 논란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직업적인 노련미가 반영된 것일까) 글은 작가 개인의 감상적인 에세이에서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게하는 논의로 제시되더니 이내 직업적인 정신을 가다듬고 많은 사례로 넘어가며 함께 생각해 볼 잡담같은 결론으로 한 권이 되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책의 단점으로 치부하기보다, 두서없이 배치한 글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책의 이유처럼 보이게 일부러 만든 장치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런 대단한 직업을 가진 분과 잡담을 나눌 기회가 얼마나 많이 있겠는가. (여러분 법정에서 만나요~)

작가의 글은 다른 책에서도 그러했지만 그 속에 따뜻하고 유머넘치는 위트가 잔잔하게 깔려있어,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는 화제도 결코 어려운 내용처럼 다루지 않는다. 글을 받아들이는 생각은 어찌되었든 독자 맘대로의 판결에 맡길 수 밖에. 이럴때 마음껏 판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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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납 공부
줄리 칼슨.마고 거럴닉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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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미 완성된 정리정돈 상급자를 위한 지침서. 섣불리 열어보았다 관망하던 채로 책을 덮을 수 있으니 주의가 요망됨. 어려운 글도 아니고 생각도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시키는대로 하기만 하면되니까. 다만 독자가 기대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채광이 좋고 아름다운 (그리고 넓은) 자가소유의 집 한 채는 필수이니 기억해 두시길. 마치 저자는 당연히 다들 그런 집 하니쯤은 다 가지고 있을꺼라 확신하고 그에 대한 조금의 언지조차 안해주니까.

저자는 사실 좋은 수납을 위해서 이것도 필요 할것이고, 이런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거라 생각해 친절하게 각각 필요 소품 구입처의 리스트도 잘 정리해 기록해 두었다. 다만 독자는 어떤 수납용품을 어디서 구입하는지 몰라 엉망이 된 물건들을 쌓아두고 수납하지않는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 (심지어 죄다 미국기준의 웹사이트; 수납은 외국산이 최고란다)

모델하우스의 잡지를 뒤척이듯 잠시동안의 현실감각을 망각한 아름다운 독서시간이었다. 실천따윈 바라지도 않는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납공부를 위한 완벽한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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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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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가치관을 버리고 다시 만들라 했다. 독자들은 허세와 타인의 관심을 기초로한 거짓 토대에 삶을 의지해 왔으니 말이다. 이건 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인가 했다. 그가 한 말에 거부감이 들수록 나는 마치 잘못된 가치를 애지중지하며 고수해 온 루저 처럼 보였다. 사실 작가의 얘기를 취할것인지 버릴것인지는 언제나 그러하듯 역시나 독자에게 달려있다. 나는 그래도 그가 무슨 헛소리를 떠드는지 끝까지는 지켜봐야겠다 생각하고 잠잠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삶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 만큼이나 그 각각은 뛰어나고 독창적인 존재로 여겼다. 나는 스스로 누구보다 특별하고 뛰어난 존재이며 가슴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면 사회가 또는 대중이 우러르는 그 무언가의 성공반열이 열어줄 긍정적인 미래에 대하여 조금의 의심도 품지않았다. 나는 모두가 특별하다면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다는 단순한 계산법을 간과했다. 내면의 신앙에 집중한 나머지 나의 절대적인 신뢰에 대한 어느 누구의 반박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히 나를 세우고 긍정해 무한의 자아를 확립하는 과정이며 모든이의 진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반박한다. 불완전한 너를 항상 의심하고 평범하다 마지못한 너를 받아들여야 했다. 죽음은 항상 껴안고 있어야 하며, 무언가 행동은 끊임없이 하되 타인에게 감정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했다. (모든 네 일의 책임은 너) 누군가는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하겠다. 당연히 이런 헛소리는 누가 이렇게 하라고 한다 강요한다 하더라도 (설사 그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되는 분명한 기준이라 하더라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남얘기 일 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나하나 나열하며, 이 쓸데없어 보이는 글자들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난 적어도 그의 제시에 인상깊은 무언가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너무 많이졌다. 작가는 답을 알려주는 듯 하면서 어떤 끄나풀도 던져주지 않았다. 나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어떤 가치위에 내 기준을 마련할 것인지. 허세와 잘났던 나에게 어떻게 깔끔한 이별을 고해야 할지. 타인에 의지했던 책임의 방향을 다시 나에게 돌리는 방법을. 거절을 내재화하고 그게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신경끄기의 기술˝ 누가 이따위로 제목을 지었는가. 제길 신경쓸게 한 두가지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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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쉬운 글이 아니었다.
뭔가 씁씁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들만의 얘기처럼 느껴졌다. 어떤 이유로 나는 그렇게 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걸까.

단지 일본이라는 타국의 카테고리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세대가 다르기도 했고, 각각의 이직자들이 겪은 경제상황 또한 나와는 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잠재적인 소양에 있어 그들은 너무 발전적으로 열심이었다. 그게 연봉 이라는 구체적 숫자의 목표이기도 했으며, 본인의 기대치에 비하는 직무형태이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활동에 대한 의지이기도했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열심이며 불쾌할 정도로 누가 보아도 올바른 행위로 (그들은 결코 그것이 사회관습에서 올바르지 않은 행동의 변화라 주장하지만) 인터뷰를 편집한 저자 또한 그러한 측면에서 그들을 마주했다. 단순히 한 순간의 상황을 보고 정리한 것이 아닌 오랜 시점을 두고 관찰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로운 점이었다. 다만 그 각각의 노력에 대한 결론은 결국 장미빛 미래이며 마치 독자 또한 조금이라도 그 예상에 대한 기여를 마주하기 바란다는 여지가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저자의 서술이 과도하게 평가되어 거부감이 드는건지 아니면 현재의 내가 그의 글을 마주하기 힘든건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흥미로운 책인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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