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채식주의자 : 한강 연작소설
한강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책을 구입해 놓고서는 걱정되는 마음에 열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구입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잊어버린 척을 했다. 갑자기 유명해진 탓에 시류에 따라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에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건 소설이다.
-
신문기사에서는 맨부커 상이 어떤 것인지와 더불어 한국어를 공부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십대의 젋은 번역가에 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듯 했다. 어쨌든 언론은 사람들의 흥미로운 식감만 자극하면 되었다.
-
낮잠을 너무 잘 잔 탓인지 날이 넘어가는 시각에 이만큼 좋은 타이밍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열고 소설을 읽어 내려가기엔 여간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간략하게 나마 알고있었던 내러티브 보다 훨씬 어둡고 무거운게 이 소설에서 받은 가장 큰 인상이다. 이해하려고도 혹은 크게 와 닿지도 않은 그들의 상황이 다소 낯설면서 왠지 이미 정해져 있던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소 모호한 경계에서 드러난 불완전한 형태가 오히려 ˝그게 현재를 보여주는 지금이다.˝ 라는 느낌이다. 잘 정비되고 계획에 맞춰 진행되는 모든 것이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이라는것을 느끼기엔 소설속의 그들이 너무 거북하리라할 만큼 비이상적이다. 정상적이라는 정의가 비정상적인 모순이라 얘기하지 못할만큼 나는 어딘가에 매여서 어떤 불만도 제기할 수 없는 소시민에 불과하다. 고민따윈 조각난 거울처럼 어떤 자아도 제대로 바라볼 수없는 상태에 이른 나를 소설을 읽는 내내 소극적으로 언뜻 내비춰 볼 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기시미 이치로 지음, 장은주 옮김, 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가벼워지긴 커녕 마음이 무겁다.˝
시니컬한 응답이긴 하나, 소소하게 나마 열거되는 그 방법론이 전혀 모르지 않아 온 익숙한 명제들이었기에, 이제 와서 스스로에게 적용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완독의 반응은 그 부담감이 앞서 왔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삶은 만나는 부정확한(예기치못한) 사례들과 조우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다시 각인 하게 된다. 삶이 이렇게 까지 복잡하리라 할만큼 까다로웠던 것이었을까? 이전에도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적이 있었을까 하고 기억을 되살려보려 했다. 헌데, 과거의 경험과는 단절하라라는 저자의 논조에 일반적으로 사고해온 관습이 당혹스럽다. 어쩌면 결과의 원인이라도 정확하게 끄집어내어 그 피해 감정이라도 수습해 보려했던 오랜 전통이 무색하리라 할만큼 구차한 변명거리 밖에는 안되었었나 보다.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 남아야 했던 기억이 구제 받지 못했던걸까? (이건 또 무슨 핑계거리란 말인가..)

타인을 조종하지 말 것. 타인을 대등하며 존경과 배려의 대상으로 마주할 것. 자아의 분위기로 타인을 판단하려 들지 말 것. 작가는 내면의 오해로부터 싹트는 타자에 대한 인식의 어떠한 오해조차 마련할 틈을 두지 않는다. 현자의 말이 이렇게도 이상화 되었던가? 머리로는 알겠는데 도저히 상황의 중심에 놓인 나는 그 구체화를 실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저자는 큰 변화 보다 작은 실천에서 도전하기를 계속해서 종용한다.
실로 그렇지 않아도 미움받는 나를 어떤 사람이 두팔벌려 환영하겠는가. 낙관은 있어도 낙천과 비관은 지양의 대상임에 분명함에도 모든 이가 저자가 말하는 (오히려 더욱 계획적인)인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논하고자 하는 과정에 있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에 의미가 있지는 않겠는가. 반복 되는 책장속에 계속해서 특정 누군가를 떠올리고 회사 내의 관계를 상기하게 되는 모습에 어이없기도 하며, 이게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인가 하는 순간이 연이어졌다. (저자는 과연 심리상담가였다) 딱히 답답해서 혹은 심리상담가라는 전문가의 소견을 적용하려 했던 이유는 아니었다.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다양성의 존재에 마주함에 앞서서 고민하게 되는 과정에 그저 하나의 관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것이 파장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든 아니었든 문제에 대한 답은 아직 나에겐 오리무중이다.

다소 돌출 된 느낌이긴 했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전에 보았던 저자의 얘기외 동일해 결국 과정은 달라도 향해 가고자하는 방향은 모두 동일한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체를 보되, 오늘을 중요시 할 것. 나를 찾되, 타인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것. 어찌되었든 나는 오늘도 고민에 빠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디지털 파괴 : 기존 시장을 뒤엎고 고객을 유혹하는 혁신 전략 - 기존 시장을 뒤엎고 고객을 유혹하는 혁신 전략
제임스 매퀴비 지음, 김상현 옮김, 손재권 감수 / 문예출판사 / 2014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중간까지 읽다가 집어던져버림 (실제로 던져버리고 싶었으나 이북이므로 삭제하는 것으로 대체함) 이런 개론적인 얘기를 듣고싶어 구입한 책이 아니었음. 내가 읽은 부분까지는 저자가 디지털에 대한 무한신봉만 늘어 놓고있기에, 그 영향력이나 강점이 충분히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상황이 역설적으로 저자로인해 역겹게 드러나는 듯 했다.

왜 이런 급격하게 소비되어 사라질 얘기를 200페이지 넘게 주절거리는지 모르겠음. 이미 인쇄됨과 동시에 시대에 뒤쳐져버린 역사. 정말 과거의 유물에 틀여박혀서 아날로그만 고집하는 고정관념 주의자만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시대로의 안내서 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모든 것은 소비다 - 상품 미학적 교육에 대한 비평
볼프강 울리히 지음, 김정근.조이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배경지식이 무지한 독자와,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직역이라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조합이 완성될 때, 나는 구글번역기에 돌린듯한 글을 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닳았다.
나는 독일어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난 독일어 문장구조의 개론을 엿본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공역이었기에 그 느낌은 배가 된 것일까? (책의 본질인 소비구조 주제 보다 더 임팩트있다)
아무리 전자책이긴해도 쉼표없이 이뤄진 네 글줄의 문장을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면, 특히나 번역된 글을 읽기에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제품이 분명한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사실은 곧 인터넷에서 의사소통의 다양한 경로가 지속적으로 안정화되는 것에 걸맞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나는 왜 자모음의 한글로 이뤄진 문장을 보면서, 어디가 주어이고 동사인지, 어떻게 문장구조를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깊은 회의감에 빠진다. (아직도 이 문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
챕터 1부터 엄청나게 몰아 붙이더니, 일단 저자는 기존에 당신들이 소유하고 있던(있는) 소비에 대한 관점은 근본적으로부터 잘 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일단 내가 이해한 바로는) 뭐가 그렇게 잘못되었는지가 이 책의 존재 이유이긴 하나 그 근거가 꽤나 난해하게 이상하다. 아마도 이런 이유때문에 저자의 의견에 동의 하기도, 부정하기도 하게 된다. 독특했던건 실제 상품(혹은 브랜드)의 예를 많이 들어서 자신의 주장을 구체화하고자 했는데, 그 상황의 정도가 너무 많아 이 책의 구조 자체를 예시를 카테고리로 재정렬 하여 구성하는 것도 가능 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정도였다. (그리고 그 예시가 너무 동일한 제품으로 반복적이다)

대중이 소비행위를 죄악에 비쳐 무의식화 하는것이 마치 종교의식화 하여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과 다를바없다는 주장은 꽤나 흥미롭다. 그렇게 학습화되어 소비하는 행위에 불완전함을 습득해 온 것은 내가 체득해 온 사회문화에서 분명히 그러하긴 했다. 때문에 종교나 예술이 하는 고귀한 역할을 소비행위가 대체 하려 하고있다 는 점(혹은 이미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있는)에서 무엇이 상위이고 하위대상인지 분리해 관념화해 온 비정상적인 틀을 논의해볼 시점이다.

공급자가 마케팅의 관점에서 상품을 가장 매력적이고 필수적인 것으로 유도하여 소비를 부추긴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때로는 소비자는 그런 사실을 자신에 빗대는 순간 의도를 망각하기도 하여 구체화된 이상의 환경에 부합하고자 물건을 소유/자기화 한다. 결코 이러한 일련의 행위자체는 비난 받아야 할 죄의식이 아니며, 이런 결과를 마련한 기업행위의 오만함도 없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 되어야 하며 그 자체로는 속죄의 혹은 일상의 행동으로 간주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혀 다른 회사의 화장품 브랜드 모델이 갑자기 경쟁회사의 제품에서 상품의 맹목적인 소비자로 둔갑하는 상황을 나는 굉장히 이상하게 여겼다. 대중들은 무지해서가 아니라 그런 이미지 메이킹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애써 태연한척 하는 것일까. 아님 이미 길들여져서 그런 의도에 소비행위와 분절된 이미지화를 영민하게 구분 짓는 것일까. 전선 코드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얼음조각으로 둘러싸인 남극같은 행성에서 스탠드 에어컨은 당당하게 바람을 일으키며 작동한다. 소비자들이 열광해 마지못할 이미지를 기이한 혹은 비정상적인 루트로까지 구체화된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
소비행위에 주눅들지 마라. 뭐 결국 이런 결론 아니겠는가. 그렇다고해서 나는 물건에 뒤엉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진않다. 자연주의, 환경의 책임, 크래프트먼쉽의 회복, 공정거래의 회기, 로하스 등등 새로운 마케팅의 재료로 학습되어 온 소비자가 어떻게 쉽게 그 퍼즐을 벗어나겠는가. 소비하는 이도 공급하는 이도 결국 동일한 인간이다. 나는 그 루트에서 벗어날 수없다면 나만의 결론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의 종교를 세울 수 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어떻게 죽을 것인가: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뭔가 분명한 정의를 내려줄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에 대한 대단한 소재를 절대 가볍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에서도 그러했다.

의사라는 직업에서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자세. 사실 직업은 직업일 뿐 죽음이 가까이서 진행되면 대처하는 관점이 크게 다르지 않는듯하다. 알지 못했기에 아쉬워하며 담담하게 자기의 실수를 얘기하기도 하고, 묵묵하게 과정을 소개하는 작가의 말투가 인상깊다. 비감정적으로 논의만 하다 그치지 않았기에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죽음에 대한 직면은 정말이지 한 번 더 구체화 된다.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통해 본인의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이 감명깊다.

죽음에 대한 현대인의 고민은 끝이 없을 것이고, 조금이나마 지금의 관점이 바뀔 것이라는 소소한 기대에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답을 요구하고있다.
삶의 질을 향상하기위해 달려왔듯 무엇이 그 끝을 위한 마무리인지 계속해서 궁금해 할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