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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를 보내지 마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이미 일어난 일을 담담하게 얘기하는데, 그 화자의 태도가 독자를 어르고 달래서 “조금 잠자코 기다려봐 그럼 재촉하지 않아도 내가 차근차근 얘기해줄꺼야.”라고 한다.
한 마디로 독자를 길들이고 있다.
나쁘게 보면 별것도 아닌 얘기를 왜이렇게 감상적으로 해결하려 드는건지 의문이 들어 의아해질 뿐이지만, 반면 수긍하고 “그래 일단 들어봅시다”하는 또 다른 태도가 앞선다. 보잘것 없어보이는 기억들이 인간을 구속한다. 그리고 그를 또 그 안에서 살아가게 한다. 나는 종종 온갖 학창시절의 순간을 뒤엉켜서 공존하는 꿈을 꾼다. 그게 중학교 배경일 때도 있고 고등학교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껴들어 올때도 있고, 꿈이라해서 그냥 망상이라 치부할만한 쓸데없는 기억들이 혼재해서 기억을 사실화로 뒤덮으려한다. 내가 보고 말한, 재생되어 기록된 저장창고에는 무엇이 진실이고 가짜인가?
스스로가 운명에 대한 결정권을 내맡겨둘때 자아는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상황에 처했을때 지금의 나로 만족할 수 있을까? 왜 이런 소설을 써서 사람들을 동요시키는지, 나는 더욱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