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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2010년에 묶인 글이 (무려 14년 전의 이야기라니) 현재의 나에게 다가와 어떤 울림을 준다는 것은 곧, 시대의 흐름에 관계없이 사회를 마주하고 살아간다는 사람의 모습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이 책은 이직이나, 변화를 앞둔 7명의 일본 젊은 세대를 인터뷰한 것으로, 작가의 특출한 편집과 기획으로(특히나 작가는 전작의 논픽션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라고 한다) 각각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심정 그리고 앞으로를 내딛는 자세를 통해 현대사회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렸다. 놀라운 것은 그들 각각의 모습에 투영되어 비치는 나의 현재와 과거 혹은 흐릿하게나마 비치는 미래에 대한 걱정 아닌 상상이었다. 나는 그들의 인터뷰를 바라보며 결코 시간과 공간이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같이 읽히지 않았다. 그들은 나였으며 혹은 앞으로의 나였기 때문이다.
<직업표류>에서는 작가가 글을 의뢰받은 배경이 된 <우리들이 일하는 이유, 일하지 않는 이유, 일할 수 없는 이유>(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출판되지 않았다) 에서와는 정반대로 이미 엘리트코스이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배경을 뒤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누구나 선망하는 훌륭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진 고민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과, 오히려 자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생각이 깊으면 더 구체적이라는 점이었다. 한 인터뷰이가 선망의 단계가 높으면 높아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한탄의 푸념을 하며 스스로를 바라보아서 나는 그의 자책적인 판단이 쓸모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동시에 편협한 시각으로 나아가는 자아를 발견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괴리에서 비롯된 현실과의 타협은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물음을 남기는 일이며, 지금에 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 어떻게 나는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어찌 되었든 자본주의의 경제구조에 빗대어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들은 직장인 혹은 회사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자 한다. 때문에 소속되는 회사나 그룹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계속해서 의문하고 비판하며 질문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자아의 판단은 결국 내가 나로서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 현대인이 갖는 당연한 물음이 아니던가?
이 책은 주제도 주제이거니와 작가의 노련한 글이 더욱 빛이 나는 한 권이었다. 나에게는 ‘이나이즈미 렌’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그의 저서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한 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