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에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표면적으로는 작가가 독자에게 최전선에서 말을 걸지만, 출판사에 속한 편집자, 기획자, 제작자, 이 책이 내손에 들어오기까지 걸친 마케터와 상품MD, 그리고 구매 플랫폼의 많은 사람들 등등 단순히 한 권에서 느껴지지 못한 무게감을 뒤로한 직업이 있다. 하지만 독자는 노동이 집약된 노고때문에 글을 읽는 부담감을 지을 필요까지 없다. 그들은 책을 판매하기위해 존재했을 뿐이지, 고객이 글을 수용하고 즐기는 콘텐츠에까지 책임을 요하지는 않기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나에게 맞지않았던 책을 읽으며 책이 출판된 이유를 의심하고 그 존재의 의미를 거부했다. 아마 특정시점에 잘못 만난 책과의 어긋난 상황이 책을 만든 모든이들의 탓이라는 무책임한 좁은 사견으로. 그러나 저자가 서두에 풀어냈듯, 모든게 삭제되고 생략되어버려 결과물로써만 습득되는 간편한 현대사회에서 나는 무엇을 잊고 지나쳐왔던것인지 고민해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여기서 이런 저런 영역에서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또 하나의 책이되었다. 상품으로 취급하여 숫자가되거나 때로는 범접할 수 없는 작품으로 여겨져 신성해보이기 까지도한 책 한 권이 품고 있는 역할은 그 만듦새가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흔적만큼이나 다채롭고 다양하다. 앞으로 나는 어떤 책을 읽게될까.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어떤 삶을 반추하게 될까. 그 모든것이 한 권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의식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