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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몬드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일단 나는 공감하는데 문제가 있나보다. 아몬드나 먹어야겠다. 그렇게나 강조되었던 햇살을 머금은 캘리포니아산으로. (하지만 나는 견과류가 싫다)
분명 처음 읽는데 이미 완독한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스멀거렸다. 기시감이 드는 전개방식에 다음 장면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적어도 연상될 장면은 배제되어야 하는건 아닐런지) 내가 나이를 먹을대로 먹어서 이 소년들의 행동에 위화감을 느끼는건지 꼰대마냥 세월탓을 해보려했다.
난 소설을 읽는 묘미가 나도 모르게 미끄러져 들어간 작가의 세계속에 이르러, 어느새 당사자가 되어있는 나를 바라보는 신기한 경험을 하는거라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정확하게 그 기대를 역행한다. 불완전한 소년의 태생, 비극적인 사건의 피해자, 옹호하지않는 사회, 거리두는 주변사람들(학생들), 극적인 존재의 등장, 러브라인 형성. (사춘기 시절의 대부분은 이렇게 다들 극적인가?; 그래요 이건 픽션이라고요. 뭘 바라는 겁니까!) 각각의 소설속 장치들이 자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너무 두드러지게 또렷하다. 우리들은 작가를 위한 공무를 수행중이라고 그들은 외친다. 뜬금뜬금 배치되어 불쑥불쑥 등장하는 그들의 존재감이 이건 명백한 픽션이라 자꾸만 상기시키는데, 삽입된 중간광고마냥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영리한 의도인가 무의식적인 도전인가, 심히 고민스러웠다.
˝얘들은 이럴 때 이렇게 행동해도 돼요˝라고 그들을 너그러이 이해해주려는 취지가 남용된 나머지, 어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소년들의 프레임에 감성을 마구잡이로 으깨넣어버린 작가의 감정이 앞섰다. 좀 독특한 소재로 주인공을 구체화하면 주목은 받겠지. 히어로 영화마냥 액션은 못펼쳐도(유체이탈은 아무나하는 것도 아닌데요) 소년기의 고뇌가 반영되는 것처럼 특별하게 보여질테니까. 소설이 읽히는게 아니라 소설을 쓰는 작가의 생각이 먼저 읽혀 여간 곤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도 지나가는 독자 한 명의 감상이니 대중을 거스른다 해도 어찌할 수 없지만, 씁쓸하게도 내게는 귀여운 일러스트표지가 전부였던 한 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