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
지대표 지음 / 럭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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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준으로 이미 본인의 인생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아니, 그분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저명인사들의 추천서가 서두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고 해도, 친분에 의한 것인지 자발적인 선의에 의한 글인지 알 수는 없으므로 이 책이 반드시 권장할 도서임을 평가할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어쨌든 겉껍데기는 훌륭하고 멋지다. 분명 작가는 대단하고 멋진 일들을 해낸 위대한 분임에 분명하겠지만, 조금도 그 어떠한 장점도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작가는 모든 순간에 자신의 시간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고하게 앉아 누군가의 실력을 이리저리 저울질하며, 사회에 빗대어 그들을 위계화한다는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실력으로 치부된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럽다. 그들의 영역 안에서는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논리가 소시민의 작은 존재감으로는 더없이 낯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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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리커버 특별판)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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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걸어도 걸어도’와 ‘태풍이 지나가고’의 작품을 여러 차례 감상하며 저는 ‘고레에다’라는 일본 감독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감독이 영상으로 담아낸 무미건조한 일상의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홈드라마’인) 시퀀스도 물론이거니와, 별특성 없는 것 같아 보이는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성만으로도 (이와는 상반된 무언가 강렬한 시끄러움과 자극이라는 사건 없이도) 큰 파장을 표현할 수도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영화로써 접한 감독의 작품을 뒤로하고서라도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게 어느 한 영화감독이 자신이 이끌어온 작품세계와, 그 후면의 감춰졌던 사적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스스로를 점검하며 작가 자신을 슬그머니 내미는 한 권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기존에 유심히 감독을 관찰하던 독자에게도 혹은 이 책을 통해 감독을 새로 접하는 분에게도 영화를 만드는 어느 한 직업인의 감독은 무엇인지에 대한 꽤 흥미로운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써 내려간 문장을 통해 감독의 성품을 살펴봅니다. 감독의 성격은 어떠할까? 나긋나긋하게 분명한 한 마디를 끊어내는 글줄에서 왠지 감독과 마주 앉아 대담을 듣는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텔레비전을 기반으로 하여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가고 있는 감독의 배경이 신기했습니다. 글을 통해 그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대략적이나마 그가 가진 걱정과 고민을 그대로 표현해 주었기에, 저는 그 가운데 사소한 디테일이 엿보여 감독의 최종 작품인 영화를 감상하는 것만큼 또 다른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16년에 출판되어서 그가 얘기하고 있던 담론은 이미 오래전 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집필당시 마음속에 담고 있던 목표를 이미 잘 이뤄낸 것일지, 현재의 그와 책 속의 그를 비교해 보는 것도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재미라면 재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덮으며 최근 감독이 활발하게 활동한 후기들이 더 궁금해지는 건 아마 이 책이 담지 못한 가장 큰 아쉬움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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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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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학자’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이 무엇인지에 관해 얘기하고 있어 다소 낯선 직업의 존재로 작가의 관점이 조금은 나와는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와 같이 구태여 ‘인류학’이라는 무게감 있는 지식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무언가 의구심이 들거나 궁금증이 생겼다면, 결국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로 인류학자로서의 사고와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과 문화와 그리고 사회와 한 개인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대상의 사고를 조정하려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려 한다. 만약 이러한 의도를 당신이 의식하지 못한다면 이미 그들의 논리에 익숙해져 있거나, 습관처럼 쌓아온 습관 탓으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 버렸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것은 고정관념이라는 규격화된 사고방식을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본질은 그 프레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그는 물물교환이라는 고리타분한 방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로 작가는 개인정보의 데이터와 무료 서비스의 교환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정착됨을 예시로 들었다. 또한 사회가 규정한 방향대로 읽어 내려간 타문화와의 인식 역시 항상 동일할 수 없으며, 대중의 의견이 항상 옳지도 않으며 때로는 소수의 의견이 묵인되기 일쑤이지만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강하게 언급하였다. 다만 작가는 인류학이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써 작용할 수도 있으나, 때로는 전혀 의미 없는 대안으로 치부되며 불필요한 데이터로만 남을 수도 있다는 조금은 모호한 어조로 학문에 대한 책임성을 흐렸다. 하지만, 학문이라는 딱딱한 규격 안에서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열린 자세로 앞서 타인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지 않을까. 세상에 공짜란 정말 없다. 결론은 단순하다. 이해하려는 선의 없이 제한된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 남을 배려한다고 친절을 베풀 수는 없다. 그건 그야말로 폭력이다. 분명 작가는 어쩌면 어느 것도 일방적일 수 없다는 아주 사소한 개념을 일깨워 주려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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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의사와 기본소득 -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정상훈 지음 / 루아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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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는 이 책이 먼저 출판되었지만 ‘어느날 죽음이 만나자고했다’를 통해 먼저 작가를 인상깊게 보았던 탓에, 뒤늦게 작가의 다른 저서를 살펴보던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딱히 언급할 부분이 많은 내용은 없다. 각기다른 챕터로 구분하여 서로다른 분야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모든 해결책은 일괄되게 결국 ‘기본소득이 답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휘재의 인생극장’이 서로다른 선택지로 전혀다른 결론에 이르르며 선택의 재미를 선사했다면, 이 책의 흐름은 뭔가 이미 다 아는 결론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되는 이질적인 낯설음을 여러차레 겪으며 권태의 무한함을 간접경험하는 굴레를 선사해준다. 각종 자료와 도표로 작가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작가는 자신의 의견을 철저하게 내세우지만, 아쉽게도 독자로써 내 맘에 와닿는 복지의 필요성은 부족해 보였다. 너무 먼 미래의 일처럼 치부되는 현실이지만 기본소득은 분명 사회적 논의와 주목을 통해 반드시 다뤄져야 할 이슈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 책 속의 작가는 뭔가 조급하다고 해야할지, 급진적이라고 해야할까. 조곤조곤 밀어붙이는 모양새로 억지로 나를 몰아세우는 느낌이 들어 관심있던 조금의 마음도 이내 사그라들것만 같았다.
최근작의 덤덤하고 묵묵하게 글을 써내려가던 작가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인 탓이었을까? 나는 기대에 애석하게 미소짓는 떨떠름한 기분탓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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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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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를때에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으면 가장 쉽다. 이유를 떠나 분명한 건,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내가 결정했을 때의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약간의 후련함이 있기마련. 하지만 나는 추천 받기를 상당히 거부하는 편이다. 내 선택권이 빼앗기는 것도 물론 싫지만, 구태여 결과로 인한 책임감을 타인에게 씌운다는 것 자체가 거북하기 때문이다. 그건 남을 배려하는 사려깊은 생각이라기보다, 단순히 내가 싫기 때문이다.

책은 그런면에서 자유롭기도하며 한편으로는 극단적으로 매우 폐쇄적이다. 이번 책 또한 친구에게 추천 받았는데, 우선 추천받은 책은 일단 의심부터한다. 왜? 어떤 경로로 내가 읽을 수 있을 만큼 적당한거지? 스쳐지나가서 그냥 표지가 예뻐서, 제목이 재밌어서 집어든 도서관의 다른 책들과는 대우가 전혀 다르다. 그들은 내 의지로, 선택으로 집어들었기에 또 다른 이유나 선입견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하지만 추천받은 책들은 그들 스스로 선택의 이유를 입증해 보여야 했다. (조금만 재미없기만 해봐라. 추천한 사람이나 책이나 모조리 미워할 테다!: 이런 자세로 책을 읽기 시작하니 어떤책도 평이하게 읽혀질 일이 없다) 심지어 이번 주제는 여행기로 얼마나 작가가 자기 자랑삼아 어디를 배회하고 다녔는지 처참하게 비판하며 관망할 자세로 고쳐 잡았다. 구태여 소셜미디어의 반짝이는 사진이미지를 한 권의 글로 장황하게 늘여논 문자를 읽고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 이미지들에는 눈길조차 두지않았다. 있어보이는 사진에 작가의 글이 부족함을 애써 감추려드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의구심을 간파한듯 스스럼없이 작가는 사진의 왜곡된 표현을 언급하며 가공되고 정제된 누군가의 여행이 덧없음을 얘기했다. 조금은 과장되게 혹은 개인의 치우친 감성으로 사소한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남편과의 일상과 여행으로 만나는 변화 그리고 정말 뻔한 여행으로 나를 완성할수 있다는 틀에박힌 철학을 그대로 답습하며 그게 정말 그렇게 밖에 말할수 없음을 실토했다. (매우 기습적으로 작가가 언급했기 때문에, 나는 도통 반박할 수 가 없었다) 나는 저런 여행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문득 머릿속에 부유하는 과거 조각들을 끄집어 내 보았고, 그게 작가의 얘기와 어떤부분이 같은지 다른지, 혹은 쓸데없이 무엇이 우위에 있을지 어리석은 잡념을 쫓았다.

추천해준 친구는 슬그머니 이 책의 타이틀을 나에게 던지며 (심지어 잘못된 제목으로; 그녀의 기억속에서는 ‘모든 매일의 요일’이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꺼예요”라고 했다. 결론 부터 얘기하지면 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여행’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딘가로의 여행은 결국 새로운 경험과 낯선 무언가와의 조우일텐데, 그건 꼭 지역 혹은 공간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에 한정되지 않음은 아닐런지 했다. 즉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하며 그 사람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 그게 여행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만남을 통해 나는 여행을 이미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작가의 말 마따라 누군가가 유명하다고, 추천했다고 미디어에서 언급했다고 내가 수행하고 경험하면 그게 완성된 여행으로써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필요성도 못느끼고 그러기에는 내가 가졌던 사사로운 시간들이 이미 충분히 소비되었다. 익숙함에서 낮설음으로, 낯익음에서 안정감으로 시도때도 없이 갈팡질팡 변화하는 마음따라 인생이라는 헤어나오지 못할 여행길에 나는 올라서 있었다. 그게 결국은 작가가 얘기하고자했던 ‘모든 요일’ 이었다면, 나는 그 자체만으로 이 책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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