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요일의 여행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7월
평점 :
잘 모를때에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으면 가장 쉽다. 이유를 떠나 분명한 건,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내가 결정했을 때의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약간의 후련함이 있기마련. 하지만 나는 추천 받기를 상당히 거부하는 편이다. 내 선택권이 빼앗기는 것도 물론 싫지만, 구태여 결과로 인한 책임감을 타인에게 씌운다는 것 자체가 거북하기 때문이다. 그건 남을 배려하는 사려깊은 생각이라기보다, 단순히 내가 싫기 때문이다.
책은 그런면에서 자유롭기도하며 한편으로는 극단적으로 매우 폐쇄적이다. 이번 책 또한 친구에게 추천 받았는데, 우선 추천받은 책은 일단 의심부터한다. 왜? 어떤 경로로 내가 읽을 수 있을 만큼 적당한거지? 스쳐지나가서 그냥 표지가 예뻐서, 제목이 재밌어서 집어든 도서관의 다른 책들과는 대우가 전혀 다르다. 그들은 내 의지로, 선택으로 집어들었기에 또 다른 이유나 선입견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하지만 추천받은 책들은 그들 스스로 선택의 이유를 입증해 보여야 했다. (조금만 재미없기만 해봐라. 추천한 사람이나 책이나 모조리 미워할 테다!: 이런 자세로 책을 읽기 시작하니 어떤책도 평이하게 읽혀질 일이 없다) 심지어 이번 주제는 여행기로 얼마나 작가가 자기 자랑삼아 어디를 배회하고 다녔는지 처참하게 비판하며 관망할 자세로 고쳐 잡았다. 구태여 소셜미디어의 반짝이는 사진이미지를 한 권의 글로 장황하게 늘여논 문자를 읽고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 이미지들에는 눈길조차 두지않았다. 있어보이는 사진에 작가의 글이 부족함을 애써 감추려드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의구심을 간파한듯 스스럼없이 작가는 사진의 왜곡된 표현을 언급하며 가공되고 정제된 누군가의 여행이 덧없음을 얘기했다. 조금은 과장되게 혹은 개인의 치우친 감성으로 사소한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남편과의 일상과 여행으로 만나는 변화 그리고 정말 뻔한 여행으로 나를 완성할수 있다는 틀에박힌 철학을 그대로 답습하며 그게 정말 그렇게 밖에 말할수 없음을 실토했다. (매우 기습적으로 작가가 언급했기 때문에, 나는 도통 반박할 수 가 없었다) 나는 저런 여행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문득 머릿속에 부유하는 과거 조각들을 끄집어 내 보았고, 그게 작가의 얘기와 어떤부분이 같은지 다른지, 혹은 쓸데없이 무엇이 우위에 있을지 어리석은 잡념을 쫓았다.
추천해준 친구는 슬그머니 이 책의 타이틀을 나에게 던지며 (심지어 잘못된 제목으로; 그녀의 기억속에서는 ‘모든 매일의 요일’이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꺼예요”라고 했다. 결론 부터 얘기하지면 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여행’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딘가로의 여행은 결국 새로운 경험과 낯선 무언가와의 조우일텐데, 그건 꼭 지역 혹은 공간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에 한정되지 않음은 아닐런지 했다. 즉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하며 그 사람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 그게 여행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만남을 통해 나는 여행을 이미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작가의 말 마따라 누군가가 유명하다고, 추천했다고 미디어에서 언급했다고 내가 수행하고 경험하면 그게 완성된 여행으로써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필요성도 못느끼고 그러기에는 내가 가졌던 사사로운 시간들이 이미 충분히 소비되었다. 익숙함에서 낮설음으로, 낯익음에서 안정감으로 시도때도 없이 갈팡질팡 변화하는 마음따라 인생이라는 헤어나오지 못할 여행길에 나는 올라서 있었다. 그게 결국은 작가가 얘기하고자했던 ‘모든 요일’ 이었다면, 나는 그 자체만으로 이 책이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