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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스웨덴 - 완벽하지 않지만 적당히 행복한 스웨덴 생활기
이성원.조수영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6월
평점 :
근본적으로 이 책은 몇 가지 지점에서 정말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는 않은 가했다. 복지국가의 낙원이라는 변함없는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고리타분하게나마 다시 한번 열거하는 이 책은 그 자체로서도 큰 의의를 가져야 했기에 그에 반하는 단점과 부정적인 면은 철저하게 뒤로 밀어냈다. 작가의 선별에 의하여 책의 구성은 물론 편향된 방향으로 편집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치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것처럼 거시적인 관점을 취하면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을 조금도 비이상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토대에서 이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작가 부부는 결혼을 하자마자 아내의 대학원진학을 위해 함께 스웨덴으로 2년간 거주지를 옮겼다. 신혼이라는 낭만과 복지국가의 스웨덴은 격정적인 판타지를 꿈꾸는 삭막한 한국사회의 대척점에 놓여 책의 시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를 다 갖춘 듯 보인다. 누구나 꿈꿔왔을 법한 외국에서의 삶은 여행기에서 비롯된 가벼운 호기와는 전혀 다르지 않든가? 하지만, 이 책은 2018년에 발행되어 그 이후에 발생한 지금까지의 스웨덴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책은 과거 기록에 그쳐있고 때문에 독자가 읽고 있는 동시대의 현실을 반영하기 바라는 건 큰 오류이다. 때문에 나는 시간적인 오차에서 기인한 차이로 다소 누락된 정보의 편협성에 작가의 코멘트를 관대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미 2018년 저자가 학생신분으로 거주했던 스웨덴의 남부 ‘말뫼’에서도 경쟁 폭력 조직 간 총기사건이 일어났으며, WSJ는 이미 스웨덴을 ‘총기 살인율 영국의 30배’가 일어난 국가로 보며, 이민자 통합이 실패한 정책으로의 스웨덴 모습을 인식하고 있었다. 작가 부부가 만난 그들의 좁은 세계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친하게 지낸 이민자들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고, 때문에 스웨덴 사회는 이민지 유입과 낮은 검거율로 인해 살인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단한 뉴스검색만으로도 우리는 알 수가 있다는 사실을 누락하며 그들이 경험한 가상의 아름다운 일상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이 책은 적어도 그들이 미디어와 이상화된 관점을 통해 스스로가 주입한 북유럽식 복지국가에 대한 환상을 되새김질하여, 그들만의 작은 경험을 통해 개체화된 사실상의 환상을 사실로 간주하는 판타지를 열거한 경험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가 시인한 것은 아닐까.
중고거래와, 채식은 어떠한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인적인 활동을 1등 시민이 취하는 당연한 자세로 바라보는 관점은 작가 스스로 강요처럼 비칠까 조심하게 된다고 언급하였지만, 그 자체로 너와 나를 구분 짓는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느끼지 못했나 보다. 구태여 ‘라곰’이라는 스웨덴의 문화 방식을 소개하며 스웨덴인은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적당한 상태를 추구한다면서도 작가 스스로가 편향된 가치에 목적을 둔 의견을 피력하는 의도는 모순이다. 대표적인 스웨덴 기업인 ‘이케아’를 예시로 들며 스웨덴의 정신이 깃든 독립적인 개인을 찬양하고 있지만, 사실상 스웨덴은 1984년 기업에 강제적으로 종업원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로 주식을 구입한 노조가 기업을 통제하게 하며 노동자에 의한 기업지배 같은 사회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때문에 대표적인 이케아와 H&M, 코로나19 백신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스웨덴 기업들이 상속세 70%라는 무시무시한 부담으로 자국을 탈출하는 많은 기업이탈로 스웨덴은 경제위기를 겪고 나서야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한 이력이 있다. 다만 이 책에 담긴 스웨덴 기업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브랜드로만 남긴 채 다른 나라로 국적을 이동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외면하며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아마 결혼하자마자 떠난 스웨덴에 대한 환상과 기록으로서 작가는 2년이라는 거주지로, 혹은 짧은 여행지로서는 긴 여행이었을 스웨덴이라는 국가를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바라보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이런 미담 같은 색안경이 모여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의 관점을 더욱더 확고히 하고 사람들에게 반응시키는다는 점이 과연 작가가 그렇게나 제창했던 스웨덴의 다양성과 과연 부합하는 것인지 씁쓸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각적인 사진 몇 장과 그들이 경험한 몇 가지의 스웨덴 겉핥기로 독자들이 스스럼없이 감화될 것이라 기대했을까. 반문할 수도 있다. 지구상에 미화되며 아름답게 존재해야 할 그런 환상적인 나라 한 곳은 있어야 이 세상을 살아갈 막연한 의의는 있지 않겠는가? 작가 부부는 답 없는 한국현실의 막막한 답답함에 지쳐있는 국내 대중을 향해 막연한 기대치에 부합하려 애써 노력했는지 모른다. 노력이 가상하다는 것은 알겠다. 다만 진짜 현실을 그려낸 듯이 오해를 살 수 있는 가장으로 본질을 위협하지는 않았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