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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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유목민’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을 소개하는 최근 작가의 글을 읽고 나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이 일었다. 엉뚱하고 두서없는 이 사람은 과연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그에 대한 조그마한 답변은 그가 출판한 첫 번째 책에서 어렴풋이나마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일본인 아내인 동반자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경과로 그녀와의 결혼에 이르고, 그 가운데 무슨 결혼생활을 해 나간지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어쩌면 매우 개인적인 사생활 이야기들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업로드했을 법한 내용을 (놀랍게도 작가는 유튜브 채널 또한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작가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결과물로 남겼다. 자서전이면서도 누군가의 앨범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작가 자신이 고백했듯 자신이 전문작가가 아니고, 단순히 사진에 조금 관심이 있던 여행을 많이 기록한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내세운 탓도 있겠으나, 정돈되지 않고 두서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면모가 그 자체로 러프한 상태가 흥미롭게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마 편집자도 이런 거친 콘셉트가 크게 맘에 와닿았기에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내려 한 것은 아닐지) 
작가는 여행을 얘기하고 있지만 책에서 여행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여정이 보이고, 여행책이 아니라 자신을 충실히 마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집중되어 보여 나는 그 지점이 맘에 들었다. 작가는 어려운 미사여구로 자신을 포장할 생각도 없고, 아내와의 기록을 그저 행복한 무언가로 남겨서 타인의 관심과 시샘을 이끌 목적도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독자 입장에서 그들을 보호해 주고 싶을 정도로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실소가 인다) 자신을 브랜딩 하고 포장하며 타인의 관심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서 현대 사회의 룰 따위는 상관조차 하지 않겠다는 청개구리 같은 의지를 통한 작가의 고집은 이런 면모에서 더 빛이 나는 것일까. 세상에는 너무 많은 얘기와 사람 각자 다른 철학을 가진 가치관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그 세상에 나 한 명 마음대로 살아볼 자유를 펼쳐낸다는 구태연한 사상이 우습지 않게 작가는 지금도 도전하며 이렇게 기록을 남겨 사람들을 감화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 본인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그렇게 나는 오늘을 살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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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사회 -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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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한 기업이 마케팅 일환으로 내세운 슬로건 “Do what you can’t”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친한 친구사이에서라도 선을 넘는 듯해 보이는 과감한 조언을 기업은 마치 나의 오래된 지인 마냥 스스럼없이 내던지는 말투로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당신들은 뭐길래 그런 무책임한 말을 던지며 대중을 호도하려 하는가? (캠페인에서 장애인들을 기업 이미지로 내세우며 해당 기업은 사회적 자산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이라는 기업의 의지를 반영하려는 선한 의도였을 것이다) 단순히 나는 그들을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적인 관점에 세워두고 그들의 선한 의도를 부정적으로만 오해하여 편협하게 해석한 것일까. 본질이 무엇이 되었든 해결되지 않는 찝찝함을 뒤로한 채 금세 나는 수많은 기업의 또 다른 슬로건에 휩싸인 세계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제야 한낱 휴지조각처럼 잊혀버린 그 캠페인을 나는 지금에서야 다시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려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순간 나는 되새김질하며 과거의 흔적을 더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가 그토록 거리껴했던 마음속의 씁쓸함이 무엇인지 나는 분명한 이유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원제는 “The Impulse Society”이나 “근시사회”가 현시대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더 명확히 드러낸다는 표현이라 생각하여 저자와의 합의를 통해 정리된 한글판의 타이틀은 그 사정이 어찌 되었든 간에 명확학 요점을 날카롭게 내비친다. 지금 현대 사회는 정말 이상하게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아니 너무 당연하고 올바른 이야기를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오히려 그 발언을 일삼는 작가의 의도가 적어도 이 사회에서는 더 불순해 보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기호를 표출하기 위해, 욕망을 실현할 목적으로 소비를 통해 나를 드러낸다. 그게 뭐가 잘못된 것일까. 오늘의 기분을 표현하라는 옷과 각종 장신구는 기본이다. 최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은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내가 맘에 드는, 때문에 내가 동경하는 누군가를 모방한 형태쯤은 나를 완성하는 아주 작은 조각임에 분명하다. 그렇기에 대중은 인플루언서로 대변되는 누군가(혹은 연예인, 선망의 대상)를 쫒고 따른다. 기업이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선구자에게 마케팅과 상업을 목적으로 계정을 일시적 매수하여 사람들을 또 다른 광고 창구로 활용한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원하는 기호에 기초한다면 목적이 불순하든 그게 뭐 큰 대수이겠는가. 나는 쫓고 쫓기는 끝없는 굴레에 갇힌 소비의 욕망이 이미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되어 현대를 지탱하는 기업의 큰 톱니바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묵인하고 잘 따르고 있다 생각했다. 때문에 우리는 자아욕망을 조금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창구를 획득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사람들이 과거보다 좀 더 우울해지고, 고립되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느슨해져 버리고, 정치적 관점은 양극화를 달리며, 신용불량자와 인격 없는 수많은 사회 사건들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반열에 발을 올려놓았는데, 국제적인 이슈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차츰차츰 발생하고 도처에서 번져나가는 현상을 나는 마치 GDP숫자가 상승하는 것만큼 호기롭게 지켜봐 왔는지도 모른다. 미디어에서 비친 경제성장률의 반향은 상승과 하락의 완곡한 흐름에 따라 마치 국민 모두가 반성과 자책 혹은 상장과 칭찬을 받아 마땅할 그 무언가의 척도처럼 여겨졌다. 고분고분한 국민으로서의 나 개인은 그들의 이념에 당연히 다소곳이 수렴하여야 했다. 
하지만 이 지점이 경제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통한 국가를 탓하려는 목적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은 수많은 혜택의 수혜자로 더할 나위 없는 풍요와 윤택한 삶의 기반 위에 마련된 국가의 국민을 나는 부정할 길이 없다. 다만 발전의 이면에 가려진 그림자가 이렇게 까지 외면받고, 발전속도에 맹목적으로 열중한 나머지 지나쳐버렸던 배제된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지금에서야 우리는 묻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도 지독하게 이어진 사회의 룰 안에서 버려진 것 같은 지쳐버린 번아웃으로 자가 진단하지 않으면 멈출 길이 없어 보였던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고객이 소비자가 되어 자신을 찾는 역할에 심취해 있을 때 기업은 이에 호응하듯 재화를 넘쳐나게 제공하고 금융은 그칠 길 없는 욕망의 한계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막연한 개인의 이상을 차가운 순간의 만족으로만 대신했다. 편의의 끝을 달리려는 개인의 욕망에 대한 만족감은 무한한 욕심의 사회에서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이곳에 살아남아 독립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우리의 가치를 지켜보려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쓸모없어 보이지 않기 위해 나는 불편한 마음으로 오늘의 편의를 무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게 근시사회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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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스웨덴 - 완벽하지 않지만 적당히 행복한 스웨덴 생활기
이성원.조수영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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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이 책은 몇 가지 지점에서 정말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는 않은 가했다. 복지국가의 낙원이라는 변함없는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고리타분하게나마 다시 한번 열거하는 이 책은 그 자체로서도 큰 의의를 가져야 했기에 그에 반하는 단점과 부정적인 면은 철저하게 뒤로 밀어냈다. 작가의 선별에 의하여 책의 구성은 물론 편향된 방향으로 편집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치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것처럼 거시적인 관점을 취하면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을 조금도 비이상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토대에서 이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작가 부부는 결혼을 하자마자 아내의 대학원진학을 위해 함께 스웨덴으로 2년간 거주지를 옮겼다. 신혼이라는 낭만과 복지국가의 스웨덴은 격정적인 판타지를 꿈꾸는 삭막한 한국사회의 대척점에 놓여 책의 시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를 다 갖춘 듯 보인다. 누구나 꿈꿔왔을 법한 외국에서의 삶은 여행기에서 비롯된 가벼운 호기와는 전혀 다르지 않든가? 하지만, 이 책은 2018년에 발행되어 그 이후에 발생한 지금까지의 스웨덴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책은 과거 기록에 그쳐있고 때문에 독자가 읽고 있는 동시대의 현실을 반영하기 바라는 건 큰 오류이다. 때문에 나는 시간적인 오차에서 기인한 차이로 다소 누락된 정보의 편협성에 작가의 코멘트를 관대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미 2018년 저자가 학생신분으로 거주했던 스웨덴의 남부 ‘말뫼’에서도 경쟁 폭력 조직 간 총기사건이 일어났으며, WSJ는 이미 스웨덴을 ‘총기 살인율 영국의 30배’가 일어난 국가로 보며, 이민자 통합이 실패한 정책으로의  스웨덴 모습을 인식하고 있었다. 작가 부부가 만난 그들의 좁은 세계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친하게 지낸 이민자들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고, 때문에 스웨덴 사회는 이민지 유입과 낮은 검거율로 인해 살인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단한 뉴스검색만으로도 우리는 알 수가 있다는 사실을 누락하며 그들이 경험한 가상의 아름다운 일상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이 책은 적어도 그들이 미디어와 이상화된 관점을 통해 스스로가 주입한 북유럽식 복지국가에 대한 환상을 되새김질하여, 그들만의 작은 경험을 통해 개체화된 사실상의 환상을 사실로 간주하는 판타지를 열거한 경험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가 시인한 것은 아닐까. 
중고거래와, 채식은 어떠한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인적인 활동을 1등 시민이 취하는 당연한 자세로 바라보는 관점은 작가 스스로 강요처럼 비칠까 조심하게 된다고 언급하였지만, 그 자체로 너와 나를 구분 짓는 경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느끼지 못했나 보다. 구태여 ‘라곰’이라는 스웨덴의 문화 방식을 소개하며 스웨덴인은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적당한 상태를 추구한다면서도 작가 스스로가 편향된 가치에 목적을 둔 의견을 피력하는 의도는 모순이다. 대표적인 스웨덴 기업인 ‘이케아’를 예시로 들며 스웨덴의 정신이 깃든 독립적인 개인을 찬양하고 있지만, 사실상 스웨덴은 1984년 기업에 강제적으로 종업원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로 주식을 구입한 노조가 기업을 통제하게 하며 노동자에 의한 기업지배 같은 사회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때문에 대표적인 이케아와 H&M, 코로나19 백신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스웨덴 기업들이 상속세 70%라는 무시무시한 부담으로 자국을 탈출하는 많은 기업이탈로 스웨덴은 경제위기를 겪고 나서야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한 이력이 있다. 다만 이 책에 담긴 스웨덴 기업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브랜드로만 남긴 채 다른 나라로 국적을 이동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외면하며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아마 결혼하자마자 떠난 스웨덴에 대한 환상과 기록으로서 작가는 2년이라는 거주지로, 혹은 짧은 여행지로서는 긴 여행이었을 스웨덴이라는 국가를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바라보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이런 미담 같은 색안경이 모여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의 관점을 더욱더 확고히 하고 사람들에게 반응시키는다는 점이 과연 작가가 그렇게나 제창했던 스웨덴의 다양성과 과연 부합하는 것인지 씁쓸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각적인 사진 몇 장과 그들이 경험한 몇 가지의 스웨덴 겉핥기로 독자들이 스스럼없이 감화될 것이라 기대했을까. 반문할 수도 있다. 지구상에 미화되며 아름답게 존재해야 할 그런 환상적인 나라 한 곳은 있어야 이 세상을 살아갈 막연한 의의는 있지 않겠는가? 작가 부부는 답 없는 한국현실의 막막한 답답함에 지쳐있는 국내 대중을 향해 막연한 기대치에 부합하려 애써 노력했는지 모른다. 노력이 가상하다는 것은 알겠다. 다만 진짜 현실을 그려낸 듯이 오해를 살 수 있는 가장으로 본질을 위협하지는 않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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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니멀 유목민입니다 - 여행 가방 하나에 담은 미니멀 라이프
박건우 지음 / 길벗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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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작가의 유명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유튜브 채널에는 관심도 없었을 뿐,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는 작가의 관점이었다. 온갖 마케팅과 기업의 달콤한 논리 앞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미니멀리스트에게도 때때로 편의에 의한 제품들이 필요로 둔갑하는 건 일순이다. 때문에 항상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는 많은 이들의 간증을 수시로 읽으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살피며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작가는 분명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는 있으면서도 그보다 더 포괄적인 삶에 대한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듯했다. 다시 말하면 미니멀리즘을 논하기에는 그의 세계가 너무 좁아 보였다. 짐을 최소화하고, 거주지가 불분명한 자유로운 삶은 분명 한편에서는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살아간다는 미니멀리즘에 부합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수월하게 실천할만한 삶은 될 수 없기에, 작가가 말하는 ‘필요최소한의 삶’ 그보다 더 깊은 가치에 대해 논하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시도로 비쳤다. 필요에 따라 여행을 돕는 일을 하며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한다는 흥미로운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도, 국제결혼을 통해 거주지를 다양화해 온 신기한 것도 본인의 의지에 향한 결정이었지만 본인도 신기할 정도로 결정되어 버린 누군가의 삶은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자신을 빗대어 돌아보게 만드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한다. 동시에 나는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혹은 보통의 모두가 되고 싶어 하는 그대로의 삶을 지금까지도 쫓아가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했다. 그렇다고 작가와 같이 갑자기 돌출된 독특한 삶을 향해 스스로에게 적합하지도 않을 삶을 살아갈 자신도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래 지금까지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해 나아갈 것임을 조금이라도 의심했던 나에게 대한 격려를 받는다. 뒤죽박죽 두서없이 얽혀있어 이것저것 건드리는 작가의 글이 조금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삶인지 따듯한 작가의 말투를 통해 그의 마음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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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 아무튼 시리즈 11
김병운 지음 / 제철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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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번째로 읽는 “아무튼,◌◌” 시리즈이다. “아무튼”시리즈의 특징은 간결하며 호흡이 빠른 글로, 판형이 매우 작아 한 손에 쥐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도드라지는 도서이다. 이 책은 어쩌다 보니 최근에 갑자기 알게 된 ‘김병운’ 작가의 저서에서 찾은 가장 얇고 작은 책이기도 했기에, 나는 처음 만나는 작가의 글을 마주하기에 앞서 워밍업으로 그가 어떤 글을 쓰는지 눈여겨볼 요량으로 가장 쉬운 길을 먼저 택했다. (하지만 그의 주력상품은 논픽션이 아닌 소설이다) 타이틀에 콕 하니 박힌 ‘방콕’을 바라보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당연히 방에 콕 박혀있는 의미의 ‘방콕’으로 생각했다. (정말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선입견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설마 이런 작은 책에서 여행 얘기를 한다고?? 예상조차 못했음에 분명하다) 때문에 작가가 초반에 미국서부를 향한 비행기 티켓을 돌연 취소하고 환불받았다길래 드디어 방에 콕 박혀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하나 보다 하고 기대할 정도였다. 
나는 방콕에 가본 적이 없다. 당연히 방콕이 태국에 있는 도시 이름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다. 다만 나는 그곳이 휴양지로 각광받는 지역이며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여름휴가로 가는 도시이며 (작가가 방콕 호텔의 수영장에서 만난 여럿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에피소드로 드러난다) 값이 싸고 즐길거리가 많은 장소라는 것에 애석하게도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것보다는 근래에 대마초를 합법화하며 관광산업에 목을 매며 그로 인한 수많은 문제점을 감당해 내는 나라로 인상이 더 깊다. 작가는 애인과 함께 방콕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멋들어진 호텔과 맛있는 음식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었다. 미디어에서는 본인들이 부질없이 노는 자신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며 시청자들의 할 일 없는 눈동자를 소비시키는데, 작가들은 본인이 놀고먹는 글을 쓰면서 이렇게 한 권의 책도 냈다. 유희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작가의 갑작스러운 여행기에 (다시 한번 언급하면, 나는 이 책을 여행기로 집어 들지 않았다: 그랬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내 기분 또한 여행에 올라탄 가벼운 마음이 일었다. 작가의 나이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작가의 젊은 연륜이 가볍게 글에 녹아서 스르륵 읽히는 문장으로 문서화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그런 유희의 독서가 가끔은 기호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요즘의 여름 날씨와 함께 딱 알맞은 한 권이 아닐까. 
사실 이 책은 방콕이라는 장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작가와 작가 애인을 기념하기 위한 글이다. 그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추억하고, 무엇을 먹고 경험했는지가 모든 에피소드에 속속히 남아있어서 잔여물을 걷어내지 않으면 겉보기에 마치 시간흐름에 따른 여행일지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밑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건 분명하게 연애 이야기였다. 그럼 타이틀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아무튼, 연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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