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김혼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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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으로 두 작가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죄책감은 없었다. 오히려 이미 관찰 예능, SNS, 브이로그 같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익숙해진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그들의 사적인 문장이 자연스레 내 일상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편지는 형식적으로는 예의를 갖추고 있지만, 그 사이 어디쯤엔가 숨기지 못한 감정의 결이 묻어 있었다. 서로를 배려하는 척하면서도 슬쩍 드러나는 솔직함,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선을 긋는 태도들. 그 미묘한 온도 차이 속에서 ‘타인을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인간적인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건, 두 사람이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감정의 언어로 기록한다는 점이었다. 가까운 사이에서도 마음의 좌표는 늘 엇갈리고, 관계는 그 엇갈림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결국 이 편지들은 둘만의 대화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나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나’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서간집이 아니라,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작은 거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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