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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6>

차 안에서 가볍게 아침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간 곳은 백천사였다. 특별히 알고 있었다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은 아니지만, 가는 길에 들른다는 생각으로 찾았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은 이번 여행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백천사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본 것은, 어쩐지 음흉하게 웃는 듯 보이는 비대한 포대화상이었다. 실제로 포대화상이 불교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오직 겉모습만 놓고 볼 때, 이 포대화상은 백천사의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대화상 앞에는 투명한 불전함이 놓여있는데, 마치 '너희가 얼마를 넣을지 내 두고 보겠다.'는 심산인 듯해서 불쾌하기만 하다. 그러나 역시, 이 곳 백천사와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대웅전에 들어가니 '부처 안의 불당' 이라고 해서 부처님의 와신상 내에 불당이 꾸며져 있는데, 사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하얀 수염을 탐스럽게 기른, 도인과 같은 분이 그 앞에서 참배객들을 상대로 생년월일을 물은 후, 몇 가지 운세(예컨대, 행운의 색이라거나 조심해야 할 달 같은, 삼척동자라도 손쉽게 말해 줄 수 있는 것들)를 가르쳐 주고, 대나무채 같은 것으로 몸을 탁탁 쳐준다(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일단의 명부를 작성하게 하고, 당연한 듯 돈을 받는다. 물론 주지는 않았지만 이 절,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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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부터는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을 했던 기억이 없다. 그러니 이번 여름 휴가를 이용해 남해 쪽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한 것은 1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던 셈이다. 주로 사찰들을 돌아볼 계획이라 여행이라기보다는 사찰 순례에 가깝지만, 어쨌든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 반갑기만 했다.

(* 이 글은 2007년 8월 5일부터 8월 7일까지 2박3일간의 남해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8. 5>

오전 9시에 집을 나서서 첫 번째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거제도였다. 그 곳에서 배를 타고 외도를 구경하러 가기 위해서다. 오늘까지는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와, 일요일이라 필경 붐비리라는 개인적 예상을 이유로 외도는 내일이나 모레 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견해를 피력했지만, 일정상 지금의 코스가 편하다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나는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도대체 지도의 어디쯤 붙어있는 곳인지도 전혀 모를 만큼, 재능 있는 '길치'이기 때문이다. 뭐, 본래 내 의견이 그다지 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특히나 '길'에 대한 것이라면, 확실히 나는 할 말이 없다.

본래 새벽부터 서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가족의 특성에도 불구하고(물론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새벽을 싫어한다), 아침 9시라는 상당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지만, 거제에 도착해서 해금강 선착장에 이른 것은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여행의 첫날을 도로에서 거의 날려버린 셈이지만, 다행히도 기상청과 내 예상과는 달리, 날씨는 흐리긴 했어도 비는 오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3시에 외도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오랜만의 뱃놀이를 기대했지만, 배를 타는 것은 솔직히 하나도 재미가 없다. 배는 곧장 외도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암석들을 둘러보고 가는데, 배 구조 자체가 주변을 둘러보기에 그리 좋지 않아서 십자 동굴인가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따분하기만 하다. 이 지겨운 걸 대체 얼마나 더 타야 되나 걱정했으나, 의외로 암석을 둘러보고 속력을 내니 금세 외도다. 하기는 이 짧은 거리를 곧이곧대로 달렸다가는, 확실히 괘나 비싼 뱃삯을 받기 미안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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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쓰기 위해서 5시쯤 일어났다. 맘 같아서는 밖에서 산책이라도 잠깐 했으면 하지만, 아침에 유독 취약한 내 체질이 이국에 왔다고 해서 갑자기 바뀔 리는 없으니, 실상 일찍 일어났다고 정신이 깬 것은 아니다. 어찌어찌 아침을 챙겨먹고, 8시에 출발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만 하다.


오늘 처음으로 간 곳은 동인당이었다. 여기서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한의원들에게 진맥을 받고, 아마도 간호원인 듯한 사람이 우리말로 통역을 해주는데, 다행히 나는 건강한 편이라고 한다. 아니면, 내게는 한약을 살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한의원이 대충 흘려본 것인지도. 하여간, 아침부터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자니 슬며시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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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자공부에 약간의 취미를 가진 이래, 나는 언젠가 중국에 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내 일천한 한자실력으로 중국에 갔을 때, 과연 몇 자나 제대로 읽을 수 있겠는가마는, 한자공부를 하면서 나는 조금씩 중국과의 유대감마저 느꼈고, 때마침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을 읽고서는 중국행에 대한 강한 열망이 생기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도 고대했던 중국행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의외로 나는 그렇게 기쁘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행에 대한 내 열망은 조금 수그러들어 있었고,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은 그러한 변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3박4일 간의 짧고, 자유롭지 못한 여행상품으로 중국(북경)에 가게 되는 것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중국행을 하루 앞둔 날 밤. 나는 좀처럼 쉽게 잠들지 못했고, 상품이니 관광이니 하는 말로 이번 중국행을 폄하하려해도, 그것이 결국 떠남과 만남을 의미하는 여행의 하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내 조그마한 바람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 이 글은 2007년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의 내 짧은 북경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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