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6>

차 안에서 가볍게 아침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간 곳은 백천사였다. 특별히 알고 있었다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은 아니지만, 가는 길에 들른다는 생각으로 찾았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은 이번 여행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백천사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본 것은, 어쩐지 음흉하게 웃는 듯 보이는 비대한 포대화상이었다. 실제로 포대화상이 불교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오직 겉모습만 놓고 볼 때, 이 포대화상은 백천사의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대화상 앞에는 투명한 불전함이 놓여있는데, 마치 '너희가 얼마를 넣을지 내 두고 보겠다.'는 심산인 듯해서 불쾌하기만 하다. 그러나 역시, 이 곳 백천사와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대웅전에 들어가니 '부처 안의 불당' 이라고 해서 부처님의 와신상 내에 불당이 꾸며져 있는데, 사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하얀 수염을 탐스럽게 기른, 도인과 같은 분이 그 앞에서 참배객들을 상대로 생년월일을 물은 후, 몇 가지 운세(예컨대, 행운의 색이라거나 조심해야 할 달 같은, 삼척동자라도 손쉽게 말해 줄 수 있는 것들)를 가르쳐 주고, 대나무채 같은 것으로 몸을 탁탁 쳐준다(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일단의 명부를 작성하게 하고, 당연한 듯 돈을 받는다. 물론 주지는 않았지만 이 절, 뭔가 이상하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