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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우연히 배가 난파하는 바람에
28년간 무인도에서 생활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구조되는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는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21세기에는 무대가 무인도가 아닌 화성이다. 화성을 탐사하러 갔던
우주비행사들이 뜻밖에 모래폭풍을 만나 한 명의 동료를 잃고 철수하게 된다. 스스로도 죽을 줄로만 알았던
주인공 마크는 흐르는 피가 응고하면서 우주복의 구멍을 막고 천우신조로 깨어나게 된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는 과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을 쓴 작가는 천자인가봐..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마크가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궤도 역학, 우주비행의 역사, 식물학, 물리학, 화학, 화성의
환경, 위성 통신학 등 수많은 지식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지를 않나,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서 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따라가기 어려운 과학적인 내용이 등장할 때마다 이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작가는 천재가 분명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말 그는 천재였다. 이 책의 저자 엔디 위어는
15살 때 이미 미국의 국립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 후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 2 개발에 참여하기도 하고 그 외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하였다. 이 책 마션은 2009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서 연재하기 시작해서
독자들의 요청으로 전자책을 자비 출판한 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맷 데이먼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도 성공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열연하는 영화 마션은 책에서 복잡하게 과학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이 적당히 생략되어 책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등장 인물 각각이 느끼는 세밀한 심리 묘사는 책을 통해서 더 잘 전달된다. 아무도 없는 화성에 혼자 남겨졌을 때 마크의 심정이나 우연히 위성을 통해 마크의 생존을 확인하고 연락할 수
없어서 답답해하는 본부 사람들의 심정,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오고 있는 동료들의 심리적 동요가 걱정되어
마크의 생존 사실을 숨기려는 사람과 동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마음, 처음에는
동료를 잃었다고 슬퍼하다가 사실은 살아있는 팀원을 남겨두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복잡한 심정에 대한 묘사들이 독서의 몰입을 돕는다. 아무래도 소설이고 영화니까 해피엔딩이겠거니 예상하면서도 마크가 구조되기까지의 스토리가 워낙 흥미진진하여 책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다. 마지막 마크가 기적적으로 구출되는 순간은 정말 심장이 쫄깃해지는 장면이다.
책의
내용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크의 이야기가 언론에 생중계되면서 전세계가 한 마음이 되어 마크의 구조를 돕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자국의 과학 기술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가 지구인이라는 관점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들끼리도 힘을 모은다. 정말 언젠가 우리가 전 지구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어떤
과제를 만나게 된다면 책에서처럼 갈등을 겪는 나라들끼리도 같은 편이 될 수 있을지. 곳곳에 다양한 갈등으로
분열하는 모습만 보아왔는데 이렇게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전 세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니 비록 소설 속 가상의 이야기지만 잠시나마 지구 시민이
되어 전세계가 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어릴적 로빈슨 크루소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동심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책, 마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