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 법륜 스님의 지구촌 즉문즉설 야단법석 1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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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작년 어느 때인가 법륜 스님이 하노이에 와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셨던 적이 있다. 당시 그랜드 플라자 미팅룸에 걸려있던 현수막에 스님이 세계 100회 강연 중이라고 쓰여 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교민들이 사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하셨던 스님의 강연이 책으로 엮어서 나왔다. 한인회 도서실 신간 목록에도 이 책이 포함되었다.

 

 

야단법석이란 불교의 전통적인 법회 방식이라고 한다. 법회라고 하면 법을 설하는 법사가 법당의 법상에 오르고 대중을 향해 법문을 하는 자리인데 그 법상을 마당에 내어 놓고 누구나 참여해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바로 야단법석이다. 법사 1인이 법문을 설하면 점잖기는 해도 일상과 유리된 고담준론이 되기 쉽지만 범인이 참여하여 인생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면 법회 자리가 울고 웃으며 시끄러워지게 마련이다. 조용한 절이 갑자기 시끌법적하니 무슨 일인가 해서 물으면 야단법석을 하고 있다는 말이 어디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야단법석을 떤다는 표현의 유래가 된 것이다.

 

 

법륜스님이 이번에 낸 책도 야단법석이라는 책 제목답게 전세계를 재외 교민들의 슬프고도 재미있는 각종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페이지마다 한 도시의 한 개 질문이 있고 거기에 맞는 스님의 말씀으로 구성되어 읽기 쉽고 지루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지역의 의미 있는 곳에 스님이 방문한 사진이나 그 곳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풍경 사진이 담겨 있어서 스님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스님이 생각하는 베트남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사진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서 일부러 책 거의 말미에 있던 하노이편을 먼저 찾아보았다. 하노이에는 사진이 없고 호찌민까지 묶어서 베트남을 나타내는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무엇이었을까. 각자 한번 찾아보시길 ^^

 

 

스님의 야단법석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도 사람이 하는 고민은 거의 비슷하구나 하는 점과 그 중에 우리가 사는 이 곳 하노이에서 느끼는 고민은 그래도 다른 나라 교민이 느끼는 고민에 비해 가볍지 않나 하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정말 멀거나 문화가 너무 다르거나 했을 때 느끼는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아마 하노이에서는 훨씬 덜 느낄 것 같았다. 그래도 하노이는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는 한국 방문이 가능할 만큼 멀지 않고 문화도 비슷하며 베트남어는 알파벳처럼 표기해 언어에 대한 낯설음도 적으니 말이다. 한국과 적당히 거리가 있어서 국내의 시끄러운 문제에서 한 발 빼고 있는 해외살이의 장점도 취하면서 또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외로움도 심하지 않으니 하노이에서 사는 삶이 갑자기 참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것이 스님이 하는 즉문즉설의 매력이다.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이 지금 이대로도 괜찮구나. 행복하구나. 감사하다. 라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누구든 관점을 살짝 달리함으로 인해 한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는 깨달음을 얻고 싶다면 스님의 야단법석을 한번 읽어보시길. 항상 마음 한 켠을 어지럽혔던 고민이 사실은 고민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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