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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 X파일 -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2005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상호라는 기자가 삼성이 정관계 여러곳에 뇌물을 준 정황을 제보받게 되면서 내용이 시작된다.
기자가 제보를 따라 사건을 취재하게 되면서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다양한 사람들한테 시달리는 이야기가 아주 긴박하게 전개된다.
꼭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비슷한 영화를 몇편쯤은 본 것 같다.
이런일이 실제로 일어났었고 실제 겪은 사람이 이런 심정이었구나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갔다.
기자여서 그런지 글을 참 잘쓴다.
정황에 대한 전달도 잘하지만 자기 심정이나 지나가는 풍경을 읊을 때는 아주 문학적이기도 하다.
가끔씩 영화의 회상씬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기자로서 엄청난 사건을 제보받고 이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해야하는 책임감에 대해서 말한다.
그런데 기자가 기자로서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칭찬이 아닌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면
기자는 과연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는게 맞을까 아니면 살짝 피해버리는게 맞을것인가.
내가 당사자라면 고민하다가 현실에 굴복할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상호 기자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수많은 회유와 유혹, 다양한 야유와 여러가지 고민들이 있었다.
당사자가 이런일을 고민하는 중간에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두환 정권때 이상호 기자는 이한열 열사가 죽는 바로 그 시위 현장에 이한열 열사 바로 뒷줄에 있었다고 한다.
이한열 열사는 이상호 기자의 선배인데 선배가 눈앞에서 죽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앞으로 역사의 현장에서 결코 두번째 줄에는 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후로 내내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자의 부채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내가 좀더 용감하게 앞장섰으면 이한열 선배가 아니라 내가 죽었을텐데 그게 맞지 않았을까 하는 심정..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도 든다.
이상호 기자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다른 사람같았으면 반대로 앞으로 그런 순간이 오면 절대로
맨 앞에 서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상호 기자니까 그런 일을 겪고 이상호 기자답게 해석하고 이상호 기자답게 실천하면서 사는것 같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눈감으며 피하는 모든 일들을 굳이 본인이 도맡아 겪으면서 말이다.
상식적이라는 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을 말한다.
우리는 당연한 일을 말할때 "상식적으로 봤을때" 이런 표현을 잘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생각이 그닥 정의롭지 않을때도 많다.
그럴때는 정의로운 어떤 사람이 아주 비상식적인 사람이 되곤 한다.
모르겠다. 이상호 기자가 모두 옳고 다 잘하고 있다고만 얘기할수도 없을 것 같다.
내가 이상호 기자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휘말리고 시달리는 이상호 기자의 상사 입장에서라면
이상호 기자가 무지 미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상호 기자가 쓴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상호 기자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든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에 별 보탬은 안되겠지만 나같은 소시민 한명 정도는
이상호 기자편에서 생각해주어야 맞을 것 같다.
8년전 이야기인데 지금 이야기처럼 생생한것이 아마 이상호 기자는 지금 이순간에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고 비슷한 기분을 느끼면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이상호 기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좀 더 읽어봤다.
내가 많이 도와줄수는 없어도 뭔가 마음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MBC에서도 짤렸다는데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삼성 X파일 때문에 노회찬 전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했단다.
이렇게 책도 나올정도로 어떻게 된 일이고 누가 잘못했는지 다들 알고 있는 사건인데도
잘못한 사람보다 잘못을 지적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게 현실이라니 참 안타깝다.
이런 사람들의 진심이 역사에나마 옳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간만에 책한권 읽고 많은 생각을 했던것 같다.
이상호 기자의 다른 책도 좀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