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는 [흑배]과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을 거치며 생성된 어떤 특성들을 가지고 [삼척]에 들어가더니 곧 새로운 세계로 나가버렸다. 그 세계에는 이를테면 "나는 시인이다"라는 확신과 자부 같은 것들이 있다. 달리 말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그는 시를 쓴 것이 아니다. 자신이 쓴 것을 시로 만들버린 것이다. 이런 식의 문답으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시란 무엇인가? 시인이 쓴 것. 강성은 시인에게 보내는 "고래"라는 시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아름다움은 자네가 가지고, 나에겐 시를, 나에겐 오로지 시를, 나에겐 오로지 시를, 조금 더 멍청하고 조금 더 숭고한, 시를"(78쪽) [삼척]에 가면 그 시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