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초록색이 좋다. 그 싱그러움이 좋다. 요시다 슈이치의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표지는 연두색, 초록색, 노란색의 체크무늬와 투명한 땡땡이 무늬가 들어있는데,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초록색으로 보일 것 같다. 물론 책의 글씨체도 다소 개성이 넘친다. 원숭이와 개는 들어봤는데, 여기선 개가 아닌 게다. 어미 게를 속이고 죽인 교활한 원숭이에게 새끼 게들이 앙갚음을 하는 내용의 일본 전래동화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처음 개와 원숭이는 건너뛰고, 전쟁이라는 단어에서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을 짐작했었다. 전쟁이라. 폭력적일까? 자극적일까? 충격적일까? 책을 넘기면서 내린 결론은 이러한 내용과는 소설이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책은 미쓰키라는 여자가 남편인 도모키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에이타라는 갓난아기가 안겨있다. 그런 그녀가 만난 것은 남편 도모키가 아닌 그의 친구 준페이. 준페이가 미쓰키에게 말하길, 그 둘이 뺑소니 사건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미나토임을 알게되고, 그를 협박하기로 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그 외에도 소설에서는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머리가 아팠다. 난 일본 소설 책이라고는 기껏해야 우동 한 그릇 밖에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이 정말 낯설었고, 그 이름들이 죄다 비슷한 것 같았다. 한마디로 헷갈렸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혼동이 아마도 고스란히 이 리뷰에 들어날 생각을 하니, 다시 한번 살펴서 각 인물들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우선 미쓰키와 도모키, 준페이 이외에, 준페이가 일하는 '란'이라는 술집의 마담 미키, 첼리스트 미나토의 비서인 유코, 그의 조카인 도모카, 그의 할머니인 사와 등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책속에 유기적으로 잘 녹아들어있다. 그러니까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어붙인 흔적없이 그럴 듯하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만 더 잘 기억했더라면 분명히 책이 더 술술 읽혔으리라. 뺑소니 사건으로 이어진 이들 인물 간의 이야기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긴장감을 주면서 흘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화스럽다고나 할까? 뺑소니 사건이라는 어느 정도 자극적인 소재가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쓰여진 책도 드물 것이다. 한마디로 큰 반전은 이 책에서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너무 평범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까? 각 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이 책 속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승리하고 성공한다. 나는 그 승리가 그렇게 값지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속의 인물들이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던, 나는 이러한 방향의 진행이 달갑지는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게 진짜일리가 없다. 모두 거짓부렁이다. 삶은 동화랑 다르잖아. 너무 진부하긴 하지만,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지나서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내가 너무 현실에 대해서 지나치게 버겁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인물들로 비현실적인 결말을 끌어내는 것, 타협도 아닌, 실패도 아닌, 상실도 아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행복해졌다는 이 소설의 결말이 왜이렇게 찝찝하고,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과연 이렇게 우호적이어도 괜찮은 것일까? 작가가 단순히 등장인물들을 연민했기 때문에 결말에서 등장인물들에게 행복을 기부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이 진짜 희망인 것일까? 가진자들이 못가진자들에게 베푸는 아량인 것일까? 내가 행복을 행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 것일까? 그렇다면 난 이 책의 제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원숭이와 게의 전쟁, 전쟁이 게의 승리로 끝났는데, 좋은게 좋은것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책이 너무 이야기를 술술 해결시켰다. 이렇게 조용한 전쟁이 또 있을까? 갈등의 심각성을 인지하기도 전에 갈등이 해소되어 버렸다. 그 갈등은 분명 전쟁이라 불릴만큼 심각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끝나버리니 허무하고, 그 갈등이 별것아닌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 행복까지도 여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