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거리며 읽다가 중반즈음. 작가님한테 반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뚱뚱하게 살다 죽을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일과 사람, 모두에게 외면 당하고 죄책감과 자기 비하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다 병을 얻고 식욕을 잃고 엄청나게 살이 빠졌습니다. 무려 저체중 인간이 되었지요. 좋지 않은 계기로 맞이한 신체적 변화였지만, 솔직히 횡재했다 싶었습니다. 82p
고난으로 만들어진 저체중에서 횡재를 느끼는 이 태연함! 그렇습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습니다. 고생했으니 얻는게 있고 고뇌했으니 풀어져야죠. 정확하게 1-1=0 을 행하고 살진 못하지만, 얻고 잃는것을 무척 당연히 생각하는 인생을 살다보니, 매우 비관적인 낙관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음?!
때린 놈을 혼내줄 줄 알았더니 놀랍게도 때리게 만든 쪽을 미워하고 괴롭히며 노는 쪽이 세상의 취향이더란 말입니다. 어떡합니까. 변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저도 변태가 되어야죠. 104p
왜 우리는 특히나 쌍방이 남녀일땐 행실부터 찾을까요. 당한 사람에게 이유를 찾고 당하지 않을 방법만 연구합니다. 그럴시간에 딴딴한 아보카도를 주워다가 머리통 때린 놈.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기며, 그러면 안돼!!! 라고 외쳐줘야죠. 아보카도 맛을 느끼기엔 제 미각이 아직 한참~ 부족하오나, 이제 아보카도를 보면 조금 반가울것 같아요. 이런 귀여운 무기같으니!
엄마는 무척 기뻐했습니다. 기뻐하는 엄마를 보니 저도 기뻤습니다. 엄마의 욕망을 욕망하는 K장녀의 노예근성이 짜낸 허위 기쁨일까요. 쥐젖만큼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목표 달성의 뿌듯함과 노가다 작업 특유의 건강하고 호쾌한 성취감에서 우러난 진짜 기쁨이 맞다고 생각하렵니다. 125p
쥐젖만큼의 억울함 보다는 몸으로 느낀 성취감에 만족하는 마음? 어차피 좋은마음에 한 일 뿌듯함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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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제안하시는 요런저런 요리법들에 유레카를 외치며 메모를 해놓은 것도 있었지만 요것만은 안따라해보고 싶었습니다.
단, 예외. 내가 직접 구운 건축 자재 같은 빵은 먹어도 됩니다. 밀가루와 물과 이스트만 넣어 빵을 굽습니다. (중략) 데친 취나물을 잔뜩 얹어 먹었습니다. 입안 가득 몰아치는 산뜻하고 건강한 맛. 욕망이 다 죽어버리고 마음이 무덤처럼 차분해졌습니다. 157p
나는야 달고 폭신하고 쫀득한 빵에 취한 욕망덩어리로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