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
임승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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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조금 소심해지길 바랍니다.

내가 사랑하니까 내옆에 있어. 내가 사랑하니까 괜찮아. 내가 사랑하니까 지켜줄게.

 

아니요. 갖고 싶다는건 사랑의 다른표현이 아니라 성숙치 않은 마음에 그럴싸한 변명을 찾은것 뿐입니다.

 

이서진을 닮았지만 눈빛은 그보다 더 슬픈 탐정님이 변변찮은 수임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녀를 찾아보려 애쓰는건.

어쩌면 새가 되어서라도 자기 꿈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또다른 작은 희망?

 

행복하다며 날아가는 상처투성이 파랑새가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건 어찌할까요.

애처로운듯 돕지만 담배한가치라도 얻어내려는 이웃이나, 키우는 개목이나 조르며 그놈이 나쁘다 말하는 동네 언니나. 누군가에게 삶은 그런 지옥속에서 자신을 견뎌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을줄 알았습니다. 수더분한 아줌마 수다를 장착하고 노골적인 뒷담화를 풀어내며 깔깔웃게 해주시리라 기대했는데. 이서진을 닮았을지 모르는 작가님은 아니 탐정님은 자꾸만 삶은 결국 이런 시궁창 이라며 바닥으로 이끄시네요.

 

착하지만 물색없이 해해 웃던 그녀는 새가 되지도 못했겠죠. 새라도 되어 날아주길 기대하지만.

어딘가로 숨어주었길 바랍니다. 새가 된것 마냥 아무도 모르게 다시는 그녀를 사랑한다는 절음발이가 그녀를 찾을수 없도록 멀리멀리 달아난 것이길 바랍니다.

 

그녀를 사랑했는지 모를.... 포카 패나 한바퀴 더돌리던, 소심한 사내는 사라진 그녀가 그리워 몸을 던진걸까요? 사랑한다면 소심하라 외쳤으니 참으로 소심한 그를 응원해야겠지만, 소심하라고 했지 비겁하라 하진 않았네요. 물론, 저는 정의롭지도 아름답지도 못하지만 그냥 그래줬으면 합니다. 응원해주고 싶었으니까.

 

결국 그녀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에게도 또다른 그에게서도.

 

그녀일지도 모를 새라도 잡아서 그녀라고 우기고픈 그의 사랑 또한.... 인정해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끝내 그녀의 잘생긴 파랑새를 밟아 죽이고 그녀의 부리에 쪼여 죽는건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아깝습니다.

 

친하고 애처로워도 니네집 사정이라 나몰라라 했다면 너무 당당하진 말아주세요. 좀 부끄러워주세요. 뻔히 아는 상처를 모른척 한건 자랑이 아닙니다.

 

부끄러워하고 조심스러워하고 미안해하고....그러면 지고 마는 세상.

너무도 당당하고 너무도 억울하고 너무도 뻔뻔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드는게. 어느날 문득 참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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