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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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7년동안 알았던 한 친구가 전화를 해서, 자기가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이 너를 닮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알게 된 '스미레'...책을 읽으면서 난 그녀의 마음에 얼마나 공감했을까? 실제로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가지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녀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작가지망생인 스미레는 ... 열정적인 여자다. 아침 잠이 많고 궁금한게 있으면 새벽 몇시인지 상관하지 않고 화자인 '나'에게 전화를 해댄다. 뭔가에 열중하면 다른 것은 잊어버리기 일쑤이며,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작가를 흉내내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본적도 없고, 시간에 얽매이며 사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삶에 대해 늘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짝이 다른 양말을 신고 다니면서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며 가끔은 놀랄만큼 신선한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하루끼의 다른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하루끼의 소설을 정독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어떤 모델을 설정해서 '스미레'라는 인물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 다른 소설들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관계등이 중요시되는 반면에... 이 소설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스미레'라는 본요리를 위해 장식되는 야채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심지어 '스미레'가 사랑하게 되는 여자 뮤까지도...말이다.

솔직히 그다지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스미레'의 이미지가 정말 잘 표현되었다고는 생각한다. 어렸을 때 소설을 읽으면, 소설들의 인물에 자신을 대입시키고 싶은 욕망에 빠져들고는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좁은 문'...... 하지만 언젠가부터 소설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그 인물을 동경해서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어지는 마음, 그 매혹적인 기분을 많이 잊어버렸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른이 되서 본 수많은 소설 중에 그렇게 나를 설레이게 하는 소설이었다. 동경의 대상을 만들어 준, 몇 안되는 작품 중에 하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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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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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게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읽었다. 보통...줄거리를 알고 읽으면 소설은 재미가 없다고들 하는데...정말 그럴까? 허삼관 매혈기는 정말 독특한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 피를 파는 이야기지만,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든 노인이 되었을 때까지 중국 민중의 삶을 재미나게 그려내고있다.

나는 펄벅의 '대지'를 중학교 때 읽고 너무 감동해서 100여번을 읽었다. '대지'에서 나타난 왕룽의 삶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허삼관의 삶은 매우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 웃음은 허삼관을 비웃는 것은 절대 아니다. 허삼관뿐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생각이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모습이 아니다.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를 파는 허삼관과 동행하는 사람들은 허삼관과 똑같이 얼굴이 노래질때까지 오줌을 참으면서 대접에 물을 마신다. 그렇게 하면 피가 묽어지고 많아진다는 것이다. ^^* 하지만 이런 허삼관이 단지 헤헤거리는 웃음만을 던져주는 것은 아니다. 자식들을 위해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든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고, 그의 삶은 우리의 보편적인 삶과 맞닿아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중국쪽 소설을 별로 못 읽었지만, '대지'가 우리에게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웅장함을 보여준다면, '허삼관 매혈기'는 그와 동시에 인간의 순수하고 따뜻한 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너무나 쉬운 문장으로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다. 아는 척 하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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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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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에서 환한 가로등을 만난 듯, 맑고 깊은 책이다. 통독보다는 여유로운 정독이 어울리며...한꺼번에 다 읽어버리기보다는 조금씩 아껴가며 읽는 것이 어울리는 책이다. 수많은 평자들이...또는 작가들이 왜 장 그르니에의 책을 읽고 사랑에 빠져버리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이라면, 바닷가 백사장 위에서 또는 산 속 계곡의 물 소리 아래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시선을 자기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돌리게 만드는 그의 마법같은 문장을을 읽다 보면, 누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장 그르니에의 매력에 빠져 버릴 것이다.

'공의 매혹'부분은 거의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섬광의 순간을 표현했다. 한용운이 말했던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은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처럼 인생의 방향을 저도 모르는 새 바꿔 놓은 그 아름답고 빛나는 찰나를 노래하고 있다. 어두운 다락방 낮은 천정을 보면서도, 높고 검푸른 하늘의 별을 헤아릴 수 있는 맑은 유년기의 어느 한 순간...누군가는 시를 운명의 지침으로 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음악을 운명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그의 글들은 '나'라는 존재를 과거의 빛나던 꿈들을 되돌이켜 보게 만들기도 하고, 내 미래를 잊혀진 꿈들로 다시 한번 수놓을 수 있게 만드는 용기를 준다. 시인 정현종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말했지만, 장 그르니에는 사람들이 섬이라고 말한다. 맑은 거울같은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지중해의 섬들...그 섬들은 고독하면서도 자유롭다. 장그르니에의 산문 속에는 끝간데 없이 지독한 고독과...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유, 그 둘을 함께 간직한 인간의 내면이 있다. 그래서 글을 읽는 우리가 자신의 깊은 마음의 바닥까지 맑고 투명한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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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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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이나 '거대한 괴물'같은 작품에 비하면 그다지 재미가 없다. 편하게 쓴 소설같다고 해야 하나...치밀함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회고담정도로...쓴 글인듯. 작가는 그 시절들을 회상하느라 힘들었겠지만, 작가의 다른 우수한 작품들을 보고 기대심리에 부풀어 있는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듯 하다.

글쓰는 사람들 중에 넉넉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몇이나 될까? 베스트 셀러가 일년에 몇권이나 나올까? 글쎄...그 지난한 흔적들을 그려주는 건 좋지만, 소설이라기 보다 그저 회고담으로 이름 붙이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빵굽는 타자기....이렇게 아름다운 제목으로...진부하게 쓸 수 밖에 없는 게 정말 아쉬워다. 어떤 소설적 기교나 구조의 짜임새보다는 그저 한줄한줄 일상을 기록한 듯한 무미건조함이 나를 매우 실망시켰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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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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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에 문팰리스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에 산 책이었다. '달의 궁전'이라는 낭만적인 제목에 어느정도 내용을 추측했다가...정말 깜짝 놀랐다. 물론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사고방식이 매우 독특했기 때문이었다. 굶어 죽을 위기에...공원에서 노숙을 하며...사는 명문대 대학생이라니~~~누가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을 듯한 내용을 ... 폴 오스터는 당연하게 생각되도록 그려낸다.

거기다 그 사건들의 우연성은 그저 단순히 우연이라기 보다,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서 이미 정해져 있던 삶의 지도를 이루는 우연성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주인공은 이 장편의 한권 내내, 제 뿌리를 찾아다닌 것이다. 물론 전혀 의도하지도 않은 채.

죽은 어머니, 사생아로 태어난 주인공과, 그의 외삼촌, 그리고 말상대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괴짜 노인...그리고...그의 아버지...이 모든 삶의 모습들이 환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내가 읽어 본 폴 오스터 작품중에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인간의 본질에 근접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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