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보걸 키쿠 1
나카야마 노리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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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왜 이 캐릭터가 나를 붙잡았을까? 키쿠의 캐릭터는 현실적으로 보기엔 사회부적응자 스타일인데도 말이다.

하지만...그녀는 아름답다. 여성적인 주체성을 담고 있다. 일상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발상으로 삶을 색다르게 꾸며 나간다. 애인을 사랑할 때조차 항상 솔직하다. 여자들은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때로는 숨기고, 때로는 억누르고...때로는 없애버린다....물론 여자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여자가 자기 사랑에 대해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기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어느 순간에 자신을 되돌아보면...남자라는 대상에 자신을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키쿠와 토키야는 그 관계를 역전시킨다. 키쿠는 자유롭고 활달하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사고를 전혀 억압하지 않으려고 한다. 토키야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남성안에 숨겨져 있는 여성성, 또는 남성 안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불안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캐릭터다. 남자도 여자의 마음을 몰라서 불안하다. 하지만...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무뚝뚝하면서도, 속으로는 매번 덜컹덜컹 마음을 졸이는 토키야의 모습도 솔직해서 좋다. 키쿠와 토키야는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 에피소드들을 보면... 남자와 여자의 표현..생각이 어떻게 다른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엉뚱하고 돌발적인 두 인물의 사건들, 행동들이 그저 유치한 흥미만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만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주는 남녀의 차이점...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삶이 왜 재미있고 참신한지를 알려고 하지 않으면...무척 유치한 만화로 느낄 수 밖에 없다. 남들이 사는대로 똑같이 그리면...그건 만화가 아니라...뉴스가 될 것이다. 만화를 보는 이유는 현실 속에서 꿈꾸는 내용을 보여주어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내가 본 만화 중에 키쿠라는 인물만큼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녀는 자기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지만...남자라는 대상에게 있어 여성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주체성을 가졌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종속적인 위치를 만들어 내는 다른 일본 연애 만화와는 천양지차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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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1
마츠모토 토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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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특히 연애를 다룬 만화는 인물의 구성이 뻔한 것이 단점이자 특징이다. 하지만 이 만화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까닭은 아마도 수려한 그림과 만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음악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 아이였던 카에가 소녀가 되어 사랑에 빠지면서 점점 감정의 증폭이 되고...그 감정의 증폭은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피아노 선율처럼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고시마 선생의 성격도 평범한 인물에 속한다. (키가 크고, 무뚝뚝하고, 남자다운...그러나 여자를 아끼는 매력적인 남자-즉 일본 만화의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

하지만 고시마 선생이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예술가로 변모한다. 그의 예민한 감정이 햇살에 비치는 섬세한 거미줄처럼 반짝이기도 하고, 폭풍우처럼 휘몰아치기도 한다.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들이 나타나도...그들의 화해는 언제나 이 피아노 선율을 탄다. 그래서 만화에서 쉽게 느껴질 수 없는 음악적인 요소가 이 만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며, 음악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성장과, 사랑, 그리고 꿈...어떤 순정만화도 이와 같은 공식을 표현한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어떻게 표현하는가'이다. 시각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만화에서 '음악적인 요소'를 다루기 위해서는 인물의 섬세한 심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작가가 인물을 완전히 장악하고...인물은 인물나름대로 독자적이어야 한다. 이를 실제로 행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좋은 만화를 한편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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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바둑왕 17
홋타 유미 글, 오바타 타케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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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전혀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다. 성장 만화라는 점, 그리고 바둑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 그리고 바둑의 명인인 귀신이 나온다는 점...이 세가지의 특징이 묘하게 잘 어우러지고 있으면서...만화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나는 바둑을 잘 모른다. 하지만...바둑이 왜 매력적인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승부가 있는 전쟁터에는 항상...갈등과 고뇌와 기쁨과 희열이 함께 하는 것이니 말이다.

히카루는 분명히 그런 점을 배웠다. 전혀 관심도 없던 바둑부에 들어간 것은 물론...귀신이 붙어서기는 하지만...그가 자신의 재능을 찾아가는 동안 기울였던 수많은 노력과 갈등은 분명히 자신만의 땀이었다. 거기다...도우야라는 라이벌까지 있으니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란 요소는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일본, 중국...점차 스케일이 커지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어렸던 주인공들이 점차 나이가 들고, 실력이 쌓여가면서...그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히카루와 다른 모든 인물들의 성장을 위한 몸부림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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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묵시록 카이지 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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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보게 된 까닭은 언젠가 씨네 21에서 좋은 만화에 대한 평을 시리즈로 낼 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역시 실제로 본 후는, 더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바닥까지 간 쓰레기들...말하자면 그렇다. 도박에 미쳐 가산을 탕진하고 몸까지 팔아버리는 인간들은 솔직히 구제불능이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전혀 들지 않는..그런 인간들에게도...드라마가 있다. 역전의 순간을 꿈꾸는, 희망이 있다.

그 욕망은, 일반 사람들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고, 적나라하며, 생동감 있다. 그리고 현실조차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나라하다. 자본이 자본을 움직이고, 인간을 움직이는 것...그 악순환 속에서 벼랑끝에 서 있는 인간을 보는 것은,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이 섬뜩하다. 도박을 하는 인간도...도박을 하게 만드는 인간도...모두 엉망진창인 인격파탄자같이 보이지만...그 속에는 현대인들에게 숨어 있는 욕망이 극한까지 숨어있다.

요즘 신용카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것만 보아도...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인간에게 신용카드라는 플라스틱을 한 장 주는 것만으로도...그 인간을 파멸로 몰기에 충분하다는 것.

어쩌면 만화속의 현실은 너무나 극한적이기 때문에...현실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실제의 삶은 더..비참하다. 20세기인 지금도 강대국들은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전쟁을 하고 싶어 하고...각국의 이해관계를 이용해서 전쟁을 지지하게 만들고...그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인명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교묘히 숨긴다.

생각해 보자. 인간의 진정한 욕망이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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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각하의 요리사 1
카와수미 히로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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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리란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만화의 주방장 코우가 원하는 것은 마음이 전달될 수 있는 요리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쉽게 알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굉장한 주의력과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 그 덕분에 코우는 인간적인 요리사로 거듭난다.

베트남에서 대사 직속 요리사로 있는 코우는, 존경하는 대사의 외교 업무를 충실히 돕는다. 어떤 불편한 관계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요리사 코우의 목표인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모든 요리만화의 가장 중요한 아이템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요리란 자기가 먹기 위해서 하는 경우보다....다른 사람을 먹이기 위해서 할 때...더 많은 정성과 애정이 들어가게 마련이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요리사로서의 코드와...정치적인 관계의 얽힘을 풀어간다는 코드, 그리고 코우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풀어간다는 코드...이 세가지 코드라 동시에 맛물려...멋진 만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만 하다. 다른 요리만화에 비하면 좀더 성숙하고 깊이있는 맛이 난다고 할까.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추구하거나..그 사이의 갈등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작가의 가치관까지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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