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캐릭터가 나를 붙잡았을까? 키쿠의 캐릭터는 현실적으로 보기엔 사회부적응자 스타일인데도 말이다. 하지만...그녀는 아름답다. 여성적인 주체성을 담고 있다. 일상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발상으로 삶을 색다르게 꾸며 나간다. 애인을 사랑할 때조차 항상 솔직하다. 여자들은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때로는 숨기고, 때로는 억누르고...때로는 없애버린다....물론 여자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여자가 자기 사랑에 대해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기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어느 순간에 자신을 되돌아보면...남자라는 대상에 자신을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키쿠와 토키야는 그 관계를 역전시킨다. 키쿠는 자유롭고 활달하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사고를 전혀 억압하지 않으려고 한다. 토키야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남성안에 숨겨져 있는 여성성, 또는 남성 안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불안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캐릭터다. 남자도 여자의 마음을 몰라서 불안하다. 하지만...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무뚝뚝하면서도, 속으로는 매번 덜컹덜컹 마음을 졸이는 토키야의 모습도 솔직해서 좋다. 키쿠와 토키야는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 에피소드들을 보면... 남자와 여자의 표현..생각이 어떻게 다른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엉뚱하고 돌발적인 두 인물의 사건들, 행동들이 그저 유치한 흥미만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만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주는 남녀의 차이점...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삶이 왜 재미있고 참신한지를 알려고 하지 않으면...무척 유치한 만화로 느낄 수 밖에 없다. 남들이 사는대로 똑같이 그리면...그건 만화가 아니라...뉴스가 될 것이다. 만화를 보는 이유는 현실 속에서 꿈꾸는 내용을 보여주어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내가 본 만화 중에 키쿠라는 인물만큼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녀는 자기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지만...남자라는 대상에게 있어 여성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주체성을 가졌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종속적인 위치를 만들어 내는 다른 일본 연애 만화와는 천양지차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