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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뭉크 ㅣ 다빈치 art 1
에드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 다빈치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악~~~~소리가 지르고 싶을 때, 몸 속에 갇힌 모든 우울과 광기를 세상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을 때 뭉크의 그림을 보자. 뭉크의 '절규'는 많은 시인들이 소재로 즐겨 쓸만큼 시적 영감을 주는 그림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이지만, 색의 결을 느끼도록 만들어서 목판의 느낌까지 주는 주황색 하늘과 강물...과감한 사선으로 표현된 다리...그 위에 자신의 양쪽 귀쪽을 감싸 안은 유령같은 사람...이것이 뭉크의 '절규'이다.
뭉크는 81세에 죽었지만, 그 긴 생애동안 정신분열증으로 괴로워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장 힘들었다는 외로운 화가, 그가 세상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회화뿐이었다. 사람들의 소음을 유난히도 싫어했던 그인만큼 '절규'에서도 귀를 막고 있는 형상이 드러나며, 참혹하리만치 암울한 색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색의 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의 진동을 잡아내듯이 다양한 색채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리를 매혹시킨다.
이 책은 그림에서 간간히 드러나는 뭉크의 고독한 삶과 삶에 대한 시선을 보여준다. 뭉크의 예술적 삶에 대한 대략적 내용과 그의 일기, 그리고 그의 평생의 정신적 후원자였던 쉬플러 판사와의 서신, 두 편의 단편들과 그림우화들이 알차게 실려있다.
뭉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기보다는, 뭉크 자신의 글과 작품을 통해 독자 개개인의 판단을 가져오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의 대표작들은 거의 매 장마다 실려 있어, 그림과 함께 뭉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준다. 오히려 조금 어려운 부분은 뭉크 자신의 일기부분인데,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듯 하지만, 그 자신의 정신분열증 때문인지 매우 혼란스럽게 기술되어 있다. 도박에 대한 집착같은 부분을 보면, 그도 보통사람들과 다름없는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유명한 그림 '병든 아이'는 뭉크의 죽은 여동생을 모티프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소녀의 옆모습에 드리워진 허무와 쓸쓸함, 그 죽음의 그림자를 잡아낸 그의 관찰력과 여동생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끼게 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키스'라는 목판화인데, 단순한 나무결을 그대로 살린 채 껴안고 키스를 하는 남녀의 몸이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실루엣만을 보여준다. 목판이라서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리고 있으며, 간결한 표현으로 인해 그 애정의 순수함이 잘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사춘기'는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에서 주인공이 집착하는 그림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사춘기'는 주인공의 사춘기와 욕망을 그대로 표현해준다. 침대 위에 않은 나체의 소녀는 매우 도전적이며 반항적인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여자와 아이의 중간시기를 통해 소녀의 내면에 숨어 있는 어둠과 밝음을 묘사하여 우리에게 색다른 아름다움을 만나게 해 준다.
뭉크가 평생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면서도 작품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감정상태나 사고가 너무나 극한을 달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일반인들은 극단의 우울이나, 극단의 사고들이 일시적으로 진행될 때조차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 광기를 천재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뭉크의 삶은 얼마나 치열했을 것인가? 책을 읽으며 만날 수 있는 뭉크의 작품세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미적 감각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묘한 감각을 얻고, 화가의 내면에 닫힌 세계를 비밀스럽게 열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