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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 월간미술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문학과 미술은 전혀 다른 질료로 세상을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 예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피카소와 엘뤼아르, 자코메티와 샤르트르, 미로와 브르통, 마그리트와 로브그리예, 몽드리안과 뷔토르, 모딜리아니와 콕토, 브라크와 아폴리네르, 르동과 말라르메, 고흐와 아르토, 세잔과 졸라, 드가와 발레리, 모네와 바슐라르, 마네와 바타이유, 쿠르베와 플로베르, 제리코와 아라공, 샤르댕과 프루스트, 와토와 보들레르, 푸생과 솔레르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화가와 작가들이다. 이 많은 사람들을 한 책에 담는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와 다름없는 무모한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전부를 담으려고 하다가 전체를 망쳐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책을 살펴보면, 문학보다는 미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선 쟁쟁한 화가의 도판들이 많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설프고 가벼운 잡담거리로 문학과 미술을 뒤섞어 놓지는 않았다. 시대의 조류와 예술가들이 가진 철학적인 측면과 그런 모습들이 실제로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를 자세하면서도 간략하게 다루어 놓았다. 핵심 중에 핵심만을 뽑아 놓은 것이다. 동시대를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격려하는 예술가들의 진지한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열정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작가들의 작품을 몇 줄에 걸쳐 인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에, 저자는 일부러 시대적 배경과 조류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술과 문학이 어떻게 한 시대에 어우러졌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헤르만 헤세같은 경우에는 스케치를 즐겨했고, 자기 책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화가 뭉크 또한 짤막한 우화와 그림을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책에 나타나는 화가와 작가는 때로 자신의 이상이 달라 결별을 하기도 하고,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아주는 조언자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든다. 예술을 각각 장르별로 나누기 보다 시대를 통해 어우러지게 하는 작가의 역량에 존경심을 표할 뿐이다. 또한 '그림 속의 문학, 문학 속의 그림을 찾아 나선 예술 여행'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내용이 충실하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어떻게 한 시대를 헤쳐나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만들어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