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패스트푸드의 제국

발에 걷어 채일 만큼 무수한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하나쯤 안 먹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식습관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요즘같이 환경이 오염된 세상에서 먹어서 몸에 좋은 음식이 얼마나 되겠냐며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런 소리는 쑥 들어갈 것이다. 문제는 음식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햄버거 하나가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무수한 공정을 거치는지, 그리고 그런 공정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다진 고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우선 소고기나 닭고기를 기르던 소규모의 농장주들이 고통받으며 때로는 자살까지 하며, 결국은 사라졌다. 쇠고기, 닭고기, 감자의 최대구매자인 맥도날드와 같은 거대자본이 고기 값을 터무니없이 인하하며 유전자조작을 한 가축들을 기르도록 조장하고, 가격 담합을 통해 소규모 농장주들을 압박했다.

그뿐인가, 수많은 도축업자들도 무너졌다. 소를 도축하면서 기계화를 실시하여, 기술자들이 불필요해지자, 싼 임금의 외국 노동자들을 착취하며 오염된 공장에서 일을 시키다 치료도 제대로 해주지 않은 채 내쫓아버린 것이다. 20년 전에 시간당 소 175마리를 해체시키던 과거와 시간당 400여 마리를 해체시키는 지금, 수많은 노동자들이 과로에 지쳐 팔과 다리를 절단해야하는 큰 산업재해를 입고 있다. 기계에 말려 들어간 사람은 소고기와 함께 포장육이 되어 나와 팔려나갔다고 한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도 프랜차이져가 붐을 이루고 있다. 고개를 한번만 돌리면 체인점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프랜차이져 음식점은 똑같은 맛을 다른 데서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의 입맛을 획일적으로 길들인다는 단점도 가진다. 아주 사소하게 제과점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체인점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이유 모를 불안감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대규모 마트들이 생겨나고, 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작은 슈퍼들은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 과연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있을까?

우리의 입맛을 길들여놓은 대규모 프랜차이져 체인점들이 어느 순간에 우리의 목덜미를 잡아채지는 않을까? 시간당 최저임금을 더 내리도록 주장하던 미국의 보수파들은 실제로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져기업에게 제일 많은 기부금을 받았다고 한다. 싼 임금에 죽어라고 일하던 미국의 청소년들은 이제 너무나 지쳐, 자기가 일하던 체인점을 털다가 살인자가 되고 범죄자가 되어갔다. 실상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면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겉으로 드러난 포장 뒤에 숨겨진 무서운 악마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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