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그림의 미술사 -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미술사를 바꾼 명화의 스캔들
조이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진정한 예술은 위험하다. 작가에 의해 창조된 후에 제 스스로 의미를 발전시킨다. 작가가 만드는 것은 단지 씨앗일 뿐이지만, 읽는 이에게 전해지는 것인 푸른 잎과 붉고 화려한 꽃이 핀...예술이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카라바조,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에두아르 마네, 에드바르 뭉크, 마르셀 뒤샹...이 다섯화가들의 작품들도 위험한 것임에 틀림없다. 세기를 지나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니 말이다.

카라바조의 그림 중에 도마가 예수의 상처에 손을 넣어 확인해보는 그림때문에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종교에 대해 그리 호감을 가지지 않는 나이지만, 이렇게까지 깊은 마음 속까지 헤집는 그림에 대해 어찌 존경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으랴. 보통 르네상스나 그 이전의 그림들은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지 않으면 읽어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르네상스이후의 예술작품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이 다섯화가 중에서도 카라바조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나에게조차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기존의 종교적 내용을 다룬 화가들과 카라바조의 그림이 어떻게 다른지를 ..실제의 그림과 비교해서 설명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성모 마리아가 안고 있는 아기 예수의 발에 키스하는 순례자가 성자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가난한 농부와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 아낙이라는 점이 문제시 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카라바조가 가진 가치관을 보여주었다. 이런 특징들을 듣다보면 그가 기존의 화단에서 불경하게 여겨진 것도 당연한 듯하다. 그리고 그런 불경스러움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위험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예술가들의 삶이 보통 고난과 역경의 연속으로 보여지는 것은, 이 책에서 나타나듯이 예술가들이 현실속에 존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나 미래같이 알수 없는 곳에 자신의 이상향을 두는 것은 쉽지만, 현재에 이상향을 만들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마네나, 뭉크, 뒤샹의 경우만 생각해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셋 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물론 그들이 인정받기 쉬운 그림을 그려 인정받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개성적인 창조를 인정받고자 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납득시키기란 매우 힘든일이다. 관습, 편견, 기득권 등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타난 화가들의 작품들이 시대를 넘어서는 감동을 주는 것은 틀에 박힌 형식을 거부했기 때문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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