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이라는 착각 - 확신에 찬 헛소리들과 그 이유에 대하여
필리프 슈테르처 지음, 유영미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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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정말로 이성적인가?' 책은 궁극적으로 이 물음에 대한 도전이 담겨있다. 마치 사람의 이성을 하나하나 뜯어내 그 한계와 기능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니체의 순수이성비판이 얼핏 겹쳐 보였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생각, 신념 등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신앙과 같은 믿음을 갖는다. 그것이 '신념'으로, 사실상 그 사람의 삶을 담아낸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지식부터, 사회적 통념, 인간관계, 정치적 사상, 삶의 태도 등 다양한 신념들이 뭉쳐 그 사람이라는 한 인물을 만들기에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신념과 반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자기 생각이 부정되었다'를 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된 듯한 기분을 느껴 거부감과 공격성을 내비친다. 정작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지도 모르고,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옳은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처럼 사람의 정신에서는 무수히 많은 오류가 나타난다. 시각이 실제 물체의 형상과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 착시현상부터 후각의 존재에 따라 특정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각의 한계 등 감각의 문제부터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유사한 정보만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은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잊게 되는 인지 편향,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실을 반드시 일어날 미래처럼 여기는 걱정과 불안, 망상장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책에서는 이런 인간의 오류와 문제점들을 철학, 인문학, 진화학 등 다방면의 학문을 이용하여 파헤치고 독자가 자신의 불완전함을 자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완전하고 안정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그와 동시에 불완전함을 알고 있기에 자기 자신과 타인들에게 더 말랑하고 유한 자세로 대할 수 있게 해준다. 오로지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판단하여 대립하는 이들의 말은 모조리 묵살시키려 달려들어 갈등이 첨예한 요즘 시대에 더욱 중요한 책이라 느껴진다. 모든 성인에게 추천 교양서로써 다뤄져도 좋겠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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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쉼 - 쥐고 놓는 연습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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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같은 나잇대의 여느 대학생들처럼 전공 지식을 쌓고, 자격증과 학점 등을 잘 챙겨서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는 걸 원치 않는다. 요새 대학 입학에 있어서도 나처럼 기존의 길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지극히 소수에 불과한 이레귤러인 것은 틀림없다.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삶의 자율성'과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가' 두 가지가 가장 크다. 기업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는 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가 지시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 반드시 생길 것이고, 옛날부터 공부는 물론 즐기는 일에 있어서도 내가 끌리는 게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으려 하고 억지로 하더라도 영혼은 가출해있는 상태가 부지기수인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위치에 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자유로운 환경을 지키고자 했다.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다만 자유라는 큰 가치를 얻은 만큼 함께 따라온 책임도 있다. 내가 일을 '잘' 해야만 돈을 벌 수 있고, 내가 돈을 '잘' 벌어야만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처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의 존재감은 선명해지는 것을 넘어 강렬해져갔고 어느새 쉬는 날 하루도 없이 주 7일, 365일 내내 깨어만 있다면 책을 붙들고 글을 쓰는 일상이 되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내 생각을 글로 담아내는 하고 싶었던 일들이라 '일'이라는 피곤함, 스트레스, 압박감 따위를 느낄 일도 없이 쉬지않고 달려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최근에는 원인 모를 편두통과 복통, 그리고 무기력함이 퍼져 독서와 글쓰기가 진짜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예전에도 비슷하게 겪어봤듯 취미를 업으로 삼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억지로 나아가니 얼마 안가 몸상태가 극도로 안좋아져 이틀을 내리 누워만 있게 되어버렸다.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서 아무것도 못 먹고 초코우유만으로 간신히 배를 채우는 지경에 가서야 깨달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게 아니라 멈추는 법을 몰라서 계속 달리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말한다 '프로는 적절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까지 스스로 케어할 수 있어야 진정한 프로다.'라고. 휴식 또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다음 난관을 헤쳐나가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숨고르기인 것이다. 나아가 이 휴식이 적절히 자리잡혀야 다른 좋은 습관들이 생기고 일에서도, 나아가 삶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휴식'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해 현대인들이 무의식중에 느끼는 휴식에 대한 문제점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보는 단계를 거쳐, 휴식, 습관, 일, 일상, 삶까지 아울러 생각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쉬는 날에 정말로 가만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감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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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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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동화의 분위기를 띠었지만, 그 누구보다 어른, 특히 삶에 지치고 번아웃이 온 어른들을 위한 애정이 쏟아지는 소설이다. 우선 동화의 분위기를 풍기는 데서 느껴지듯 상당히 읽기 편하다. 글 속에 숨겨진 뜻이나 의도 등이 없이 곧바로 인물들을 통해 독자가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어 글을 읽어나가는데 피로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복잡한 감정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이야기에 책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복잡한 실타래가 물에 푹 젖은 것처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으며 그걸 그대로 두자니 점차 곰팡이가 피어나 가는 모습에 더욱 착잡해지는 감정 덩어리를 끝에서부터 조금씩,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지쳐 쓰러진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런 주인공을 동정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함께 위로받으며 회복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가볍게 다뤄내기에, 소설의 소재인 마녀가 정말로 마법을 부린 듯한 끝맛이 맴도는 소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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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마동주 지음 / 닥터지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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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작가의 에필로그까지 꼼꼼히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긴 이야기가 쌓아놓은 카타르시스가 등골의 소름으로 표현되었다. 책을 덮고 한참 동안 남은 소름의 여운을 느끼게 된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추천사에 적혀있는 '정신없이 읽었다.' 라던지 '정말 재미있었다.' 따위의 말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기도 하고, 추천사를 적는 이들은 어찌 되었든 좋은 말을 적어주기 마련이기에 큰 기대 없이 훑어만 보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 소설은 추천사가 공감이 간 정말 몇 안 되는 소설이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글을 읽는데 가속을 붙이는 흡입력에 홀려 정신없이 글을 읽어나갔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이 음식물들을 마구잡이로 집어삼키듯이.

이야기는 복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과 이를 저지하고 체포하려는 경찰의 대립적인 구도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경찰의 포위망에 혼선을 주고, 벗어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 철저한 수단들에 경찰은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며 수사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계속해서 경찰이 주인공을 추적하고, 주인공은 여러 패를 꺼내며 다시금 거리를 벌리는 모습이 여느 격투기 경기보다 치열한 싸움으로 느껴졌다. 장편소설이라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중간에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을 법한데 처음부터 강렬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인 이후로는 적절한 분위기의 고조, 지체 없는 시나리오 전개로 단 한 순간도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여느 범죄 수사물들을 보다 보면 간혹 느껴지는 설정 오류 등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몰입을 해치는 걸림돌도 없었던 덕분도 크다.

거침없는 스토리의 전개에서 얻는 1차원적인 재미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한 중요한 생각거리들도 주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되듯 '법의 형벌이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의로운가?'부터 과연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처럼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심적인 고통을 제삼자가 재단하여 대신 처벌하는 게 정말 정의로운 것일까? 범죄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해야 '공정'할 수 있는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인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불완전함과 충동적인 부분들 때문에 99명의 사람이 문제없이 잘 살아가더라도 최소한 한 명은 작은 문제부터 타인을 해치고, 빼앗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발생한다면 피해자가 피해를 충분히 회복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나 싶다. 혹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이렇게 강해진 법을 악용하는 사람이 나올 수 없도록 무고를 밝혀내는 방법과 그에 대한 처벌까지 강화를 시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도로 강화하는 게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추리, 범죄, 추격 등의 키워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소설이다. 반드시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인간과 사회, 정의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들을 남겨주는 책이었기에 이야기에 몰입하여 즐기는 추리소설 이상의 가치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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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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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동화의 분위기를 띠었지만, 그 누구보다 어른, 특히 삶에 지치고 번아웃이 온 어른들을 위한 애정이 쏟아지는 소설이다. 우선 동화의 분위기를 풍기는 데서 느껴지듯 상당히 읽기 편하다. 글 속에 숨겨진 뜻이나 의도 등이 없이 곧바로 인물들을 통해 독자가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어 글을 읽어나가는데 피로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복잡한 감정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이야기에 책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복잡한 실타래가 물에 푹 젖은 것처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으며 그걸 그대로 두자니 점차 곰팡이가 피어나 가는 모습에 더욱 착잡해지는 감정 덩어리를 끝에서부터 조금씩,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지쳐 쓰러진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런 주인공을 동정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함께 위로받으며 회복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가볍게 다뤄내기에, 소설의 소재인 마녀가 정말로 마법을 부린 듯한 끝맛이 맴도는 소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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