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마동주 지음 / 닥터지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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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작가의 에필로그까지 꼼꼼히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긴 이야기가 쌓아놓은 카타르시스가 등골의 소름으로 표현되었다. 책을 덮고 한참 동안 남은 소름의 여운을 느끼게 된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추천사에 적혀있는 '정신없이 읽었다.' 라던지 '정말 재미있었다.' 따위의 말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기도 하고, 추천사를 적는 이들은 어찌 되었든 좋은 말을 적어주기 마련이기에 큰 기대 없이 훑어만 보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 소설은 추천사가 공감이 간 정말 몇 안 되는 소설이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글을 읽는데 가속을 붙이는 흡입력에 홀려 정신없이 글을 읽어나갔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이 음식물들을 마구잡이로 집어삼키듯이.

이야기는 복수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과 이를 저지하고 체포하려는 경찰의 대립적인 구도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경찰의 포위망에 혼선을 주고, 벗어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 철저한 수단들에 경찰은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며 수사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계속해서 경찰이 주인공을 추적하고, 주인공은 여러 패를 꺼내며 다시금 거리를 벌리는 모습이 여느 격투기 경기보다 치열한 싸움으로 느껴졌다. 장편소설이라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중간에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을 법한데 처음부터 강렬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인 이후로는 적절한 분위기의 고조, 지체 없는 시나리오 전개로 단 한 순간도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여느 범죄 수사물들을 보다 보면 간혹 느껴지는 설정 오류 등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몰입을 해치는 걸림돌도 없었던 덕분도 크다.

거침없는 스토리의 전개에서 얻는 1차원적인 재미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한 중요한 생각거리들도 주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되듯 '법의 형벌이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의로운가?'부터 과연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처럼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심적인 고통을 제삼자가 재단하여 대신 처벌하는 게 정말 정의로운 것일까? 범죄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해야 '공정'할 수 있는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인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불완전함과 충동적인 부분들 때문에 99명의 사람이 문제없이 잘 살아가더라도 최소한 한 명은 작은 문제부터 타인을 해치고, 빼앗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발생한다면 피해자가 피해를 충분히 회복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나 싶다. 혹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이렇게 강해진 법을 악용하는 사람이 나올 수 없도록 무고를 밝혀내는 방법과 그에 대한 처벌까지 강화를 시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도로 강화하는 게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추리, 범죄, 추격 등의 키워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소설이다. 반드시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인간과 사회, 정의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들을 남겨주는 책이었기에 이야기에 몰입하여 즐기는 추리소설 이상의 가치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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