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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 - 낯익은 낯섦에 관한 철학 에세이
서동수 지음 / 엠더블유북스(MWBooks) / 2025년 7월
평점 :

줄거리 소개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는 히어로와 빌런, 괴물, 신, 재난을 통해 우리가 외면해온 불편한 현실과 현실과 권력의 본질을 파고드는 철학적 탐구를 소개한다.
Review
"교과서는 정답만이 실려 있는 진리의 텍스트였다, 고 믿어야 했다."
이 한 줄로 시작된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의 사유는 점차 독자를 생각해보지 못한 낯선 영역으로 끌고 간다.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기이한 소재를 다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질서와 선악, 이념의 구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도서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는 히어로, 빌런, 좀비 등의 괴물, 신, 재난과 같은 존재들을 '언캐니(Uncanny, 기괴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가치와 질서를 철저히 해체한다. 프로이트, 라캉, 지젝, 낭시, 아퀴나스 등 철학자와 신학자들의 사유를 바탕으로, 작가 서동수는 '영웅의 정의는 과연 정당한가?', '괴물은 정말 인간과 대립되는가?', '신은 여전히 구원의 주체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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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근원은 악당이 아닌 권력이다. 권력 집단에게 악은 핵심적인 구성요소이다. 명령의 힘은 위반에서 나온다. 권력이 범법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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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는 과연 선한 존재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히어로는 '도착적 쾌락에 중독된 강박증자'일 수 있으며, 빌런은 오히려 소크라테스처럼 '우리의 망각을 깨우는 자'일 수 있다고. 권력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악'을 필요로 하고, 시스템은 질문을 차단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좀비' 파트는 더욱 흥미롭다. 아무런 이성도 없이 욕망만으로 움직이는 좀비는 이전의 괴물들과는 다르다. 위계 없는 평등함, 통제를 벗어난 운동성. 이 괴물은 겉모습 등의 기괴함과 공포감으로 거부되지만, 동시에 인간 사회의 거울로 기능할 수 있다. 그들의 '비종교성', '무경쟁성', '평등성'은 과연 그들이 갖는 혐오스러운 특징의 일부분에 불과할까, 혹은 우리의 무의식에 있는 불편한 진실인가?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가 말하는 종교에 대한 분석도 인상이 깊다.
"오늘날 신은 자본의 대리인이다." 라는 매우 강렬하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포함한 세 번째 장 '그렇다면 신은 누가 구원할 것인가?'에서 신은 더 이상 구원의 상징이 아니라, 우울 속에 유폐된 존재이며 복음을 대체한 것은 돈으로 굴러가는 시장이라 말한다.
이 문장은 단지 니체의 '신은 죽었다'와 같은 종교의 현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체제의 본질이 송두리째 바뀌었음을 꿰뚫는다.
재난에 대한 장은 또 어떤가. 비극이지만 소비하는 문화. 이는 이전에 리뷰한 도서 '고통 구경하는 사회'와 같은 맥락을 띈다. 일본 사회의 재난 서사를 통해 저자는 이데올로기의 은폐 장치를 벗기고, 사람들의 고통조차 통제하려는 국가의 욕망을 드러낸다.
도서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는 무거운 사유를 요구하는 책이다. 하지만 그 무거운 사유의 물꼬를 모두 더없이 익숙하고 편안한 소재로 전개하기에 읽는 데 부담이 없다. 그리고,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를 위한 책이다.
질문을 멈추게 만드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메시지를 전한다. 망각하지말라고, 의심을 멈추지 말라고, 정의는 뒤틀려있을수도, 악은 이 뒤틀림을 바꾸려는 누군가의 발악일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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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죄인이 됨으로써 세계의 구원자가 되었듯이, 진정한 세계의 구원자는 영웅이 아니라 죄인, 즉 빌런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 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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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정한 구원자는 언제나 영웅으로 포장된 누군가가 아닌, 죄인이자 '빌런'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