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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생각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4년 7월
평점 :
예전에 나는 국내를 가든 국외를 가든 여행을 갈 때 목적지 딱 하나만 정해놓고 2박 3일로 떠났다. 그러고는 목적했던 바를 이루고 나면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대로 헤매듯이 걸어 다니며 풍경을 구경한다. 그렇다 보니 저녁에 숙소에 돌아가면 두 다리가 퉁퉁 붓다 못해 아플 지경이라 나는 되도록이면 다른 누구와 여행은 다니지 않는 게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어느 날, 책에서 읽은 에피소드던가 어디 온라인상에 떠돌던 글이었던가... 파리와 관련된 짧은 글 하나를 읽었다. 그 글을 쓴 사람도 혼자서 파리에 여행을 갔고, 소문의 에펠탑과 그 주변 풍경에 감탄을 마지않고 있을 때였다. 마찬가지로 혼자 온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한참 풍경을 보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자신이 드디어 파리에 왔는데, 혼자 보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라 전화를 한 것이라며 울었단다. 그런데 그 심정이 어떤지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고.
그 글을 막 읽었을 때에는 파리가 그렇게 마음이 벅차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텀 쉬고 나서야 그 여자의 심정도, 그 글쓴이의 심정도 공감이 되었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었다. 혼자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여행이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해 느긋한 일상을 보내는 외국인들과 황홀한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들 사이에 덩그러니 서있다 보면 저절로 가족이, 친구가, 연인이 떠오르던 순간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심지어 그곳에 자신의 아내와 함께 가서 한 달여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니 저절로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는 책이었다. 장소의 의미는 스토리가 만든다고 했다. 나 혼자 방문했던 모든 장소들 또한 다 나름의 이야기를 가진 특별한 곳들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비록 그곳이 파리는 아닐지라도 다음번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조금 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