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자취를 시작하고서 부쩍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만큼 내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이리라.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 하는 일이라고는 씻고 나서 스마트폰을 붙들고 조금 시간을 낭비하다가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지는 게 전부인 생활이지만, 외로움이 그 사이사이를 야무지게 파고들어 자리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음? 그런데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어째 외로움은 고양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네. 자기 편할 대로 파고 들어와서 처음부터 거기가 자신의 자리였던 것마냥 시치미 뚝 떼 버리는 모습이 꼭 닮았다. 그래서 그렇게 고양이가 기르고 싶었던가, 나는.

 

#2. EBS 다큐에서 보았던가... 외로워서 애완견을 키운 사람들에게 그들이 집을 비운 사이 그들의 애완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녹화해두었다가 함께 보며 왜 그들이 그런 행동(쓰레기통을 뒤집어 엎고 헤집어 놓는다거나 옷더미에 파고들어가 개털을 잔뜩 묻혀놓는다거나 하는)을 하는 지를 설명해주는 내용의 다큐였다. 내가 외로워서 키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외로움에 지쳐 우울증과 신경 쇠약에 걸린다는 그 이야기에 주인들도 울었고... 나는 조금 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즉, 외롭고 말랑거림과 체온이 그리워서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그렇게 살뜰한 주인이 될 성정이 못 되므로 괜히 불쌍한 생명 늘리지 말자. 지금 당장은... 이라고 결론을내렸다는 이야기. 그래도 가끔 나 이외의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그리워질 때쯤 슬며시 생각하게 된다. "고양이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3. 나한테 있어 고양이란... 그래, 딱 외로움처럼. 슬그머니 찾아와 구석 중의 구석에, 잡동사니들 틈 사이에 비밀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갈 것처럼 있는 대로 경계를 잔뜩 하기에 금방 나가버릴 줄 알고 방심하게 만들더니 어느 날 문득 돌아봤을 때는 이미 그 곳이  자기의 보금자리가 되어있는... 그런 헛웃음 날 정도로 뻔뻔하고 제멋대로인 생명체 중 하나다. 강아지처럼 자기만 봐달라고 앙앙거리지도 않고, 졸졸 따라다니지도 않아 오히려 집사(오죽하면 밥 주고 잠자리도 제공해주는 주인을 집사라고 하겠느냐며)의 애교와 애원을 도도하게 외면하는 건방진 생명체. 그러다 자기가 심심하면 그제야 조금 냥냥거리며 꼬리를 살라거리는 밀당의 고수들. 그런 독립적인 생명체라면 좁은 방과 얼마 되지 않는 개인 시간을 공유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유혹했다. (너무 뻔하지만)이 책은 그런 순간에 내게 왔다.

 

#4. 계절따라 여행을 다니느라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은 주인공 닐스 박사가 어떻게 고양이 집사가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고양이 집사 닐스 박사의 자전적 소설... 이라고나 할까.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을 똑같이 걱정하는 첫 장 덕에 나는 예비 집사가 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5. 자신의 집 차고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준 순간(비록 고양이를 의식해서 그 밥이라는 것도 집에서 꽤 먼 곳에 놓아두는 식이었다지만)부터 그는 이미 자발적 고양이 집사의 기질이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로 그 이후 그는 충실한 고양이 집사로 변모해갔다. 맙소사. 그 생각의 흐름이 나랑 너무 닮아있어서 난 새삼 고양이는 애견,애묘카페에서 실컷 보자고 마음을 굳건히 정했다. 안 그러면 정말로 그 못지 않은 충실한 고양이 집사로 재탄생 할 것 같았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기를 수가 없다는 게 가장 강력했지만. 이사를 해야할 즈음에 "우연히"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 방을 구하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책장을 펼쳐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6.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샘터사에서 주관하는 물방울 서평단 8기로 선정 되고서 처음으로 받았던 도서는 월간지 <샘터 9월호>.
2016 리우올림픽이 한참이다보니 당연히 주제는 이와 관련된 "스포츠맨십(Sportsmanship)"!
사실... TV도 없는 자취생이라 내가 챙겨 본 올림픽 경기는 몇 개 안 된다.
지난 주에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방 잡고 놀았던 덕에 볼 수 있었던 남자 펜싱 단체전?!
오판과 편파 판정이 판을 친다는 펜싱계니만큼 선수들 버금가게 긴장하고, 기뻐하고, 아쉬워하고, 억울해하면서 봤던 그 경기.
금메달 아니면 메달로 쳐주지도 않는 것 같은 우리나라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스포츠에서 다른 나라 사람이 금메달을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심보로 대놓고 오판과 편판을 일삼는 그네들도 참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던 그 경기.
정말로 스포츠를 즐기고, 타인과의 경쟁은 물론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순수하게 즐기는 소수의 선수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 같던 스포츠맨십이 주제라서 새삼 생각이 많아졌던 <샘터 9월호>.

 

음... 이쯤에서 양심 고백을 하자면 우리 집은 줄곧 좋은생각의 월간지 <좋은생각>을 챙겨봤다.
이제는 아-주 가끔 맘 먹어야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속 사연들처럼 사람 냄새 나는 독자들의 사연으로 가득 찼던 <좋은생각>에 익숙해져서 <샘터>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펼쳤는데 왠 걸?
참여형 사연보다는 대학생 기자님들,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전문성을 뽑내는 작가님들의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다 보니 고만고만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더 인생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많은 것들을 경험해본 분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가슴에 콕콕 들어오는 구절들이 꽤 많아 오랜만에 형광펜으로 밑줄 쫙쫙 그어가면서 읽으나 왠만한 단편 소설을 읽는 것보다도 오래 걸렸다. ​

 

특히 "삼재"에 관련된 글!
작년 가을 외국 손님들의 막간을 이용해 들렸던 절에서 "말띠는 올해부터 삼재"라는 말을 들어서 내심 심난하면서 그간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이 "다 삼재가 든 탓"이라고 생각해 남은 2년 반이 막막했는데...
역시 "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법륜 스님의 말씀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넘어져 왼쪽 다리가 부러지면 '그래도 오른쪽 다리가 남았지!'"라고 생각하라는 말씀에는 피식 웃었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라서.
그런데 사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스트레스 안 받고 하루하루 넘기기가 너무 힘든 요즘이라 씁쓸하기는 하지만 마음 깊이 동감했다.

좋은 책 많이 엮어내는 출판사(아부발언맞습니다)라 그런지 중간에 신간 소개 코너도 있고, 영화 소개 코너도 있고...
가장 아쉬운 건 금아 파천득 선생님 추모 강연회 일정이 버젓이 올라와있는데 거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거!
수습기간이라 주차도 없는 나는 그저 울지요...
일에 찌들어 사느라 했어야 하는 설문조사에도 응하지 못하고 리뷰도 한참 늦어서 하는 주제에 염치없게 다음호에 실렸을 또다른 좋은 말씀들과 유용한 소식들을 기대해본다.
 

끝!

 

 

* 물방울 서평단 8기로써 샘터사에서 제공받아 제대로 정독하고 써내린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