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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환경과 생태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상상력 ㅣ 아우름 16
최원형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1. 차를 몰고 다니던 시절, 지방으로 출장을 가던 고속 도로 위에서 로드킬을 당한 채 방치되어 있던 동물의 사체를 보았다. 그러면 안되는 건데, 도로 위에 뭔가가 떨어져있기에 "저게 뭐지?" 하고 저절로 시선이 갔다. 그게 뭔지 분간이 될 정도의 거리에 갔을 때 나는 "악!" 비명을 지르며 핸들을 틀지 않기 위해서 두 손에 힘을 꼭 주고 핸들을 부여잡았다. 정확히 어떤 동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건 동물의 사체였다. 그것이 동물의 사체라는 것에 1차로 소름이 돋았고, 어떤 동물인지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진 채로 아직도 차에 치이고 있다는 것에 2차로 소름이 돋았다. 사람 편하자고 산을 개간해 도로를 낸 것이야 나도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 중 하나이니 뭐라 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체는 제 때 좀 치워주지. 살던 곳 뺏긴 것도 억울한데 죽어서도 편하지 못한 모습에 마음이 언짢았다.
#2.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인간은 도대체 무슨 권리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내 땅, 저기서 저기까지는 네 땅- 이라고 정해놓고 사는 거지? 무슨 권리로? 그런 권리는 도대체 누가 준 건데?" 전 회사에 다닐 때 그런 내 생각을 말했더니 이상한 애 취급을 당했다.
#3. 사람은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명체 중 전무후무한 약탈자들이라고 줄곧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이 책은 그런 생각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출퇴근 하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눈살을 찌푸렸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서둘러 표정 정리를 했던 것은 나 또한 지구와 자연에 돌려줄 줄을 모르는 사람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염치 없어서 였다.
#4. 서울로의 상경을 결정하고 짐을 꾸리면서 나는 참 쓸데없는 욕망덩어리였구나 하고 생각했던 게 고작 6개월 전인데... 짐을 꾸리면서 자연스럽게 그저 쟁여놓기만 했던 물건들과 정말로 애용하는 물건들을 깨닫게 된 게 고작 6개월 전인데... 살다보니 불편해서, 오랜 로망이어서, 계절이 바뀌어서... 다양한 이유로 이 물건 저 물건 사들이다 보니 또 금세 물건이 늘었다. 막 이사 왔을 때는 "그래도 이 정도면 혼자 살기 충분한 평수지!" 라고 생각했던 방이 너무 비좁아 이따금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물건이 늘었다. 입는 옷만 입고, 신는 신발만 신고, 쓰는 것들만 쓰는 데도 오랜 습관을 미처 못 버려서 그 사이 쓸데없이 물건이 참 많이 늘어 매일매일 한숨이다. 조만간 다시 이사를 간다는 마음으로 짐을 정리해야지- 라는 생각만 벌써 두어달째다.
#5. 그러고 보니... 이 리뷰를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들고 마신 커피잔에 컵홀더까지 전부 재활용품이다. 빨대와 뚜껑은 재활용도 안된다는 플라스틱이고. 세상에. 내가 하루에 소비하는 커피가 몇 잔인데... 텀블러를 이용하면 100원이라도 할인해주던데... 텀블러를 구매해야겠다. 음.... 이건 필요한 소비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