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 - 나무에게 배우는 자존감의 지혜 아우름 13
강판권 지음 / 샘터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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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렸을 때 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다. 이집트 문명의 신비로움에 완전히 사로잡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영락없는 암호문인 상형문자를 직접 해석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꿈을 버린 직접적인 이유는 "고생만 하고 돈은 안되는 직업"이라는 이모의 냉소적인 말 때문이었다. 지금에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린애 꿈에 대고 가치를 논한 어른도 문제였지만, 그 한 마디에 냉큼 꿈을 버린 어린애(=나)도 참 문제였다. 하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나한테 고고학자라는 직업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냥 내가 여기 있고, 저기- 간신히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낭떠러지 반대편에 서있었던 직업이었기 때문에 더 쉽게 단념했던 것도 같다. 왜 뜬금없는 어린 시절 풋내나는 장래희망 얘기냐면, 이 책의 저자 강판권씨의 직업이 쌩뚱맞기 때문이다. 나무와 역사라니? 나무와 인문학이라니??

 

#2. 대박칠 줄 알고 박사 학위까지 땄건만 여전히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는 저자는 인생사 아니 세상사 모든 것을 나무와 연결 짓는데 선수다. 솔직히 말해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현실도피적으로 들릴 만큼 이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나무에는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나무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고, 나무를 닮기 위해서 노력했던 저자의 지난 경험을 통해 우러나온 진실한 문장 한줄 한줄은 참 마음에 사무쳤다. 쭉쭉 읽어내려가다가도 숨이 멎듯 툭툭 멈춰서서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보게 하는 문장들이 있었다.

 

#3. 살면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p.80)
나는 이메일보다도 꾹꾹 눌러쓴 악필의 손편지를 더 좋아하는 아날로그적 사람이다.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주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에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게 되면 꼭 그 곳의 엽서를 사서 친구들에게 보내곤 했다. 때때로 예쁜 편지지를 발견하면 충동적으로 냉큼 사들여서 몇 달이고 책장에 묵혀두었다 꾹꾹 눌러쓴 글씨로 가득 채워 친구들에게 보내곤 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문득 편지나 엽서가 너무 쓰고 싶었는데 그걸 받아줄 사람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을 때, 나는 고아가 된 것처럼 외롭고 서러웠다. 반대의 경우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못난 글씨로 금방 빼곡히 적어내리곤 했다. 반쯤은 심심풀이로 써서 보낸 편지를 마찬가지로 사소한 즐거움과 가벼운 심시물이 땅콩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줄 사람이 있는 평화로운 나날이 문득 감사할 때가 있다.

 

#4. 삶에 틈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바쁨의 정도가 아니라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결정합니다.(p.85)
이건 진짜 공감 200%! 할 마음 있는 사람이면 일이 바쁜 와중에도 연애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고, 사람도 만난다! 그건 인생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암만봐도. 나의 경우는, 음, 내 육체적인 피로도의 해소가 1순위려나... 난 일에 치여 지치면 일단 집에 틀어박혀서 푸~욱 쉬어야 하니까... "시간 없어서"라는 건 정말 비겁한 변명이다.

 

#5. 나는 제 때에 꽃을 피웠습니다(p.135)
...그저 멍하니 읽고, 읽고, 또 읽었던 문장. 마흔의 나이에야 비로소 교수가 되었던 저자의 말이라 더 가슴에 사무쳤던 것 같다. 서른에 교수가 되는 사람도 있고 쉰에 교수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마흔에 교수가 될 사람이었다고. 나는 나만의 기준으로 제 때에 해야할 것을 이루었노라고. 틀링벗이 나도, 지금은 방황할 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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