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 아우름 14
백승영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1. 10월 리뷰 도서들의 주대상은 10대 어린이와 청소년들. 그리고 아직 어린이와 어른의 과도기에 어정쩡하게 남아 서성거리는 어른이들. 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내내 적절한 시기에 이 책들을 만났더라면 조금 더 올바르고 온전한 어른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방황하는 이유와 밤잠 설치게 하는 고민들에 대한 따뜻하고 상냥한 대답들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그리고 통감했다. 아- 이래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책 제목이 두고두고 내 안에 남았구나.

 

#2. 내 친구들은 나는 미국 가정에서 자란 아이처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아이라고 평가 해준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일을 쫓아 평탄하게 들어가서 나름 평탄하게 견뎌가던 첫 직장 생활을 때려치고 나와 홀로 서울에 상경했을 때 깨달았다. 나는 참 우물 안 개구리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나는 마치 나 혼자 이만큼 자라버린 것처럼 굴었지만, 사실 나는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안전하게 살아왔었다는 걸 상경 한 달동안 혹독하게 깨달았다.

 

#3. 서울에 막 상경하고서 첫 한 달. 내가 가진 거라고는 스물일곱이 되어버린 다 큰 몸뚱어리와 4평 가량의 원룸 하나. 그 안을 채운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뿐이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핑계로 당차게 사표를 내던지고 나왔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요원해보였고, 실연도 당했고, 직업도 없는데 때 되면 통장 속 돈만 줄줄 샜다. 낮에는 면접을 보러 다니고 밤에는 울다 지쳐 코가 막혀 킁킁거리는 채로 잠이 들었다. 내 선택과 결정으로 시작한 일이라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었고,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조언을 구하려면 구질구질한 사정을 다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때 '좋은 사람'을 만나서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듣고, 많이 울면서 하나둘 상처를 흘려 보냈다. 음. 아직도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노골적으로 뜻을 드러내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그냥저냥 이쯤의 관계에서 만족하면서 나름 그 사람과 잘 지냈을 거다. 하지만- 안녕, 종교. 또 한 번 거리가 훌쩍 벌어졌다.

 

#4. 요컨대 나는 신에게도 내 삶의 길을 묻고자 시도했다는 거다. 물론 결론은 쾅. 내 안에서 답을 찾지도, 신에게서 답을 찾지도 못한 암흑기였다. 으-. 그래서 그 다음에 나는 책을 통해 작가들에게서 답을 찾는 걸 시도했다. 사실, 시도하고 있다. 답 뿐 아니라 위로도 함께 구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원해서 골라든 책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 또한 하나의 위로였고, 답이였다.

#5. 꿈이 많았어야 했고, 활기로 싱그러웠어야 했던 나의 10대에 이 책을 만나 이 내용들을 알고 있었어야 했다. 나의 10대에 내가 배운 거라고는 국영수 위주의 시험 공부, 등급으로 갈리는 수행평가와 모의고사, 한 반에 오열정대로 앉은 말괄량이 라이벌들... 동기와 목적없는 공부 끝에 대학교와 학과를 정할 때 얼마나 허탈하고 막막했는가가 아직도 선연하다.

 

#6. 그리고. 깨달은지 얼마 안됐지만, 나는 이제까지 내 자신을 사랑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쳐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가르쳐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불행하게도 내 주변에는 진실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어떻게 남에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아직도 케세라세라 주의다.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살아가고 있달까. 하지만 1년 뒤, 아니, 3개월 뒤만 되도 후회할 내 자신을 생각해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하려고 하는 그 일이 얼마나 가치있고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줬다.

 

#7. 여담이지만, 책 구석구석에 눈에 익은 명화들이 흑백으로 삽입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르네와 고흐의 작품이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컬러가 아닌 게 너무나 아쉬웠다. 잉- 컬러 삽화면 더 좋았을 텐데. 이번 주에는 정말로 미루고 또 미뤘던 전시회 나들이나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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