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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평점 :
#1. 드디어 10월 리뷰 도서를 받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열었는데 어머나, 동화책이 있네? 제일 먼저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건 <은하철도999>였다. 그 다음은
영화 <설국열차>... 리뷰를 쓰려고 메모장을 켜 몇 자 적어내린 지금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여담이지만 제대로 줄거리를 아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2. 당혹스럽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뭐를 먼저
읽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동화책이니 가장 글도 적을 것 같고, 그림도 있을 것 같고, 아기자기하니 순수함이 철철 넘칠 것 같아 <503호
열차>를 먼저 읽기로 했다. 다른 책들을 한 켠에 곱게 밀어두고 <503호 열차>만 눈 앞에 두고 보자니... 동화 전집 중에
좋아하던 이야기책을 골라 읽고 또 읽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3. 그래서 드디어 표지를 넘기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 갈수록 당혹스러웠다. 이 동화 뭐지? 아니, 이거 동화 맞아?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 어른 동화인가? 화자는 도대체 몇 살인 거야?
뭐? 12살? 이렇게 조숙한 애가 12살이라고? 말도 안 돼!
#4. 러시아에서도 일본의 첩자로 오인받아 강제
이주를 당하는 한국인(고려인)들의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나라 잃은 설움과 잊혀진 한민족을 "어른"들에게 깨우쳐주기 위한
참혹하고 서러운 이야기로밖에는 안 보였다. 이걸 어떻게 잠자리에 들려는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을까? 머릿속에 연상되는 아이는 어리둥절해서 자꾸만
"뭐야?"를 반복하거나 "무서워"하며 이불 속에 반쯤 얼굴을 묻고 있었다. 음. 그렇다면 이건
어른 동화구나.
#5. 이토록 조숙한 12살 소년이라니! 내가
12살을 너무 어리게 보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 이토록 조숙하고 얌전한 12살 소년의 모습에 처음에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게
힘들었다. 그러다 이토록 평화로운(?) 21세기의 응석받이 12살 아이들과 전쟁과 핍박으로 점철된 19세기 애어른 12살 아이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애써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그 상황에 집중해서 다른 건 생각지도 못했다.
나라를 잃고 쫓기듯이 타향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도 서러운 마당에 이건 뭐람? 힘 없는 설움, 나라 없는 설움... 설움이란 설움은 다 당하는
그들을 보니 한숨이 저절로 푹푹 내쉬어졌다.
#6. 그 막막하고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새
생명은 피어나고, 희망은 찾아왔다. 인간이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세상에 이런 상황 속에서마저 "사람 사는 곳 사정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하는 말을
떠올리게 하다니.
#7. 이야기는 갈대와 자갈뿐인 황무지에 그들이
도착하는 것, 그러니까 버려지는 것에서 끝이 난다. 교과서에서 딱 한 줄로 묘사되었던 그 부분이 그림과 함께 거기 있었다. 자신들을 버려두고
돌아서는 러시아 군인들과 기차를 향해 울부짖는 그들의 울음과 몸부림으로 생생하게 전달 되었다. 아. 막막한 여운에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멍했다.
그 고통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서 더 안타까웠다.
#8.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만약 이
책이 어른 뿐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해도 "왜?"라고 똘망똘망하게 물어올 아이의 물음에 해줄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라도 읽어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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