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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ㅣ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평점 :
#1. 히사이시 조를 알게 한 건
역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대표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다. 그 전에도, 후에도 클래식 계열의 OST에 매료되어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다른 곡은 잘 모르겠지만, <인생의 회전목마>는 정말로 내 인생 OST다. 늘 그렇듯이 무한반복으로 틀어놓고
지겹게 들었다. 질리면 갈아타듯 다른 곡들을 들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인생의 회전목마>를 찾아
듣게 만드는 일이 생긴다. 올해의 경우, 이 책이 그 계기였다. 덕분에 오랜만에 <인생의 회전목마>를 들었고, 소피와 하울을
만났다.
#2. 나는 늘 예술가를 동경했다. 음악가,
미술가, 사진 작가, 작가, 가수, 악기 연주자, 무용수... 자신의 감각과 신체와 영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감동
시키는 그들이 너무나 멋있고 저멀리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예술가들은 특히!
그들에게는 피와 땀으로 갈고 닦은
노력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그게 뭘까? 내 주변에는 예술가-아티스트 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네들의 일상과 사고와 철학이 늘 궁금했다.
#3. 음- 예술가란... 창작의 고통 속에 홀로
허우적거리느라 바빠 밖에 나갈 시간도 없고, 밥 먹을 여유도 없는 온실 속 유리 화초같은 예민하고 섬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아니올시다. 창작의 고통이 어마무시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 고통을 감뇌할 정신력과 체력을 기르기 이해서라도 꾸준히 먹고 꾸준히 움직여야
했다. 특히 요즘은 작업실과 주거 공간이 제대로 분리 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 해야만 성공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프리랜서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과 같은 강도의 충격이었다... 창작만으로도 힘들 텐데 규칙적인 생활이라니...
어휴.
#4. 이 책을 읽으면서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글을 써야지 하면서 잡았던 가닥이 2개가 있다. 하나는 예술가의 일상에 대해서, 다른 하나는 음악과 관련된 나의 기억법에
대해서.
#5. 나는 하나의 곡에 꽂히면 주구장창 그것만
듣는 편이다. 그게 팝송일 때도 있고, 케이팝일 때도 있고, 클래식일 때도 있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나 우연히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되면 한참
그 음악에 꽂혀있던 때의 풍경과 사람과 감정이 마치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해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게 항상 좋았을 때의 일이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몇몇 곡은 전주 몇 음절을 듣는 것조차 힘들어 다음 곡으로 넘겨버리기 일쑤다. 그런 식으로 나한테는 금지곡 아닌 금지곡이 몇
가지 있다. 특히 우울하고 힘들었을 때와 연관된 음악의 경우, 마음부터 시작해서 온 몸이 물에 푹 잠겨버리는 느낌이 들어 때아닌 "감정홍수"에
휩쓸리기 일쑤라 조금, 곤혹스러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고 획일적인 일상에 찌들어 내가 사람인지 기계인지, 무슨 재미로
사는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무감각해졌을 때에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오랜 가뭄에 쩍쩍 갈라진 땅에 단비 내리듯 마음 바닥에 감정이 출렁출렁
고이게 되서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예술가들을 동경하는 것이다. 나 혼자서라면 절대 그런 감동과 감정과 위로를
만들지도 찾지도 못했을 테니까.
#6.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