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1. 물방울서평단 8기로 선정되고 받았던 8월의 미션 도서 중 마지막! <직업표류>. 재미없겠다, 지루하겠다, 이걸 언제 다 읽지? 그런 마음으로 표지를 펼쳤음을 겸허히 고백하는 바이다. 그러나 책 속 각 장의 주인공들처럼 "두번째 직장"을 가진 내가 공감 가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서 자투리 시간을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어가고 있었다. 원래 공감이 가거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나중에 리뷰할 때 참고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첫번째 장을 다 읽기도 전에 사진을 찍는 걸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라는 느낌이 와서 포스트잇을 활용했다. 그랬더니 책장이 굉장히 화려하면서 그럴싸해졌다.


#2.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직업들을 "표류"하는 일본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 상황에는 10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들 한다. 현재의 일본 경제 상태가 우리나라의 경제 상태를 10년 앞선다는 얘기다. 사실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나 다 똑같은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무척 가깝기도 하고 좋든 싫든 무시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은 맞는 말 같다. 가장 머리에 남는 건 부동산 거품 경제 후 경제대혼란이랄까. 지금 우리 나라도 부동산 거품이 장난 아니니까... 그러나 한가지, 과연 정말로 일본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까? 싶은 부분이 바로 프리타(아르바이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존재여부. 일본은 물가가 높기로 악명이 자자하지만 대신 인건비도 높아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생활하는 것에 지장이 없어 정직원보다 아르바이트생 신분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한다. 그에 반면 우리나라는...? 음... 10년 뒤에라도 그게 가능해질까, 과연?


#3. 여튼 각설하고. 물론 이 책의 주인공들은 프리타가 아니라 경제대공황과 청년실업률이 어마어마한 시기에 기적처럼 구직에 성공해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처음"의 마법이 풀린 뒤 태풍같은 경험과 고민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한 번, 때로는 두 번의 이직 후에 어느 정도 사회생활이란 무엇이지, 직장생활이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낸 혹은 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4. "XX차"라는 말은 어딘가 멋있어 보였다. 아니, 보인다. 어디서건 불평불만이 쌓이는 순간이 오고, 딜레마와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도 오며 기회도 감질맛나게 생기곤 한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한 직장에서 그만큼의 커리어를 쌓았다는 건 얼핏 보면 미련하다고도 평가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인내심과 끈기가 대단한 사람, 노하우를 가진 사람, 전문성이 있는 사람- 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뭣보다 나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더 멋있어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디든 똑같아"라던가 "견디고 참으면 나중에 대박나"라는 말로 회유 하려는 "XX차"들에게는 감동 받고 싶지 않다. 물론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견디고 참으면 그게 다 경험이요, 노하우가 되어 노련해진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그건 그 일에 뜻이 있는 사람에게나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은 "어디든 똑같아요, 왜냐하면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에요."라던 한 주인공의 말이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서 이직을 한 게 아니라 단지 전 직장의 이런저런 점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데, 이번 직장에서는 적어도 그런 면은 없네? 라는 단순 비교 심리에서 선택한 사람이라면 조만간 비슷한 딜레마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마음이 붕 떠있데 뭐인들 가슴에 들어와 박힐까! 


#5. 나도 단순하게는 전 직장에 불평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퇴사를 결정했고, 사실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당당하게 외항사 승무원이라고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이다. 소문을 내고 다니면 다닐 수록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말을 이제는 믿기로 했다!) 그게 잘 안되서 시작한 두번째 직장 생활이라- 솔직히 나는 아직도 표류하는 기분이다. 여러모로. 내 인생 속에서. 이 세상 속에서. 앞으로의 내 남은 인생을 어떤 자세와 각오로 살아갈지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뭣보다- 내가 무슨 마음으로 퇴사와 이직을 결정했는지를, 무기질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퇴색 되어 가던 그 마음을 되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6. 더불어... 이건 조금 아부성 발언이기는 하지만, 이전 선정도서인 <마을을지켜라>에서 새삼 배운 교훈처럼 "감사하고, 남을 생각할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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