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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일기장을 태우지 않기로 했다
임기헌 지음 / 커리어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에는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신경 쓰는 편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9할인 근무시간에는 정말 열정적으로 일한다. '극 E형'으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근 5년간 간이 MBTI 테스트에서 일관되게 'INFP'가 나올 정도로 '극 I형'이다. 쉽게 말해 모든 사교적인 열정과 노력을 근무시간에 모두 소모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아무와도 만나지 않고(심지어 카톡도 잘 하지 않고) 혼자만의 충전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케이크 한 조각을 시켜 야금야금 먹고 마시며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OTT 서비스를 이용해 드라마를 보거나. 보통은 이런 소소한 일상에 만족도가 120%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살지 않는 타인의 삶'이 몹시 궁금해지곤 한다. 그리고 그럴 때면 에세이를 읽는다.
평소 원해서 에세이를 찾아 읽는 거면서도 '왜 이런 시시콜콜한 개인의 사정을 책으로 펴내는 것이며 나는 왜 그걸 읽고 있는 거지?' 싶을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해 이번에도 그랬다. 40대 이혼남의 쌉싸름한 사정을 내가 왜 시간을 들여 알아가고 있는 거지?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꼭! 그럴 때면 '이래서 내가 에세이를 찾아 읽지'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런 순간을 한 번 발견하고 나면 다음 순간은 또 어디에 숨어있을까 싶어 샅샅이 읽게 되는 게 에세이의 매력인 것 같다. 그런 순간들의 교차가 남긴 달콤 쌉쌀한 순간들이 그리워서 언젠가 또다시 또 다른 에세이 책을 찾아 읽게 되겠지. 이 고리의 순환을 이어주는 좋은 에세이 책을 찾는 것도 행운이다.


